[대구논단] 밥상머리 정치 요즘도 있나
[대구논단] 밥상머리 정치 요즘도 있나
  • 승인 2023.01.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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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세상 온갖 물정 다 경험한 친구들이 모였다. 나이 들어선지 말들이 별로 없다. 늘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친구가 입을 뗐다. “외교 경험이 없다고 타박 받던 윤석열 대통령이 UAE 정부에서 300억$ 투자 유치한 것 정말 대단하다. 이런 일에 야당도 박수를 좀 쳐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통 말이 없네” 정치를 많이 해 보지 못한 대통령이지만 꾸밈없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 순수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정치 잡담이 벌어진다. 딱 부러지는 나경원 전 의원이 왜 그런 정치행태를 보일까. 자당 의원들의 후원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여론에 따라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어 당원들만으로 행해지는 선거에서 승산이 있을지 장담이 어려운 분위기다. 100만여 당원, 1인의 국회의원 밑에 달린 당원들이 얼마나 많은지 유추해 보면 감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이 눈치 저 눈치를 보고 있다. 정치 방담은 자연스레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 향한다. 국민들은 여당의 당 대표 선출보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에 더 흥미를 가진다. 한마디로 이 대표는 머리가 비상한 인물이다. 변호사 출신이자, 행정가인 그는 말재주도 대단하지만 난관을 극복하는 끈기도 있어 보인다. 시장을 하다가 도지사가 되고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실패했지만 곧 바로 국회의원이 되고 170여석 야당의 당 대표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성장 뒤에는 우리가 이해 못하는 많은 리스크가 잠재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으로 그는 또 검찰 소환을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약 50% 정도가 그의 검찰 조사를 당연시하고 있다. 변호사로서 법 상식을 많이 가진 그는 검찰 조사에서 죄 없음을 주장해 왔고 이번 대장동 사건에서도 1원도 받지 않았는데 검찰이 정치 탄압을 하기 위해 야당 대표를 계속 조사한다고 투덜대고 있다. 대장동 관련 피의자들이 기소되고 조사받는 과정에서 검찰은 이 대표가 공범이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사건에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국민들은 매우 답답해 한다. 검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검찰이 충분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당사자가 극구 부인하니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지금으로서는 예상마저 어렵다. 중요한 것은 사건의 결과가 한국정치의 향방에 큰 변수로 작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재명 대표가 정치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사법적 결과가 나온다면 나라와 정치가 매우 혼란해 질 것은 자명하다. 죄 없는 당 대표를 검찰이 욕보였다고 하면 윤석열 정부는 물론 다음 총선도 장담할 수 없고 급기야는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틀림없이 당선될 것이라는 말도 있는 터에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한 친구의 말, 만일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어도 민주당이 부결시킬 것이 뻔하고 불구속 기소가 된다면 하자 세월이다. 국민들은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 하는데 정치란 것에는 묘수가 들어있어 그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또 다른 친구의 말, 대장동 일당들이 많은 말을 하지만 뉴스에서 보면 검찰의 증거 제시가 불충분한 것 같아 팩트 찾기가 힘들다. 방담자들의 여러 말을 종합하면 국민들이 확신할 수 있는 검찰의 자료제시가 없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이런 면에서 검찰의 책임은 중대하다. 만약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끊지 못한다면 정권 유지가 어렵고 급기야는 문 전 대통령 정치시대와 같은 체제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는 염려를 국민들에게 안겨 주는 것이다.

명절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밥상머리 여론이란 말을 많이들 하는데 요즘 명절에는 가족과 친지들이 많이 모이지도 않지만 구태여 정치 말을 하지도 않는다. 지역에 가보니 이런저런 말이 있더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 자기들끼리 유리한 분위기를 만드는 정치적 술수, 제스처에 불과한 것이고 직접 선거민들과는 상관이 없다. 이번 설에도 밥상머리 정치는 없고 국민들의 최대 관심은 이재명의 검찰 조사 결과다, 정치인들은 입만 떼면 국민들을 앞 세우지만 그것은 형식적인 수사에 불과하고 솔직히 말해 국민들을 유리한 정치적 방어막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치의 본질은 나라를 융성하게 하고 국민들을 잘 살게 하는 것이다. 범람하는 정보에 국민들은 혼란하다. 행복을 주는 정부, 믿음 있는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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