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손끝의 기록’展…내달 25일까지 1~3 전시실
봉산문화회관 ‘손끝의 기록’展…내달 25일까지 1~3 전시실
  • 황인옥
  • 승인 2023.01.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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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기술에 반하고 빛나는 발상에 놀라다
전통·현대공예 작가 10인 참여
지역 무형문화재 보유자도 합류
국가문화재 불화 재현 그림부터
독특한 나무·금속작품까지 다양
1전시실전경
‘또 다른 가능성 - 손끝의 기록’전이 열리고 있는 봉산문화회관 전시장 전경. 봉산문화회관 제공

대구봉산문화회관 기획 ‘또 다른 가능성 - 손끝의 기록’전이 2월 25까지 봉산문화회관 2~3층, 1~3전시실에서 열린다. 지역을 근거로 대중미술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제시하는 ‘또 다른 가능성’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지하고 담론의 장이 형성되도록 주제를 제시하는 특화전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하나의 장르별 가능성을 찾으려 노력하는 지역 무형문화재 명장들을 초대한다. 전통공예와 예술적 가치를 실험하는 현대 공예가들이 주인공들이다.

참여작가는 △전통공예 권정순(민화), 김종숙(매듭), 김해자(누비), 전연호(불화), 엄태조(소목) △현대공예에는 고금화(섬유), 연봉상(도자), 이상직(금속), 전문환(도자), 차정보(목) 등 총 10명이다.

참여작가인 무형문화재 엄태조 소목장은 대구 동구 신무동과 경산의 공방에서 작업하고 있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석동산, 백초산, 용목 등 나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나무의 강도, 나이테, 수분함량 등의 성질에 따라 사용을 달리해 세간을 만드는 기능보유자로 무늬가 있는 나무로 자연스러운 미를 최대한 살린 한국 전통 목공예 기법을 이어오고 있다.

김해자 누비장은 어려서부터 바느질에 취미가 있어 모친과 조모의 삯바느질을 돕고 왕실 침방나인 성할머니, 사찰의 여러 스님에게 기술을 전수받고 박물관의 유물을 조사·연구하는 학문적 자세로 우리나라 전통 손누비를 체계화시켰다. 직접 염색한 식물성 염료에 일정한 솜의 비율과 간격을 위해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곡선과 직선의 정교함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무형문화재 전연호 단청장은 불교미술의 거장 송곡 조정우 선생에게 사사했으며, 수많은 사찰의 국가문화재 지정 불화를 재현하며 그 기술을 후학에게 전승하고 불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작가는 시종일관 엎드린 자세로 하심(下心)을 실천하고 명상이나 참선처럼 수행하는 자세로 얻어지는 숭고한 마음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고 하며 특히, 세필 붓의 정교함과 화려한 색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번 전시에 12지신도, 천수관음도, 하동칠불도 등의 수작을 선보이며 불화의 진면목(眞面目)을 보여준다.

민화의 대중화를 꿈꾸는 참여작가 권정순은 우리 민족의 삶과 정서를 원형으로 함축하고 체화하며 척박했던 민화를 오늘날과 같이 꽃피울 수 있도록 발전시킨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석채에서 발산되는 절제된 편안함 속에 피어오르는 화려한 색채, 세밀한 선묘로 표현된 정교함과 사실감, 그리고 대작에서 보여주는 몰입감으로 성실함과 열정이 작품에 묻어난다.

김종숙 전통매듭 작가는 전통매듭 명장 김주현 선생님에게 사사했고 이 기술을 토대로 대구 서문시장에서 새로운 매듭 방법을 연구하고 전통매듭을 알리기 위해 동영상과 교재를 제작하였고 각종 강의를 통해 기술을 전수하며 자칫 부속품으로 잊히기 쉬운 우리 전통매듭 기술을 전승하고 대중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목의 차정보 작가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예술가다. 목공예 외에도 캘리그래피, 전각, 그림 그리고 자작 글까지 사람의 마음을 감동케 하는 방법이 무궁무진한 예술가다. 나무의 반듯한 모양도 좋지만 휘어지고 구부러진 대로 자연스러운 쓰임을 중요시하는 작가는 일련의 작업 과정속에서 인위적인 가공보다는 나무의 자연스러운 조형미를 살리는 방법을 택하며 나무가 때론 구름이 되고 산도 되며 다시 나무가 되는 또 다른 생명으로 재탄생시키는 감각적인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 도자의 전문환 작가는 가마의 불이 뜨겁게 타오르고 식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단단해지고 변형되는 조형적 형태를 우리의 삶과 시간성으로 연계시키며 그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엔 내화판에 유약과 안료를 캔버스에 페인팅하듯 표현한 평면작업과 도자기인가 조각인가 장르를 불분명한 재료로 화강암, 흙, 유약, 안료, 내화벽돌 등을 결합한 입체작업을 선보인다.

현대 섬유의 고금화 작가는 모시, 삼배, 색동천, 광목, 조각보, 비단 등 민족 전통의 섬유 재료를 현대적 미술 언어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의 추억이 담긴 오래된 재료부터 어쩌면 하찮게 생각하는 헝겊 조각까지 작가의 손끝을 거치면 공간 속에 조형이 되고 관람자에게 향수 어린 미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신기한 마법이 된다. 이번 전시에는 ‘옛이야기+꿈’ 연작을 출품한다.

현대 도자의 연봉상 작가는 작가만의 유약 기술인 ‘토하기법’을 만들어내며 독특한 창작 세계를 구축하게 됐다. 행성으로 상징되는 도자기 수십 개를 공중에 매달고 벽에 부착하는 설치작업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선 작가의 이상향인 우주 세계를 은하수 같이 표현하며 평범함을 거부하는 실험적 작업 세계를 보여주게 된다.

현대 금속의 이상직 작가는 보림사, 염불암, 용산사, 지보사 등 많은 사찰의 사리함을 제작하며 전통이란 테두리 안에 함축된 자연 이미지를 표현하고, 금속 공방을 18년째 운영하며 후진양성을 위해 개방적인 수업시스템 구축하여 금속공예의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전시에는 자연과 대지를 상징하는 기하학적 도형을 동으로 만든 리좀 형태가 서로의 관계를 이어주고 희망을 상징하는 흰색 꽃과 비밀을 간직한 나비가 자연스럽게 내려앉은 형상으로 자연의 법칙을 함축한 알레고리를 보여준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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