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봉황의 뜻을 모르는 게 참새의 잘못이겠는가
[목요칼럼] 봉황의 뜻을 모르는 게 참새의 잘못이겠는가
  • 승인 2023.02.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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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학 박사
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통계적으로 노인의 연령 기준은 노인복지법 제26조(경로우대)에 의한 각종 노인복지 시책 수혜의 대상자가 되는 만 65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때문에 노인연령 기준을 70세 또는 75새로 상향하고 노인에 대한 각종 복지제도의 기준 연령도 이와 병행하여 올려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유엔(UN)에서도 청년 기준은 18세부터 65세까지이고, 66세부터 79세까지는 장년, 노인은 80세부터라고 하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노인들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고 이들에 대한 각종 복지시책을 마련할 당시 노인인구 비율은 약 5% 수준이었지만, 2017년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2025년에는 전체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사회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에 대한 각종 복지시책으로 인해 국가나 지방의 재정에 큰 압박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함으로 이를 조정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이 40.4%로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시책의 조정에는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을 비롯한 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노인들의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때문에 매년 수천억 원의 손실 발생으로 지방재정에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국가의 복지 정책으로 결정되고 추진된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무임승차 손실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지방자치단체 도시철도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 예산이 여야 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였지만, 정부의 반대로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는 등 정부에서 이에 대한 재정지원은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65세 이상에 대한 도시철도 무임승차의 근거는 노인복지법 제26조(경로우대)와 노인복지법 시행령 제19조이다. 이처럼 국가가 법으로 도시철도 무임승차를 강제하고 있으면서, 이로 인한 손실은 지방자치단체가 떠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지방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도시철도 무임승차 지원은 교통복지 성격으로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해당한다며 지원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무임승차가 가능한 노인의 연령을 70세나 그 이상으로 상향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대구시에서 가장 먼저 이를 추진하고 있다. 즉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서 100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노인'을 규정하는 연령 기준을 새롭게 설정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따라 지하철과 지상철 등 도시철도 이용에서도 현재 65세로 돼 있는 규정을 70세로 상향 조정하고, 그동안 시행령이 정한 '경로우대시설'에서 빠져 있어 할인 또는 무임 탑승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시내버스에 대해서 전국 최초로 금년 6월 28일부터 대구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무상으로 이용할 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의 의지에 따라 시는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의 상향 조정에 대한 여론 수렴과 관련 조례 개정에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즉 오는 3월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노인의 기준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오는 6월 28일부터 70세 이상은 광역시 중 처음으로 도시철도와 함께 시내버스도 무료 이용이 가능하게 되는 반면 현재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는 만65세 이상 70세 미만의 노인은 그동안 이용하던 무임승차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여론 수렴과정에서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해오던 65~69세 승객들의 혜택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로 인해, 버스는 74세를 시작으로 70세까지 해마다 무임승차 연령을 1세씩 낮추고, 도시철도는 65세에서 70세까지 해마다 1세씩 올리는 방식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몇 가지 의구심이 생긴다. 첫째 과연 노인복지법의 개정 없이 도시철도 무임승차 가능 연령을 조례로 상향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법에 '할 수 있다'라는 규정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라는 의미이지만, 한다면 그 규정을 지켜야 한다. 또 법에 65세부터가 아닌 '이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70세로 규정하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하지만 '이상'은 '부터'의 의미라는 것은 상식적인 것이 아닌가 한다. 둘째, 이번 계획은 특정 연령대의 노인들에게 시내버스 무료이용이 추가로 도입되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이 도시철도 무료이용 연령 상향으로 줄어드는 손실 감소보다 훨씬 큰 만큼 단순히 도시철도 무료이용에 따른 손실을 줄이고자하는 취지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기존 무료이용자의 혜택을 줄이고 곧 무료이용 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주어, 또 다른 노인세대간의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는 시책을 추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법률전문가이면서 대통령 후보와 당대표,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내 중앙과 지방정치를 두루 섭렵한 이 시대의 대표적인 정치인 중의 한사람으로서 산전수전 다 겪은 홍시장이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노인들의 불만을 감안하면서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를 필자는 알 수가 없다. 봉황의 뜻을 모르는 게 참새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대구시의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 변경 추진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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