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뿔 걸린 나뭇가지에도 꽃불 지필 때가 되었다
겨울 산비탈 헤매고 다니다, 발등에 토닥토닥 쌓은 정도
엉킨 사연 풀고 싶다
검은 꿈속에서도 라도 별을 끄집어 낼 때가 되었다
번뇌 망상에도 하얗게 피우는 기도
본 둥 만 둥 하던 너와 나
이정표로 세워둔 나무에 별을 걸어둔다
혼자 견딘 찬가지도 봄날엔 흔들리리라
우담바라처럼
출렁거릴 만큼 출렁거릴 마음 바닥이라면
푸른 그늘 따라 사뿐사뿐 흰 버선발로
나설 때가 되었다
◇채자경= 서울 출생. 월간 ‘순수문학’등단. 형상시학회, 국제펜클럽, 한국여성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목련꽃 사다리’가 있음.
<해설> 천년에 한번 핀다는 전설 속의 꽃 우담바라! 는 고뿔 걸린 나뭇가지가 봄날 성급히 피워내는 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시인은 말하고 싶다. 결국 그리움의 끝에 피우는 꽃이 또한 우담바라여서 늘 가까이 하면서도 본 둥 만 둥 지내던 이웃도 알고 보면 우담바라인 것이다. 함께하는 지향점은 이정표로 세워둔 나무에 별을 거는 것. 시인의 우담바라에서는 아마도 사뿐 사뿐 흰 버선발로 나서는 소리가 들리는 듯.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