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으로 말려있던 산 그림자, 쫓긴 물결에 바삐 풀린다
개여울 버들가지는 제 몸 가누기도 벅차다
버들 뿌리에 아가미를 둔 물고기들 뻐끔뻐끔 호흡을 하면서도
가지에 걸린 낮달이 궁금하다
발 담그지 않겠다고 작심한 달뿌리풀이 연신 입술로 보내는 신호에도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서성대는 갈대들의 마을 ?
낮밤 바뀐 줄 모르는 사람들이 개구리 알처럼 붐빈다
도깨비에게 먹힌 해는 도깨비불로 타닥타닥
불에 덴 달처럼 물 한복판을 휘젓는다
허공을 나는 기러기 떼, 산그림자 끌며 서둘러 길 떠나고
나는 물가에서 당신의 책력에 파란, 밑줄을 긋는다
◇서교현= 2021년 ‘시인정신’ 신인상 수상 .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타클라마칸, 혹은 쥐똥나무를 위하여’가 있음 .
<해설> 저녁의 호숫가 풍경이 눈 안에 파노라마처럼 들어온다. 호숫가는 우리네 사는 마을과 다르지 않다.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서성대는 갈대들의 마을/ 낮밤 바뀐 줄 모르는 사람들이 개구리 알처럼 붐빈다” 의 붐비는 마음을 저녁으로 데리고 가서 밤에 드는 시인은 이태백 시인을 닮아가고 있다. 결국 물은 당신이라는 커다랗고 둥근 물 즉 여성이다, 그런 여성은 자신을 편히 뉘여 줄 어머니의 자궁이거나 그와 유사한 어떤 평화를 시인을 꿈꾸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