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궤변과 선동
[대구논단] 궤변과 선동
  • 승인 2023.03.0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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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
유영하 변호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상대로 부결됐다. 이 체포동의안은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법원의 영장심사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다고 해서 이 대표가 바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위례. 대장동 개발은 단군 이래 최대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손해이며, 성남시라는 지자체에서 일어난 이재명 시장과 특정 업자들의 정경유착과 토착 비리로서 이미 다수의 관련자가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기소된 사건이고, 성남 FC 사건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는 만만한 관내 기업체를 골라 이 시장 측이 먼저 흥정을 걸고 뇌물을 받은 것으로 후불제 뇌물, 할부제 뇌물방식으로 뇌물이 지급되었다”라고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신상 발언을 통해 “아무리 깊어도 영원한 밤은 없다”라고 하면서 “혐의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하려는 사상 초유의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역사적인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검찰의 영장 청구를 비난하였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97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이 되었지만, 민주당에서 169명 전원이 투표에 참여한 것을 고려하면 최소 31명이 체포동의안에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표결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예상을 뒤엎은 것으로,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탄핵을 당한 것이고 정치적 불신임을 받은 것이다’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정가에서는 추후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뿐만 아니라, 백현동·쌍방울 불법 대북송금혐의 등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되면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작년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인천 계양(을)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했다. 계양(을) 지역구는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한 지역구로 이재명 대표는 아무런 연고도, 연관도 없는 지역이다. 당시 당내 외에서 많은 이들이 대선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대선 패배 후 불과 3개월 만에 민주당 우세지역의 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가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 이유를 이번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로 인해 모든 국민이 명백하게 알게 되었다. 이 대표는 구속을 피하기 위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 헌법 제44조 제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라는 불체포특권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국회의원의 활동을 보호해서 자유로운 국회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의원의 개인 비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아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공약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었다. 또한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냐, 국가권력으로 장난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냐”며 대통령을 깡패로 바로 치환하면서 검찰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것이라는 궤변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나아가 개인적인 비리 사건을 정치문제로 왜곡하고, 공천권을 무기로 소속 국회의원을 자신의 구속을 방어하는 전위대로 활용하였다. 이 대표는 이번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되어 일시적으로는 ‘원칙 없는 승리’를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참담하게 패배한 것이다.

이 대표에게는 이번 영장에 기재된 혐의 이외에 백현동,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주장하는 혐의가 참으로 억지스럽고, 장기간의 먼지떨이 수사에도 아무 증거가 없으며, 무죄 정황만 차고 넘친다”라고 주장한 이 대표이기에 앞으로 진행될 백현동,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에 대한 검찰수사에서는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증거로 결백을 입증할 것으로 기대한다.

옛말에 맹수에 쫓기던 꿩이 머리를 덤불 속에 숨기지만 꼬리를 미처 숨기지 못하고 쩔쩔맨다고 했다. 머리를 깊숙이 넣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꼬리는 다 드러나 있어 머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매서운 겨울도 봄을 이기지 못하듯이 머지않아 이 대표가 믿고 있는 진실의 힘이 덤불에 숨기고 있던 머리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게 할 것이다. 그리고 궤변과 선동으로 주권자를 배반하고 민주 공화정에 도전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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