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학교폭력이 사회 공통의 이슈로까지 번진 와중에 초등학교 저학년을 학교폭력예방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이야기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정말 ‘폭력’으로 보아야 하느냐는 거다. 사실 이 이야기는 2020년이 되기 전에부터 꾸준히 정책적인 흐름,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면, 저학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학교폭력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지 않는다면 담임 교사를 비롯한 학교 측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초등 저학년의 싸움을 학폭으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은, 이러한 다툼이 결국 학부모 싸움으로 번져서 필요 이상의 악성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염려를 전한다. 그러나 학생의 다툼을 학폭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학부모 싸움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다소 단순하다. 소위 ‘악성 민원’은 그 사건을 다만 ‘학교폭력’으로 처리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만약 1학년 아이들이 서로 다투었고 그 결과로 정서적이거나 신체적인 피해를 보았다면, 그게 학교폭력의 사안이든 아니든, 학부모에게는 중요한 민원 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악성 민원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오히려 학교폭력이 아니게 된 이러한 사안 처리는 원활한 해결로 이어지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어린 학생들의 다툼 정도는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정의는 학폭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장 자체 해결의 효과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 교사 역시 학교폭력이 아니게 된 사안을 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학교의 집행력이 떨어지게 된다면 오히려 사안에 대하여 인정하지 않으려는 학부모도 늘 우려도 있다.
당연하게도 초등학교 저학년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처분의 대상에서 제외되든지 말든지, 그래서 이 아이들의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정의 내려지든지 아니든지 결국 학교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이 사건이 학교폭력 사안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 그러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설마 그저 반에서 다독여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정말이지 요즘 초등학교 교육 현장을 모르고 하는 탁상공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법 개정을 주장하는 일각에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처분 대상에서 초등 저학년을 제외하는 대신, 이들에게는 ‘별도의 절차’로 사안을 처리하자는 안을 제시한다. ‘준 학교폭력’ 정도의 이 안이 학교 폭력의 절차와 어떤 점이 의미가 달라지는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학교폭력을 연령별로 나누어서 처리하고 처분을 낮게 하게 되는 정도로 개정된다면, 개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초등학교 저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가해 학생이 악의가 다분한, 큰 사안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할까? 어리기 때문에 낮아진 처벌을 내리거나, 혹은 처벌이 없는 것이 적합한까? 범법자에 따르는 나쁜 행동이지만 아직 어려서 벌을 받을 수 없는, 지금의 촉법소년 이슈와 같은 문제를 안게 될지도 모른다.
‘폭력’에 대한 규정, 인지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 지금의 시선에서 어른들이 작다고 치부할 수 있는 사건들은 이제 더 이상 작은 사건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더 이상 작은 것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저학년 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학폭법 이전의 학교에서와 같이 그냥 담임이, 학교가 알아서 잘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학년의 폭력은 학교폭력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학교폭력이라 할 것인가? 만약 학폭법이 정말 개정이 된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폭력을 뭐라고 정의하게 될지부터가 나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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