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故 민주주의 - 더불어민주당의 오만과 독선
[의료칼럼] 故 민주주의 - 더불어민주당의 오만과 독선
  • 승인 2023.03.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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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 대구시의사회 기획이사, 수성아동병원
2021년 8월 통과된 수술실 CCTV 설치의무화법(이하 CCTV법)이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25일 시행예정인 가운데, 최근 서울 모 성형외과 진료실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던 사실이 밝혀져 많은 충격을 주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현재 수사 중으로 해킹을 통해 동영상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영상에는 지난달 24일부터 5일간 촬영된 것으로 수십 명의 환자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신체 민감 정보가 있었다고 한다. 해당 병원은 대리 의사가 아닌 전문의가 직접 수술한다며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었다는 점을 홍보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다. 진료실 영상 유출만으로도 문제인데 더 많은 신체 민감 정보가 포함된 수술실 영상이 유출될 경우 그 피해와 사회적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에는 강남 성형외과에서 연예인 성형 동영상 유출 사건도 있었다. 해당병원 간호사가 수술 받던 연예인의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했고, 이를 남자친구에게 건넨 후 남자친구가 해당연예인에게 돈을 요구하며 협박하였다가 연예인의 신고로 범인은 잡혔다.

CCTV법이 통과하기 전부터 의료계는 이 법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위에 언급된 사건들처럼 동영상 관리 및 유출 문제도 그 중 하나였다. 환자 신체 민감 정보가 담긴 자료가 인터넷 해킹뿐만 아니라 병원 직원 및 관리업체 직원의 고의나 실수로 유출되는 것에 대한 방지책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행을 앞두고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현재 정부가 제안한 수백억 예산이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깎여 시행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법 필요성에 대한 논리로 펼쳤던 국민 알권리 및 의료사고 피해자 보호도 수술 장면이 자세히 찍히지 않는 CCTV 설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법이 시행되면 위험도가 높은 수술에 대해 기피현상뿐만 아니라 위험한 수술을 하는 과에 의사 지원 기피현상이 가속화 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는 점이다. 물론 대리수술방지 및 일부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CCTV법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다.

이렇게 많은 문제가 있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것은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다수당의 오만과 독선으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결과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민주당의 이런 행보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간호법(이하 간호단독법) 및 의료인 면허결격사유 확대법(이하 면허박탈법) 통과 과정은 가관이다. 기존에 있는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수정으로 간호사 업무 범위 및 처우 개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 의료직역 업무를 침해하며 간호사 이익만을 위한 ‘간호단독법’과 의료와 관련 없는 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취소가 되고 취소 후 재교부 금지기간을 현 최대 3년에서 10년으로 상향하는 등 의료인에게 타 직역과 비교해 너무 과한 잣대를 대는 ‘면허박탈법’을 충분한 논의와 숙고도 없이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처리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대로라면 문제 많은 악법들이 민주당 뜻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간호단독법으로 인해 의료직역간 갈등으로 의료현장의 혼란이 생겨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것이고, 면허박탈법으로 인해 의료인들은 약간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중환자와 고난이도 환자를 기피하는 소극적인 방어 진료를 하게 되어 결국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대한민국 대표 정당 중 하나인 민주당은 국민 건강에 중요하고 사회갈등과 논쟁거리가 많은 법 제정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포기하고, 민의(民意)를 호도하며 다수결 원칙을 악용하고 있다. 다수결 원칙이 민주주의를 실현해 가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지만, 다수의 결정이 항상 옳지 않다는 점과 특히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료관련 법들은 보다 신중히 토론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민주당은 주지해야 한다. 또한 사회갈등 조장(助長)이 아닌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충돌을 잘 해결하여 국민건강과 국익을 지키는 것이 정당과 정치의 존재 이유이자 본질임을 잊지 말고 민주주의 가치를 잘 지켜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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