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성장·저출산·고령화 그리고 그에 따른 부족한 일본 정부의 대처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사토리 세대를 만들었다. 구조 조정이나 체질 개선 같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금리 인하, 환율 상승, 재정 확대라는 땜질식 해법이 고통의 기간을 늘린 것이다. 똑같은 국가적 재앙이 한국에도 엄습해 오고 있다. 이번에 보도된 ‘쉬었음’ 청년 50만 명 보도가 그 징후다. 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나타났던 주택 가격 상승, 그리고 최근 올라간 금리에 따른 부동산·주식 거품 붕괴 조짐은 일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기에 지금 이 순간은 해방 이후 한국에 어떤 체제의 정부가 들어서느냐 만큼의 중요한 시간이다. 정부가 어떤 대처를 하냐에 따라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20년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갈 2~5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가 새해부터 발표한 3대 개혁(노동, 연금, 교육)은 국가적 체질 개선으로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다. 다만 ‘주 69시간’ 같은 설익은 정책 발표는 오히려 더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말하자면 진단은 정확한데 그 처방이 아마추어적이다. 지난주 보도된 ‘윤석열 정부에 검찰 출신 136명’ 내용도 우려스럽다.
금융위원회,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같은 곳에는 검찰 출신이 자리할게 아니라 전문가가 있어야 할 곳들 아닌가. 일본은 위기가 닥쳤을 때 좋은 선례가 없어 당황했겠지만 우리는 반면교사 삼을 일본이 있다. 부디 고위공직자들이 “알고도 못했다”는 역사적 오명을 남기지 말고 “알았기 때문에 극복했다”라는 내용의 회고록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