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무인점포의 소리없는 전쟁, 고객 발걸음 잡고 싶다면 ‘차별화된 전략’ 갖춰야
[일상 속 디자인 기행] 무인점포의 소리없는 전쟁, 고객 발걸음 잡고 싶다면 ‘차별화된 전략’ 갖춰야
  • 류지희
  • 승인 2023.05.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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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고효율 창업 대명사
아이템 있다면 도전하기 수월
프랜차이즈, 안정적 매출 보장
개인 매장은 소규모 매입 장점
브랜딩 어떻게 할까
일관적인 비주얼 콘셉트 기반
광고기획·인적서비스 등 구축
운영시스템 갖춰 방향성 모색
무인반찬가게
무인반찬가게의 내외부 모습이다. 24시간 원하는 종류의 반찬을 간편하고 위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밀키트자판기계가 설치되어 무인운영 중이다.

어제도 그제도 젊은 2030대 사장님들의 신규창업 브랜딩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카페, 초밥집, 고기집, 와인바 등 새로이 생겨나는 프렌차이즈들과 동거동락하며 컨설팅부터 인테리어디자인까지 토탈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는 얘기들이 여기 저기에서 들려오지만, 되려 그럴수록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기분좋은 활기를 느낄 수 있어 한편으로는 감사하기도 하다.

치열하게 생동하는 시장속에서 브랜드로고부터 간판, 인테리어, 실내외사인물, 매장운영컨설팅까지 원스톱으로 가게창업준비를 함께 하면서 실질적인 창업비용이나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그 누구보다 속속들이 들여다 보곤 한다.
 

반찬가게
무인반찬가게의 내외부 모습이다. 24시간 원하는 종류의 반찬을 간편하고 위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밀키트자판기계가 설치되어 무인운영 중이다.

위치에 따라 세부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임대료를 제외하고 대부분 기본적으로 약 2천만~3천만원 정도면 간판, 인테리어,키오스크계산기,CCTV, 냉장고 등 초기 물품들을 스탠드하게 셋팅할 수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여 시작하는 가게들 중에서도 잘 되는 곳은 연 매출 2억원도 훌쩍 넘는 실적을 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가게의 경우 파리만 날리기도 하는 것이 실정이다. 많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알게 모르게 많이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프렌차이즈 창업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근본적인 품질력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거기에 한 가지가 더 더해져야 한다. 바로 차별화된 브랜딩이다. 예를 들어, 치킨집을 창업한다고 하더라도 맛있는 치킨을 만들 수 있는 가게는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손님들이 어떤 치킨집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요소는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어필하는 브랜드마케팅의 꾸준함과 일관성있는 비주얼적 매력어필일 것이다. 어떠한 컨셉으로 어떻게 차별화를 인지시키는지가 너무나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컨셉은 단지 보여지는 마케팅과 디자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는 물론, 광고기획, 가게의 인적서비스와 운영전략 등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잘 알다시피 SNS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입소문의 영향력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브랜드이미지 갱신과 차별화된 서비스 마인드거 중요하다. 이에 따라 사장과 알바생간의 인간적인 문제에 대한 마찰도 적지 않다. 매월 가게 자릿세로 나가는 고정지출과 재료비, 거기에 잘하든 못하든 직원들의 월급과 틈틈이 챙겨줘야하는 로열티까지 생각하면 매장 하나를 제대로 브랜딩하여 운영하는데에는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더해져야 하는지 창업자의 입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때문에 고정적인 지출이 있기에 수익의 일부분을 내어주더라도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중대형 프렌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요즘은 적은 매입으로 고수익을 내는 작지만 강한 개인브랜드매장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젊고 똑똑한 사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좀 더 특별하고 좀 더 참신하며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창업, 바로 ‘무인점포창업’이다. 말 그대로 사람이 자리를 지키지 않고도 가게가 돌아간다는 점이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10평 남짓한 아담한 공간에 사람을 대신하여 작동할 수 있는 기계만 셋팅되면 얼마든지 쏠쏠한 매출을 내는 가게로 운영할 수 있다. 이쯤되니 구태여 인권비를 들이지 않고, 좋은 위치, 가성비있는 자리세의 여러 공간을 무인점포로 동시 운영하는 사장들도 많다.
 

무인라면가게
대구 칠곡 대학로에 술집상권에 생긴 무인라면가게의 내부브랜딩모습이다. 10평 정도되는 규모에 라면자판기와 셀프바를 통해 직접 간편하게 조리하여 라면을 먹을 수 있다.

우리 동네만 해도 며칠 전, 무인 라면가게가 생겨났다. 대학생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로의 한 구석에 위치해 있는 10평 남짓한 라면가게는 술집골목들이 즐비한 상권에 자리하여 24시간 돌아간다. 무인점포의 시스템이 궁금해서 들어가본 매장에는 정말 있어야될 것들만 있었다. 갖은 종류의 컵라면과 봉지라면, 함께 곁들여 조리해먹을 수 있는 치즈, 떡, 고춧가루 등 소정의 재료들과 김치, 단무지 같은 밑반찬 몇 가지가 전부였다. 라면 한 봉지에 2500~3000원대로 가격대로 적지않은 금액이였지만, 술집 상권이 많은 이 골목에서 늦은 시간에 만만하게 해장하기에 충분히 수요가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친구와 함께 혹은 홀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에도 눈치볼 필요없이 찾을 수 있는 소담한 공간이였다.

손님의 입장뿐만 아니라 가게 사장이라면? CCTV로 실시간으로 공간을 확인하고 가끔씩 매장을 들러 기본적인 주변정리와 재료들만 채워줄 수 있다면, 관리면에서나 인력적인 부분에서나 저비용 고효율의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동선이 가까운 곳에 무인점포를 여러 개 운영하며 시간대에 따라 잠깐씩 들러 가게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인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굳이 사람을 대면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소비시스템이라면, 어떤 아이템이든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는 것이 무인점포가 아닐까. 주거공간이 많은 동네에는 무인반찬가게들도 꽤 여러곳 생겨나고 있다. 맞벌이 부부와 나홀로족이 많아지면서 제대로된 요리를 거친 음식을 섭취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간편식을 매번 찾기에는 웰빙시대에 건강이 염려되니, 손수만들어 먹는 집밥은 아니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엄마반찬’이 그리울만도 하다. 이러한 가려움을 긁어주는 것이 무인으로 언제든 방문하여 원하는 반찬을 집어올 수 있도록 만든 무인반찬가게이다. 작은 공간에 알뜰살뜰히 진열해 놓은 각양각색의 반찬들이 마치 엄마가 몰래 채워주고 간 자취방 냉장고처럼 정겹고 반갑기까지 하다.

계절에 따라 직격타로 영향을 받는 아이템의 무인점포도 있다. 아이스크림가게나 어묵바와 같은 경우이다. 이 업종의 경우 전자는 4~9월 더운 계절에, 후자는 찬 바람이 부는 9월~12월 추운계절에 성수기로 집중적인 매출이 일어난다. 400원에 아이스크림을 팔면 보통 100원이 남는데, 그게 무슨 돈이 될까 싶지만, 무더운 여름철에는 한 번에 수십개씩 사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매출이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극성수기의 반짝 매출을 염두하여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작은 무인가게들은 가게 브랜딩 역시 간단한 셀프브랜딩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SNS마케팅을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동네상권의 유동인구를 집중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실내외 디자인이 관건이다. 브랜딩이란 단순히 비주얼적인 매력을 너머 보이지 않는 운영전략, 즉 시스템브랜딩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보여지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중심점을 잘 잡아 브랜드가 오래도록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시스템의 방향성은 다르지만 대형프렌차이즈와 개인무인점포 모두 더욱 특별하게 살아남기 위한 소리없는 브랜딩전쟁중이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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