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린 아가리, 딱
이빨 감춘 아귀처럼 생겼다
저 뱃구리에 얼마나 큰 어둠 들어찼을지
푸르다 붉다 껌벅거리는 노란 눈
온종일 쇳덩이 삼키고도 모자라
아가리 벌리고 있는
아귀의 식성
되새김질이라도 하는지
위장은 층층 여러 칸이다
들어가면 좀체 나올 줄 모르는
욕망의 수족관
뱉어내는 법이 없다
◇김석= 시인정신으로 시, 문학청춘으로 시조 등단, 대구예술살 수상, 시집으로 ‘거꾸로 사는 삶’, ‘침묵이라는 말을 갖고 싶다’,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가 있음.
<해설> 이빨 감춘 아귀 한 마리를 입체적 분석을 통해 겉과 속을 살뜰히 그려놓고 있다. “들어가면 좀체 나올 줄 모르는/ 욕망의 수족관”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데, 아마도 일차적으로는 지하 주차장이지만 시인의 시를 대하는 독자들은 나름 지하 주차장의 이름을 각자 준비해두고 자기 식대로 부르게 된다. 이념의 모습일 수도 있고, 죽음, 질병, 전쟁, 사랑 등 그 무엇을 적용해도 아귀는 긍정이 아닌 부정으로 이미지로 해석된다.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이 아귀임을 시인은 넌지시 비유하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