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겨울강가에서
[좋은 시를 찾아서] 겨울강가에서
  • 승인 2023.05.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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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한 시인

겨울 속으로 강이 흐른다

얼어붙지 않기 위하여

서로의 몸을 비비며 흐른다

삶의 온도는 높지 않아

서로의 아궁이에 불을 들이고

수심이 얕으면 앞의 물이

뒤의 물을 업고 징검다리를 건넌다

쇠물닭은 강물 위에 물수제비를 뜨고

동그란 파문의 알을 낳는다

노을이 어깨너머로 깔리면

뭇별 하나 둘 정화수를 뜨고

먼 길 떠나는 철새처럼

어둠인 채로 강물은 노숙한다

강물의 앞길을 염려하며

사람의 마을에도 불이 켜진다

◇박경한= ‘오늘의 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 ‘살구꽃 편지’, ‘목련탑’, ‘풀물 들었네’ 출간. 제1회 ‘칠곡문학상’수상, 2022년 대구문화재단 문학작품집 발간지원 수혜. 왜관 순심고등학교 국어 교사 재직 중.

<해설> 겨울강이 흐르는 모습을 알뜰히 추적하면서 중간 중간 시인은 직관을 보태고 있다. 그의 강은 얼어붙지 않기 위해 흐르는 강이며 서로의 몸을 부비는 강이다. 강이 아니라 사람이 흐르는 강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거나, 한 사람의 생애가 그러하다는 것인데 강자와 약자가 앞과 뒤를 밀고 당기며 함께 징검돌을 건너는 모습은 시인이 꿈꾸는 어떤 평화로운 세상의 한 모습이 아닐까. “강물의 앞길을 염려하며/ 사람의 마을에도 불이 켜진다” 는 아마도 시인이 겨울 강물로부터 얻은 여러 가지 교훈을 사람의 마을로 옮겨놓음으로 강은 단지 객관적 상관물로 잠시 데려온 대상일 뿐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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