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청소년과 마약,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목요칼럼] 청소년과 마약,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 승인 2023.05.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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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지난 70년대 '대마초 사건'과 같이 상류층 자제나 연예계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탈행위로 알려졌던 마약문제가 최근 10대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어 우리 사회에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약(痲藥)은 '강한 진정 작용과 마취 작용으로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며, 습관성이 있어 오래 사용하면 중독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마약류취급의료업자의 허락 없이 이를 복용하면 법률상 단속의 대상이 된다.
이런 마약이 최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을 비롯하여 인천에서는 공부방 용도로 빌린 오피스텔에서 고등학생 시절부터 2억 원 상당의 마약을 판매한 대학생 3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구에서는 여고생에게 필로폰을 공급해 중독 시킨 후 이를 미끼로 판매에 이용한 마약 판매상이 구속· 기소되는 등 10대 청소년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마약중독자 일명 '약쟁이'는 부모·자식도 몰라본다는 말이 있을 만큼 비난하고 심지어 이들과 접촉하는 것조차 기피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의 강력한 마약류 단속은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수준의 마약청정국으로 만들었다. 즉 전 세계적으로 마약 소지나 투여를 처벌하는 국가가 상당히 많지만, 투여의심자에게 혈액 및 소변 검사를 통해서 또는 과거 투약 경험에 관한 증거물을 통해서까지 강경하게 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마약에 관한 한 청정국이라고 자부하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20명을 넘어서면 마약의 급속한 확산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는 인구 10만 명 당 마약사범 적발 수를 일컫는 '마약범죄계수'가 28명으로 마약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국가가 되었다. 특히 청소년층으로 마약사범이 확산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19세 이하 마약사범이 2019년 119명에서 작년 481명으로 무려 4배가 증가하는 등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그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가장 보편적으로 마약은 미국에서도 투여 마약 1위를 차지하는 펜타닐(fentanyl)이다. 펜타닐은 고가인 코카인이나 필로폰보다 저렴하여 1회분 가격이 불과 2만 원 내외로 흔히 '피자 한 판, 치킨 한 마리 값 정도'로 불려지고 있어 청소년들이 용돈으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청소년들은 병원에서 아픈 척하며 펜타닐 성분을 지닌 진통제를 처방받은 뒤 이를 투여하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마약을 구입하는 방법 또한 성인들과 같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을 통해 소위 '던지기 수법'을 이용하고 일부에서는 비용도 자금 추적이 어려운 암호 화폐를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져 우리를 놀라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었던 마약류를 살펴보면, 50년대에서 60년대는 모르핀과 헤로인 등 아편계, 70년대는 대마, 80년대는 필로폰, 90년대에는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와 코카인, 최근에는 펜타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2000년 1월 12일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 그리고 그 원료물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그동안 분리되어 있던 마약류 관련 법률들을 통합하여 단속하고 있지만 줄어들기는 고사하고 그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NS의 발달로 마약류에로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펜타닐처럼 저렴한 마약류가 등장함에 따라 청소년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급증하는 마약사범과 지능화·흉포화 되고 있는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4월 10일, 범정부 차원의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되었다. 수사본부는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 공급 사범에 대해서는 가중처벌 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고, 비록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마약을 공급하거나 불법 유통한다면 엄단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다만 청소년의 경우 호기심으로 인한 단순 투약자는 교육과 치료를 조건부로 선처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마약이 산발적으로 계속 청소년들 사이에 파고 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철저한 단속과 병행하여 수요 감축을 위한 예방차원에서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마약과 관련한 교육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미 청소년들은 SNS와 같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마약과 관련된 내용을 접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에서 마약중독의 폐해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예방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고, 만에 하나 일시적으로 마약을 투여하게 되었을 경우에도 전문적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 그러나 중독재활센터가 전국에 2곳 밖에 없는 등 아직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나 프로그램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시급히 보완해야 할 사안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청소년들이 육체와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마약으로부터의 유혹에서 벗어나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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