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양갓집
아씨였을까요
해가 뜰 때
대문을 열고
해가 저물 때보다
일찍 대문을 닫는
수련의 꽃대문은
솟을대문입니다
◇김연화= 1963년 경북 봉화 출생. 2013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 ‘초록나비’ 발간.
2000년 동서문학상 시 부문 수상. 숲해설가.
<해설> 꽃 중에 가장 좋아하는 꽃을 꼽으라면 나는 수련을 꼽는다. 수련도 그렇지만 물위에서 피는 꽃을 나는 좋아한다. 알게 모르게 물 저 바닥의 진흙에 뿌리를 두고 수평위의 세상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는 꽃들은 왠지 숭고한 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물가를 자주 찾는 나의 사주는 불인 바, 물이 피워 올린 꽃을 보면 마음의 어떤 평화가 찾아온다. 김연화 시인의 수련은 의인화된 꽃이다. 양갓집 별당아씨를 그려낸 꽃으로 보인다. 그렇다 어쩌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그런 꽃이다. 내 첫사랑도 그랬다. 타성바지에 가난하기까지 했으니 솟을대문 집 딸을 연모했던 나는, 그 집 뒷산 물푸레나무에 둥지를 만들어 두고는 수시로 올라가 그녀를 넘겨다보곤 했었다. 나도 어쩌면 언젠가는 저런 솟을대문을 지닌 집을 짓고 살 수 있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달려왔지만, 결국 돈 안 되는 시에 빠져 환갑을 넘긴 지금, 폭삭 망했다. 그러나 한 시인이 피워 올린 수련 한 송이를 오늘 제대로 만났으니, 저녁으로 드는 길이 환하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