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투캅스, 70대 노인 돈 보따리 찾아줘
안동 투캅스, 70대 노인 돈 보따리 찾아줘
  • 대구신문
  • 승인 2011.01.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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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직파출소 권영철.권순국 경사
'20년 품삯'...교통사고 현장조사중 발견
왼쪽부터 안동경찰서 일직파출소 권영철.권순국 경사
교통사고로 인해 평생 동안 모은 현금 수천만 원을 잃어버린 70대 노인의 돈 보따리를 찾아준 경찰관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안동경찰서 일직파출소 권영철, 권순국 경사.

권 경사 등은 지난 13일 오후 5시40분께 안동시 일직면 원호리 국도 5호선에서 안동방향으로 가던 경운기와 학원 승합차 추돌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앞서 가던 경운기를 뒤따라가던 승합차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다. 짐이 잔뜩 실린 경운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져 도로가에 전도돼 있었고 어린이들을 태운 승합차의 상태도 심각했다.

이 사고로 경운기를 몰던 김모(70) 할아버지와 승합차에 타고 있던 어린이 1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권 경사 등은 곧장 사고현장 수습에 나섰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쯤 도로 옆 농로 쪽에서 때 묻은 짐 보따리 하나를 발견했다.

보따리 속에는 얼핏 봐도 옛날 구권 만원 지폐 등 엄청난 액수의 현금이 들어있었지만 쓰레기더미처럼 보여 자칫 지나칠 뻔 했다는 게 당시 권 경사의 설명이다.

권 경사 등은 직감적으로 김 할아버지의 보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몰던 경운기에는 마치 어디론가 이사 가는 것처럼 상당한 양의 보따리와 가재도구 등이 실려 있었고 심지어 자전거까지 싣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돈 보따리를 든 권 경사 등은 할아버지가 옮겨진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식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검사와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권 경사 등은 보따리 속에 있던 돈을 간추리기 시작했다.

권 경사는 “보따리 속에 돈은 상당기간 동안 장판 같은 곳에 보관돼 온 것 같았다”며 “옛날 구권인데다 보관 상태도 좋지 않아 눅눅하고 시커먼 색깔로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

병원의 지폐계수기로는 도저히 간추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병원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거의 1시간 만에 돈 정리를 마쳤다.

보따리 속에 돈은 모두 2천630여만 원. 김 할아버지가 의식을 회복한 뒤 가장 먼저 찾은 돈 보따리는 20여년을 남의 집 일꾼으로 생활하며 모아온 할아버지의 전 재산이었던 것.

김 할아버지는 “갑자기 쿵하더니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며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이고 보따리가 없어져서 눈앞이 깜깜했는데 경찰관들이 내 보따리를 찾아준 것”이라고 감격했다.

김 할아버지는 이날 20여 년 동안의 객지 생활을 정리하고 자신의 고향인 안동시 북후면으로 귀향하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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