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부처님 오신날의 참된 의미
<특별기고> 부처님 오신날의 참된 의미
  • 승인 2011.05.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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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0일은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날이다. 음력으로는 4월 8일이기에 사월 초파일, 또는 초파일이라고도 한다.

불기(佛紀)는 부처님 입적년인 BC 544년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부처님께서 80년을 사셨고 올해가 불기 2555년이니 2635년전 오늘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이다.

부처님은 어머니인 마야부인께서 출산을 위해 친정으로 가던 중 산통을 느껴 룸비니 동산 무우수 나무 아래에서 태어나셨다. 『수행본기경』「강신품」에는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으로 일곱 걸음씩 걸었는데, 옮기는 걸음마다 수레바퀴 같은 연꽃송이가 피어올라 그 발걸음을 받쳐주었고, 사방과 상하를 둘러보고 오른손을 위로, 왼손을 아래로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고 사자후를 외쳤다고 한다. ‘하늘 위와 하늘아래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모두 고통 속에 헤매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고 외친 이 게송(偈頌)의 뜻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늘날 부처님 오신날을 즈음하여 연등(燃燈) 즉 수박등 연꽃등 등 갖가지 모양의 등을 만들어 불을 켠다. 이 연등은 부처님 탄생을 축하하던 당시 인도의 풍습을 재현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 의미는 “법등명 자등명(法燈明 自燈明)” 즉 불법의 등불을 밝혀 자신의 지혜의 등불을 밝히려는 서원(誓願)을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자와 못가진자, 원거주자와 이주자, 나이 많은 이와 적은 이 등 계층, 집단, 신분, 이념 등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시면서 가르치신 그 의미가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저민다.

부처님 오신 날 불교 신자는 물론 많은 이들이 사찰을 찾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등을 켠다. 근년에는 부처님 오신날 많은 사찰에서 법당 앞에 탄생불을 모시고 ‘욕불(浴佛)의식’을 행한다. 즉 청정한 생명의 물, 지혜의 물로 탄생불을 씻기는 의식을 통해 자신의 무지(無智)와 무명(無明)을 씻어내고 지혜를 일깨워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겠다는 서원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행해지는 연등과 욕불 의식을 보면 이들 의식이 갖는 의미를 새기지 않고 단순히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복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부처님 당시 가장 가난했던 한 여인이 켠 등이 부자나 귀족이 켠 등 보다 더 오래 더 밝게 켜져 있던 것을 일깨우신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지극한 마음과 정성을 다한 순수한 마음이 가장 크고 밝은 등임을 되새겨야겠다. 크고 화려한 등도 좋지만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인 ‘우리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심’을 지극한 정성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욱 밝게 밝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주변에 힘들게 사는 이웃의 고통을 함께 하며 더불어 사는 선행(善行)을 실천하는 것이 참된 의미인 것이다.

의식의 참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형식적이거나 기복적인 것에 빠지게 되면 부처님 오신날 온 종일 물 세레를 부처님께 가하는, 지독한 물고문을 행하는 것이 아닐까

조춘호(대구한의대학교 한국어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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