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사각덩어리에 보이지 않는 흔적…
단순한 사각덩어리에 보이지 않는 흔적…
  • 황인옥
  • 승인 2013.01.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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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회회관, 조각가 유영환 전시회 ‘사색’

물질의 본질 찾아나선 작가의 꼼꼼한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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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환의 ‘사색’전 전시작
물질 이전에 순수한 본질이 있었다. 그 본질이 시간과 공간과 법칙을 만나 물질로 탄생했다.

조각가 유영환이 세상에 던진 화두도 물성적 존재 속에 내면화 된 ‘본질’에 관한 것. 탐구의 범위는 세계와 존재, 인간과 자연 등 광범위하다.

작가가 본질을 탐구하는 방식은 사색·명상·응시·관조다. 이러한 방식으로 존재와 관련된 이유 목적, 시간, 공간에 대해 깊은 사색이 진행된다. 충분한 교감이 끝난 후에 얻어진 본질은 작가의 머리 속에서 꼼꼼하게 설계된다.

머리 속 설계도는 재료와 시간의 흐름이 더해져 현실 속의 자립된 실체로 드러난다.

봉산문화회관 전시실 중앙 벽면에 걸려있는 두꺼운 세로형 직육면체 3개를 수평으로 연결해 조합한 사각 덩어리(290X24X280cm)는 대표적인 그의 사색의 결정체다.

작품 속 3개의 직육면체들에는 어떤 이미지도 감지되지 않는다. “진정한 물질성에 도달하기 위해 탈 이미지의 시도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름과 형태를 가진 구체적인 물질 이전에 형태와 경계가 없는 무한한 순수 상태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무한한 순수상태에서 이미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이미지가 없다고 그의 작품이 단조롭다고 짐작하면 오산이다. 각각의 직육면체를 연결하는 부분의 틈이 배경이 되고 긴 세로 띠무늬가 큰 덩어리의 일부분에 가담하기도 하며 탐구의 흔적을 남기고 있고, 우측 상단에 돌출한 철저하게 계산된 작은 크기의 직육면체 덩어리와 그 반대편 덩어리의 좌측면의 마음 가는 대로 그어놓은 경쾌하면서도 선명한 자율적 곡선 리듬이 전체 덩어리의 긴장을 해소하고 있기 때문.

“제 작업이 단조로운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작업을 할때 시작과 끝, 근원적인 것과 궁극적인 결말을 동시에 놓고 사색하며, 시간적인 전개와 공간적인 전개,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진행시키지요. 그 흔적들이 작품에 녹아있기 마련이지요.”

사실 유영환은 1990년대 중반까지 사회 참여적인 작품 활동을 주로 했다. 돌연 작품 활동을 중단해 오다, 2년 전 작품의 지향점을 ‘미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사색’으로 바꾸고 다시 세상 앞에 섰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이 ‘사색(Contemplation)’인 이유도 그의 지향점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현실 공간의 조형 물질 혹은 물성적 존재를 체험하면서 작가 자신이 행했던 본질에 대한 사색과 탐구의 과정을 관람객도 자연스럽게 경험하기를 바라며 관람객 나름의 본질 찾기를 유도한다.

“사색을 통해 도출된 저의 결과물은 극히 단순하고 함축적인 형태를 취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응축되어 있지요. 관람객들도 구체적인 저의 조형물질을 보며 나름의 사색과 결과를 얻기를 바랍니다.”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에서 20일까지. (053) 661-308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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