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가는 대구] 기업인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 정도일 줄이야”
[쓰러져가는 대구] 기업인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 정도일 줄이야”
  • 홍하은
  • 승인 2020.02.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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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산단·성서산단 업체
원자재 조달 어려움에
대기업 주문까지 줄어
“매출 평년 5분의 1 수준”
문 닫은 공장도 수두룩
“죽을 맛이에요. 안 그래도 납품 오더는 줄고 인건비는 올라 힘든데 이제 코로나까지. 언제까지 공장을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27일 오후 2시께 대구 북구 노원동 3산업단지 거리는 마스크를 쓴 근로자들이 일부 드나들 뿐 조용했다. 공장 문은 열었지만 기계를 가동하지 않는 곳도 군데군데 보였다.

대구의 뿌리산업을 책임지던 3산업단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문 닫은 공장 벽면에 붙은 임대 현수막만 나부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구지역 산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이다. 중국의 원자재 생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이 생긴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대기업의 납품 주문까지 줄어들고 있어 지역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산업단지에서 기계장비업체를 운영하는 A(53)씨는 매출이 평년 대비 5분의 1로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매년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지금 당장 문 닫아도 이상할 게 없다”고 토로했다.

파이프 전문제조업체 대표 이모씨도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급감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나마 들어오던 주문마저 줄어서 걱정이다”며 “우리 회사 주변에도 도저히 운영이 안 돼 임대 내놓고 문 닫은 공장도 많다. 평소 같으면 공장들 모두 오더(납품 주문) 쳐내기 바빠서 쉴 새 없이 기계 돌리고 바쁘게 움직여야 할 텐데. 지금은 다들 조용하다”고 말했다.

지역 최대 산업공단으로 꼽히는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날 오전께 찾은 성서산단 역시 조용했다. 산단 내 식당은 코로나19 사태로 휴업 안내문을 붙이고 문을 닫았다.

이곳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참담한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매일 확진자가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이 사태가 다음 달까지 지속되면 문 닫는 업체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성서산단의 공장 가동률은 60%대까지 떨어졌다. 평년 70%대를 기록했던 때와 비교하면 10% 이상 떨어진 것.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영세 업체들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폐업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며 “영세 업체들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하은기자 haohong73@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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