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내분·대치에 원 구성 공전…민생은 ‘3苦 비명’
與野 내분·대치에 원 구성 공전…민생은 ‘3苦 비명’
  • 류길호
  • 승인 2022.06.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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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제 역할 내팽개쳐…野, 개혁은 뒷전
 

국회가 개점휴업 한 달을 맞았지만 여당은 내분에 휩싸인 채 집권당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야당은 개혁은 뒷전인채 권모술수에 꼼수만 판친다는 지적이 28일 나왔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혁신위원회 출범과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문제 등으로 내분이 벌어졌고, 이준석 대표의 거취가 달린 윤리위원회 징계 논의까지 맞물려 권력 지형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져 있다.

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안철수 의원이 손잡는 ‘반(反)이준석’ 세력화로 충돌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 여당
혁신위 놓고 이준석-친윤 내홍 표출
“민주 본회의 소집, 국회법 근거 없어”

◇ 국민의힘 당내 내분 적나라

국민의힘 최고위 회의에서도 당내 내분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23일 이 대표는 배현진 최고위원이 다가와 악수를 건네자 공개적으로 뿌리치고 자리에 앉았다. 이후 배 최고위원이 돌아와 이 대표의 어깨를 ‘툭’ 쳤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7일 한 방송에서 배 최고위원의 악수를 뿌리친 이유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편으로는 프레임 씌우기와 타박하기를 하고 한편으로는 웃는 얼굴로 다가온다”며 “정치를 하면서 앞뒤가 다른 분들을 많이 봤지만 저는 앞뒤가 다른 경우에는 굉장히 강하게 배척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띄운 국민의힘 혁신위에도 내홍의 중심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혁신위가 이준석 사조직이라고 주장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친윤이 개혁이나 이런 방향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이준석 “시사 패널은 누구든 편히 비판하시라”…장제원 의원에 대해 에둘러 비판

국민의힘 내홍은 28일에도 가시지 않았다. 이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시사 패널들은 누구를 비판하더라도 편하게 말씀하시라”면서 장제원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정치 평론가 장성철 가톨릭대 특임교수의 발언을 다룬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다.

해당 기사에는 장 교수가 이날 오전 “저는 장제원 같은 분은 정권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행태에 대해서 방송에서 비판 좀 했다고 방송국에 전화해서 저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항의하는 게 권력 실세가 할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쓴 페이스북 게시물 내용이 소개됐다.

장 교수는 글에서 “무서워서 방송 패널 못 하겠다. 권력을 잡으니 과거로 돌아가나”라면서 “장 의원님! 방송 못 하게 하시면 안 할게요. 혹시 제가 잘못 알고 비판한 부분이 있으면 직접 연락 주세요”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제가 시사 패널 세상은 좀 아는 편인데 이준석 비판은 아무리 해도 따로 방송국이나 패널들께 연락하거나 그러지 않는데, 다른 곳이라고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야당
‘이재명 전대 불출마’ 요구 놓고 갈등
“권성동, 필리핀 특사 활동 할 때 아냐”

◇ 野, 앞에서는 협상 카드 제시, 뒷전에서는 의장단 단독선출 강행

이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개혁은 뒷전인 채 권모술수와 꼼수만 난무한다는 지적이 28일 나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합의대로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데 동의한다”며 “오는 27일 월요일 오전까지 답을 기다리겠다”고 법사위 양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합의한 ‘중대범죄수사청 발족을 위한 사개특위 구성’ 등의 이행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에서는 강한 반발이 나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에 ‘검수완박 협상’을 끼워 팔고 있다”며 즉각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 민주, 7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제출…권성동 “또다시 입법 폭주”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면서 사실상 원구성 강행 수순에 돌입했다. 민주당 전용기·오영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사과에 7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요구서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170명 모두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이 이날 소집요구서를 제출함에 따라 국회 규정상 사흘 뒤인 7월 1일부터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돼 본회의를 열 수 있다.

본회의가 열리면 출석한 의원 중 최다선이 임시 의장을 맡아 새 국회의장을 뽑는 것으로 후반기 국회 원 구성 절차가 시작된다. 현재 최다선은 민주당으로 복당한 6선의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원 구성 협상의 공전에 따른 입법 공백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달 말까지 국민의힘이 협상에서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7월에는 본회의를 열어 단독으로 의장단을 먼저 선출할 수 있다는 태세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입법 독주 재시작”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2020년 전반기 국회의 재연이 될까 매우 우려스럽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소집한다면 이는 입법 독주 재시작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지금은 국회의장이 공석인 상황으로 의사 일정을 작성할 주체가 없다. 국회법상 본회의 개의 근거 규정 역시 없다”며 “여야 합의 없는 일방적인 본회의 소집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쇄신하겠다고 했지만 눈속임이었다”며 “또다시 입법 폭주로 사사건건 정부 발목잡기에 나선다면 정부는 제대로 일할 수 없거니와 민생은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민생과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대한 임명 강행이라는 있을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일이 다시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전용기 의원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필리핀으로 가서 특사 활동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직무유기를 그만두고 하루빨리 국회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후속조치인 국회 사법개혁특위 구성과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두 가지 조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 野, 개혁·86퇴진·이재명 불출마 요구…슬그머니 수면아래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을 부르짖으며 86퇴진과 이재명 의원의 전대 불출마 요구가 거세게 나오다가 슬그머니 수면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이재명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김민석 의원은 이 의원을 향해 “주연급 배우가 모든 드라마마다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했다.

그는 “총선이라는 것은 대선과 다르다“며 “총선에 필요한 임무를 누가 잘할 수 있는가를 놓고, 일단 현재까지의 흐름을 끊고 그런 관성에서 벗어나서 총선을 치를 수 있는 당의 대표를 뽑는 거니까 그 대안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명 의원도 본인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저는 제가 더 나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親明(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을 향한 불출마 요구에 반발하고 나섰다.

김병욱 의원은 박용진 의원을 향해 “이재명 의원에 대한 ‘비판을 위한 비판’을 제발 그만 좀 하시기 바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민주당 내부는 이재명 의원 불출마 요구가 슬그머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전반기 국회 종료 한달이 지났지만 국회 원 구성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여야 모두 당권과 당내 권력지형을 두고 내분과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 대표임을 자임하는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3고에 시달리는 민생을 팽개치고 집안싸움에만 급급한 국회를 보면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류길호기자 rkh615@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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