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17일 화요일    단기 4351년 음력 6월5일(庚戌)
  • 고추 따다가
    고추를 딴다 /가을이다 고추잠자리도 날지 않는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다 나는 유연히 창골산을 바라본다 /저 뜨거웠던 여름을 따는 것은 /내 몸과 마음을 여름 계곡에서 떠나보내는 것 /가을의 채비를..
    07-16 21:01
  • 이사
    이사한다고 집안의 책 정리를 했다 온통 벽면이 휑하다 종일 면벽수행만 한다 저 너머의 그 길은 한 티끌인가?  ◇박선주=서울 출생.  2005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화자는 어떤 이유에서건..
    07-15 21:01
  • 내 어디 살고 있는지
    내 어디 살고 있는지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누가 햇볕과 그늘을 만들었는지 모른다 양파는 왜 둥근지, 수천 겹 각질 둘러쓴 화두 누가 던져놓고 갔는지 평생 벗겨도 속을 알 수 없..
    07-12 21:28
  • 내가 무엇이었을 때
    내가 새였을 때 내가 물고기였을 때의 습성 강아지였거나 염소였거나 우리 집 외양간의 황소였을 때 그 전생에 내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짐승이었거나 여덟 개의 발을 가진 무엇이었던 간에..
    07-11 20:45
  • 만촌동* 출신 -행성, 캐플러-425b
    새로 발견된 행성, 케플러 425b는 지구에서 1,400광년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 특징과 환경이 지구와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몸을 빠져나온 영혼은 온갖 마음의 투명한 결정체라 할 수..
    07-10 20:57
  • 숲 안과 숲 밖의 마을
    TV에서 동물의 세계를 보다가 가슴이 무너졌다 암 무소가 새끼에게 달려드는 사자를 향해서 머리를 들이대다가 잡아먹히는 뒤로 새끼는 무리에 섞여서 들판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붉은 노을 가슴에..
    07-09 21:04
  • 전율
    배추는 치명적 슬픔을 담고 있다 잎사귀마다 구멍 숭숭 누가 저 하늘 구멍을 열었을까 저렇게 구멍 하나둘 내어놓고 숨어 살까 나는 내용 없는 쓴 웃음을 지으며 배추 속살을 이리저리 헤집어본다. 잘 보..
    07-08 21:01
  • 오일장에서
    S병원마저 포기하여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 마지막으로 살구 먹고 싶다 하셨다 어머니가 사오신 때깔 좋은 살구를 한 알도 넘기시지 못한 채 목구멍에 턱 걸려 쓰러지셨다 어머니는 살구 난전을 지나가시다가..
    07-05 21:17
  • 수습하다
    잡동사니들과 서랍 속에 삼년을 방기했던 분꽃씨 한 줌 붉은 꿈들로 꽉 찼던 알알들은 녹슨 커터 칼이 깎아 먹고 낡은 펜촉이 찍어 먹고 구겨진 낙서장이 흡입해서 한 점 뼛조각만 남았다 오늘 촉촉한 솜..
    07-04 21:09
  • 오랄로피테쿠스
    불합격입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마트에서는 2시쯤 리치마트에서는 7시쯤 50% 반값 할인코너에 서성댄다 라면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되도록 싼값에 쟁여둔 음식으로 한 푼 쓰지 않고 버티는 일..
    07-03 21:10
  • 응시
    열여섯 내 꿈은 햇빛이 잘 드는 방 한 칸 갖는 것 열여섯 자수 공장에 다닌 엄마 꿈은 머룻빛 비로드 치마를 입고 춤을 추는 것 소녀로 살고 싶은 마음 눈부신 빛 속으로 날아오르고 싶은 마음이 시..
    07-02 21:40
  • 억새 제왕국
    억새 마른 수염이 서로 몸 비비고 있는 그 속으로 어둠을 닦는 빗줄기 그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각의 땅 그 다문 입술이 살포시 벌어지는 입구 억새는 언덕을 한 무리로 올라 바람을 억수로 불러 모으려고..
    07-01 20:54
  • 다섯 편의 시와 다섯 개의 소로
    다섯 편의 시를 식구마냥 데리고 지하철 탄다 창문에 얼비친 네이비빛 무릎 위 김사인의 ‘장마’와 문태준의 ‘맨발’과 김명인의 ‘너와집 한 채’ 나보다 더 당당하게 무임승차 한다 반월당역에서 사월역까..
    06-28 20:50
  • 물미해안
    고이면 그리운 곳으로 흐르기 마련 이 마음 물결쳐 남해로 흘러들겠네 나를 싸맨 푸른 보자기 풀어놓겠네 물미해안, 가슴에 안기는 건 바람뿐이어도 해풍에 짭조름해지며 야위어 쫄깃해지겠네 서늘한 문신..
    06-27 21:08
  • 선(善)의 속성
    120회짜리 드라마를 위하여 /선은 늘 고통 받아야 한다 악의 눈부심을 위하여 /악으로부터 괴롭혀지고 무시당하고 /악의 흉계를 번연히 알면서도 /선은 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팽개쳐지고 무너져야 한..
    06-26 21:20
  • 염원
    배를 띄운다 마음 없이 곤두박질치는 서녘노을 밥상보에 덮여있다. 배는 천리만리 굽은 갑(岬) 너머 꽃잎처럼 흘러가고 내가 띄운 저 배는 몇 만리 끌고 온 그리움 명치에 새겨 내 어이 슬픔이나 나누며..
    06-25 21:18
  • 꿈·영혼…, 응시 5
    영혼의 뷰파인더 북두(北斗)의 신들이 회전춤을 추고 있는 /칠성판 위에 나는 누워있었다 물푸레나무 그늘처럼 서늘한 긴 모가지 꺾으며 들여다보는 /캄캄한 통 유리창 격자창틀의 수평과 수직이 교직되는..
    06-24 21:37
  • 좋은 시를 찾아서
    붉고 작은 목소리 가만히 차오르며 데워지다 소리 없이 숨어버린다 가을 어장은 늘 그랬다 투명하고 얇은 유리알을 잡고 흔들어본다 사각사각 곡면을 스치는 소리 눈 내리는 하늘 한쪽으로 밤새 어둠 속 길..
    06-21 21:27
  • 위험한 책 속에 위험한 편지가
    위험한 책 속에 위험한 편지가 비밀을 엿보는 검은 눈으로 치매 같은 세월을 훑어보고 있었네 빙벽 위를 급류처럼 밀려 떨어지는 손짓들 북국의 찬바람으로 얼려버리고 이리저리 떨어진 잎으로 휩쓸려 다니..
    06-20 21:20
  • 유년의 향기
    한잔 초록빛 봄을 마신다 봄이 다녀간 들판에 솟아오르는 향기 쑥 동백 목련 개나리꽃차를 마신다 봄은 연한 연둣빛 텃밭 방울토마토 그늘이 아득하다 폭신한 반원에 매어있는 방울토마토 그늘 텃밭에 딛고..
    06-1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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