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 울창한 마을숲 있었다면…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 울창한 마을숲 있었다면…
  • 채영택
  • 승인 2020.09.20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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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경고
북극 폭염, 1만년 만의 이변
얼음 녹아 지구 곳곳 폭우로
“코로나보다 백배 천배 타격”
 
오리장림
오리장림은 소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굴참나무, 왕버들 등 다양한 수종의 노거수들이 울창하게 마을을 지키고 있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31> ‘전통 마을숲’ 살려야 한다

얼마전까지 계속된 비 피해로 온통 나라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극도로 피곤해진 상황에서 또 다시 덮친 사상 초유의 긴 장마와 폭우라는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장마와 폭우, 그리고 폭염이 있어왔지만 최근의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상황은 우리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재난 상황에 맞닥뜨려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기상청에 의하면 지금 우리나라는 온대 기후대에서 아열대 기후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올해 1~6월의 시베리아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5도 이상, 6월은 10도 이상 높았다. 6월 20일에는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에서 최고 기온이 38도를 기록했다”면서 “기후학자들은 이 같은 폭염이 인간이 자행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없었더라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한다”고도 밝혔다.

북극의 폭염은 거의 1만년 만에 있는 이변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물은 열과 수증기가 되어 대기속으로 들여올려져 지구 곳곳에 폭우와 폭염으로 나타나고 일부 국가는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전 지구적 환경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인류의 삶의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인류 미래의 불확실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유럽은 이미 2050년까지 탄소제로-프로젝트에 합의했고, 지구적 위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각종 자연 재해로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하고 때로는 슬기롭게 대처해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코로나보다 백배 천배는 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물리적 피해는 물론 인류의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농작물과 각종 농업용 수리시설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으며, 최근 서울의 도심공원에서 발생한 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 등 돌발해충의 습격으로 산림과 농업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예측이 불가능해진 환경으로 인해 지금 인류는 수시로 기후변화의 극단적인 경험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장마와홍수로사태가난산림의모습
최근 장마와 홍수로 사태가 난 산림의 모습.

또한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이미 멸종위기에 놓여 있지만 기상이변은 먹이사슬을 흔들어 종의 멸종으로 이어져 생물다양성은 점점 줄어들고 심지어 먹이 부족으로 인해 우리나라 고유의 설치류인 대륙밭쥐가 구상나무 줄기를 갉아먹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리산 등에 분포하는 구상나무의 멸종을 더욱 앞당기는 형국이 되고 있다.

 

악순환의 되풀이
난개발로 균형 무너진 산
물 저장기능 잃고 무너져
산 깎아만든 태양광 한 몫

이번 물난리의 원인도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기상이변과 관련이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과 난개발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기후변화는 물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중심에 숲이 있고 숲은 물의 저장기능을 가지고 있다. 난개발로 산자락의 절개나 절토로 터를 만들고 절토된 부분의 보강이 허술한 상태에서 건축을 하고, 자연스럽게 다져진 산 아랫부분의 무게에 균형이 깨지면서 산의 윗부분부터 무너져 내리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산을 깎아 만들어 놓은 태양광도 한 몫을 한다. 장령수림을 베어내고 산사태에 대비한 충분한 보완 없이 설치해 놓은 수많은 태양광발전 시설로 인해 물의 저장 기능을 상실한 토양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번 장마에도 강의 둑이 무너지고 산이 무너지는 일이 또 다시 일어났다. 과거 우리나라 하천은 홍수에 취약했다. 유역면적이 좁아 큰 비가 내리면 곧바로 수위가 높아지고 비가 그치면 곧바로 물이 빠지는 이유로 하천 본류 4대강 보의 건설은 그래서 급변하는 홍수위 조절을 위해 만들어졌다. 준설을 통해 유량을 증대시키고 수문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 농업용수나 기타 목적으로 이용하고자 했으나 이번 하천 주변의 대규모 재해로 4대강 보의 역할과 존폐 여부에 대해 많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치산치수(治山治水)란 산과 물을 다스려 재해를 막는 일을 말한다. 산을 다스리고 물을 지배하는 일이 치자(治者)의 근본 도리요, 군주의 덕목이라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지와 하천은 가파르고 짧은 탓에 물의 흐름도 매우 빠를 뿐만아니라, 상류의 토석이 하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따라서 산과 하천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이 둘을 잘 다스리는 군주가 현명한 군주라고 했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와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가 우리나라 송도에서 2차례나 열렸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둔감하다는 방증이다. 국가존립을 위한 뉴딜정책을 입안한 현 정부는 그린뉴딜로 산림과 숲과 물을 다스리는 일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자연을 잘 다스리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관리의 일원화로 물관리청을 만들자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되새겨볼 대목이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농민과 서민들이다. 농업용 수리시설을 관할하는 기관에서도 하천과 농지의 침수와 가뭄에 대비해서 만든 기존의 양·배수장은 이제 기후변화로 큰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려울지 모른다. 하천의 유역이 좁아 폭우가 내리면 하천 수위가 농경지 침수 수위보다 더 높아져 침수 농지의 물을 하천으로 배수를 해야 하는 기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홍수에 대비한 농지의 침수 피해와 가뭄에 대비한 양·배수장을 추가로 건설을 하거나 급격히 불어나는 유량에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호안림을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튼튼한 호안림의 뿌리는 둑을 보호하고 풍치적 기능도 살린다. 담양의 관방제림이 그 좋은 예이다. 관방제림은 담양천 변의 둑을 따라 2km 이상 달하는 긴 제방숲이다.

치산과 치수는 백년이 아니라 만년 앞을 보고 계획하고 다스려져야 한다. 마을숲은 그래서 철저히 보존하고 훼손된 숲은 복원해야 하는 이유다. 숲이란 산림청에 의하면 4∼5m 이상의 수목이 촘촘하게 자라면 삼림(森林) 즉 숲이라 하고, 최소 면적이 0.5헥타 이상이고 나무가 최소 5미터까지 자랄 수 있는 임목의 수관밀도가 10% 이상인 토지로서 최소 폭이 30m 이상인 곳을 산림(山林)이라 하였다.

보현산댐의모습
산을 다스리고 물을 다스리는 일은 군주의 도리이자 덕목이라 했다. 사진은 영천 보현산댐.

 

‘마을숲’ 보존·복원을
홍수 예방하고 바람 막는 역할
제방 금가거나 붕괴 위험 줄여
담양 관방제림 타산지석 삼아야

마을숲은 자연적 혹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숲이다. 마을의 좋은 기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 사악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수구막이숲(비보숲), 벌채나 산림을 이용하기 위한 송계산숲, 바닷가의 염해를 방지하고 조풍을 막기 위한 해안방풍림, 바닷가의 조해를 방지하고 그늘을 만들어 물고기를 불러들이기 위한 방조어부림, 하천이나 강의 수해를 방지하기 위한 호안림, 마을의 안녕과 자손의 번영을 위한 성황림, 일본의 사토야마숲 등이 모두 마을숲이다.

전통주거지의 하천제방에는 하천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어 전통숲을 가꾸어 왔다. 신라 진성여왕(887-897) 재위 시절인 지금으로부터 약 1100년 전인 신라의 홍수를 막은 천년 숲인 경남 함양의 상림은 좋은 예이다. 함양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이 조성한 숲이다. 당시의 이름은 대관림(大館林 약 6만평)이었으며 지금은 많이 훼손되어 숲의 규모가 작아졌지만 당시 최치원의 홍수 방지 업적을 기리기 위해 신도비가 세워져 있다. 상림은 호안림이나 방풍림의 기능뿐 아니라 현재는 느티나무, 까치박달, 서어나무, 이팝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 큰키나무와 쪽동백, 국수나무, 자귀나무, 산초나무, 작살나무, 인동덩굴 등이 어우러져 훌륭한 숲을 이루고 있어 학술림으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은 숲이다.

이렇듯 제방 위에 조성되는 숲은 제방 근처 생물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고 적당한 그늘과 햇빛의 투과로 기온을 조절하여 음수와 양수의 어우러짐으로 제방 생태계를 잘 유지하므로 제방 표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제방 식생으로 토양은 항상 적당한 습기를 머금고 있어 갑작스런 홍수로 제방 가까이 물이 차더라도 제방에 금이 가거나 붕괴되는 일은 줄어든다.

우리나라 농지의 가운데를 흐르는 하천의 제방둑을 따라 전통숲을 조성하면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홍수를 막을 수 있다. 전통마을숲은 홍수를 막을 뿐만 아니라 거센 바람을 막아 농작물의 수분 수정을 원활하게 해주기도 한다. 특히 벼의 수정을 도와 생산량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열대 해안의 맹그로브숲은 강력한 태풍과 쓰나미로부터 육지의 생명을 보호해주고 있다. 2008년 미얀마를 강타했던 쓰나미로 18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유는 해안가의 맹그로브숲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라고 유엔보고서는 말한다.

오늘날 도심의 제방에 숲을 조성하는 대신에 도로를 내거나 시설물의 설치만을 고집한다면 하천경관의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제방은 식생과 어우러져 사람의 이용을 촉진시켜야 한다. 하천과 제방 주변에 랜드마크 숲과 숲길을 만들면 그늘과 정자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 제방의 훼손을 잘 관찰하게 되고 제방의 답압으로 제방이 더욱 튼튼해 견고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함양의 상림과 담양의 관방제림을 통한 치산치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끝>

 

임종택<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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