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TK정치, 미래는 있는가...‘보수 본산 온실’ 벗어나 野性·투쟁력 키워라
존재감 없는 TK정치, 미래는 있는가...‘보수 본산 온실’ 벗어나 野性·투쟁력 키워라
  • 윤정
  • 승인 2021.01.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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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공항’에 영남권 분열 가능성
4월보선 野 승리땐 영향력 확대될 듯
지역 대선 후보들 하위권서 지지부진
文 지지율 하락세 활용할 정치력 필요
巨與에 무기력 모습만…현실적 대안 찾기 힘 모아야
현재 TK의원들은 권력의지가 약해 보이고 투쟁적인 모습도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TK정치가 한층 더 위상을 강화하고 존재감을 찾기 위해서는 거대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투쟁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대구·경북(TK)은 반세기 넘게 불세출의 인재를 배출하며 한국 정치의 중심으로 우뚝 섰으나 지금은 ‘보수의 성지’라는 허울 좋은 수식어만 남고 정치적·경제적 공황상태에 허우적대고 있다.

2022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TK 지역 유력 대권 주자들은 고전하고 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출마가 유력하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도 잠재적 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힘든 레이스가 불가피하다.

현재 TK 국회의원들은 ‘존재감이 없다’는 따가운 시선과 평가를 받고 있다. 권력의지가 약해 보이고 투쟁적인 모습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정치적 목소리 부재로 TK 정치는 완전 몰락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존재감 없는 TK 정치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서울·부산시장 보선이 TK에 미치는 영향

2022년 대통령선거 전초전 역할을 하게 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올해 4월 7일 치러지게 돼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다.

민주당이 서울시장을 확보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 없는 첫 대통령으로 남게 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다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 상실과 레임덕이 가속화되며 정국 주도권이 야당에 넘어갈 수도 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집값 폭등에 따른 부동산 문제가 여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탄핵 이후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도적 우세가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부동산 문제가 큰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여당으로서는 악재다.

서울·부산시장 보선 결과가 TK 지역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서울시장을 야당이 차지하게 되면 ‘보수의 종갓집’으로 불리는 TK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지금보다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TK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커 부산시장 선거전에 이슈가 될 전망이다.

여야 부산시장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약을 기정사실화할 경우 TK와 PK(부산·울산·경남)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영남권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TK 출신 대권 주자, 가능성과 한계점은?

4월 보선이 끝나면 곧바로 내년 대선정국이 요동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함께 레임덕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고 뉴스의 중심은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범여권에서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김부겸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범야권에서는 홍준표 의원(무소속), 유승민 전 의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등이 거론된다. 또 강력한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있다.

현재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고 곧 레임덕이 찾아올 가능성이 커 집권 여당으로서는 험난한 레이스가 불가피하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대선·지선·총선 3대 선거에서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야권으로서는 차기 대선이 여권과 건곤일척의 자웅을 겨룰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역대 대선에서 강력한 후보를 연이어 배출했던 TK로서는 이번 대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후보군은 많지만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권에 들지 못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출마가 유력한 홍준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여파로 아직 복당을 하지 못해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초선 의원들의 비토가 만만치 않고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있어 지지율 상승에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또 촌철살인 같은 특유의 직설적 화법이 때론 적(敵)을 만들며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다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쨌든 홍 의원으로서는 빠른 시일내 복당을 통해 당내 영향력을 높이고 대세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대선이 마지막 정치 도전”이라고 밝힌 유승민 전 의원은 일찌감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희망 22’라는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한 상태다. 유 전 의원도 홍 의원과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난맥상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선 도전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면 언제든지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 수도 있다. 실제 주 원내대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의원이 지역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이낙연 대표에게 패배한 데다 지지율이 하위권을 면하지 못해 실제 출마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존재감 없는 TK 정치···“미래를 만들자”

현재 TK 정치권는 실종 상태다. 몇몇 대선주자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중앙 정치에서 존재감 있는 역할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야당 의원이라 운신의 폭이 좁을 수는 있지만 오히려 야당 의원이기 때문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적 이슈나 현 정권에 대한 투쟁심을 더 강하게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TK 의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존재감이 없다’는 반증이다. 특히 임대차3법·공수처법·국정원법·대북전단금지법 등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일 때 전원 야당인 TK 의원들이 고작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필리버스터 뿐이었고 이것마저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이렇게 TK 의원들이 여당의 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의석수가 턱없이 부족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무기력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따가운 질책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역정치권 한 관계자는 “TK 의원들은 보면 ‘온실 속 화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며 “국회나 국민의힘 내에서 TK 정치인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발언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인 재선 곽상도 의원은 “TK 의원들이 존재감 없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각자 의원들이 TK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봐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재선 추경호 의원도 “여당의 독주 속에 TK 의원들이 예전처럼 단상을 점거할 수도 없고 코로나 상황에 대규모 집회를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TK 의원들이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앞으로 어떻게 하면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 지혜를 모으고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투쟁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력과 존재감은 여당보다 야당일 때가 더 필요한 법이다. 앞으로 TK 정치가 한층 세련되고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야당인 TK 의원들의 뼈를 깎는 분발을 촉구한다. TK 정치의 미래는 TK 의원들이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이 출발점이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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