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복지를 늘리는 걸 넘어서 도시 구조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대응해 달서구는 TF팀을 구성하고, 2026년부터 시행될 ‘지자체 중심 통합돌봄’ 제도에 맞춰 지역 실정에 맞는 체계를 준비 중이다.
특히 올해 1월 보건복지부의 ‘기술지원형 통합돌봄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며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예방 중심 돌봄 모델을 설계할 기회를 갖게 됐다.
달서구의 복지와 의료 체계는 치료 중심에 머물러 있다. 병이 생긴 뒤 병원을 찾고, 불편함이 커진 뒤에야 돌봄이 시작되는 구조다. 이런 방식으로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
재정 부담은 감당할 수 없이 커지고, 노인의 삶의 질 역시 높아지지 않는다. 기술은 이제 노인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돕는, 즉 건강수명을 늘리는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노인의 개인별 몸 상태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대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람마다 통증이 있는 부위도, 약해진 기능도, 노화가 진행되는 속도도 다르다. 달서구민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이렇게 개인별로 대응하는 스포츠과학적 건강관리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요즘 체육 선수들은 부상 후 신체의 가동 범위나 근력이 떨어졌을 때, 이 기능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훈련을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설계를 통해 진행한다. 이 과정은 고령자가 노쇠한 신체 부위를 회복시키는 원리와 똑같다. 약해진 관절을 회복하고 가동범위를 넓히고, 근육을 강화하는 방식은 고령자의 질병에 30% 이상을 차지하는 근골격계 건강 회복에 엄청난 효과가 있다.
실제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용하는 정밀 신체 분석 시스템은 관절 가동범위, 근력, 근수축 능력 등을 수치화하고, 약해진 부위를 중심으로 훈련을 설계한다. 이 방식은 노인의 신체 회복에도 빠르고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달서구는 이런 과학적 방식을 노인 건강 관리에 도입해야 한다. 주민들이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쉽게 확인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운동과 실천 계획을 안내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 단순 운동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한 ‘내 몸에 맞는 맞춤형 운동’ 제공이 가능해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조언에서 끝나지 않는다. 측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운동과 건강 프로그램, 영양과 정신건강까지 아우르는 통합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는 진짜 ‘예방’이 가능하다.
이 구조는 단순히 개인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달서구 통합돌봄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 된다. 수집된 신체와 정신 건강 정보는 달서구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통합 돌봄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노인 건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예산도 알맞게 쓰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관계’다. 노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신체와 정신 건강이 빠르게 나빠진다. 우울감, 인지 저하, 건강 악화는 대부분 관계 단절에서 시작된다. 달서구는 이런 관계가 끊기지 않도록, 지역 안에서의 사회적 연결망을 촘촘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 건강관리와 관계관리는 통합돌봄의 두 축이다. ‘신체기능 측정-맞춤형 서비스와 자가 건강관리-사회적 연결’이 일상에서 촘촘히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달서구형 통합돌봄에서 기술이 향해야 할 목표다.
우리가 설계해야 할 복지는 ‘계단 없는 도시’가 아니라 ‘스스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복지’다. 필자는 달서구가 이 방향을 중심에 두고, 초고령사회를 건강하게 이끄는 실질적인 해답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