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이 오다] (下)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 ‘꿈’을 좇는 청년들, 내가 원하던 미래 찾아…잠시 멈추거나 수도권으로
[다른 삶이 오다] (下)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 ‘꿈’을 좇는 청년들, 내가 원하던 미래 찾아…잠시 멈추거나 수도권으로
  • 김수정
  • 승인 2022.09.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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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들, 구직에 자신감 잃어
20대 비경제활동 수 큰 폭 증가
수도권으로 인구이동 2배 늘어
코로나로 지방 소멸 위험 가속
청년 교육·복지 혜택 수도권 집중
취업 후에도 적성 고민에 퇴사
첫 직장 근속기간 1년 6.8개월
충분하지 않은 월급도 불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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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대기업 부스가 상담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N포 세대’, ‘이태백’, ‘88만 원 세대’…오늘날의 청년(靑年) 세대를 설명하는 말로는 여럿 신조어가 꼽힌다.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라는 ‘청년’의 사전적 의미는 오늘날의 청년들까지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수의 청년은 현재 사회에 대해 “청년이 성장하거나 주인공인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는 청년의 구직과 성장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시장 충격으로 취업자 수가 급감한 시기에도 구직 의사가 없는 이들은 되레 증가했고, 20대의 비경제활동인구는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매년 늘어나는 대학 졸업자 수에도 고용률로 이어진 비율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당한 가난함을 ‘꿈’꾼다”…20대 비경제활동인구 증가 직격탄

3년 차 취업준비생 조모(여·28)씨는 “구직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시기”라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더 이상 취업과 꿈이 선택의 영역으로 남아있지 않다”며 “생존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닥치는 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씨의 꿈은 적당히 여가 생활을 보낼 정도로만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조씨는 “‘적당한 가난함’을 바라고 있다”면서 “일 년에 여행 한번 떠날 수 있는 돈만 들고,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로만 여유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장을 찾다 지쳐 사실 스스로 일을 찾고 싶은 게 과연 맞는 건지 마음조차 아리송한 시기에 멈춰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구직 위기 상황은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딜 시기를 맞은 청년세대에게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77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45만 5천 명 증가한 수준으로, 지난 2009년(49만 4천 명 증가) 이후 11년 만의 최대폭이다. 그중 20대의 비경제활동인구가 전체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해 우려를 더했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증감률(2.8%)과 비교해, 20대 증감률(7.5%)은 2.7배 높았고, 20대의 ‘그냥 쉬었음’ 증감률(25.0%)도 평균(13.5%) 대비 1.9배 수준을 기록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 가속화…“지방 청년이 ‘꿈’꿀 수 있는 곳은 없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3~4월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2만 7천500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년 동기(1만 2천800명)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수도권 유입인구는 75.5%는 20대가 차지했다. 세부별로는 20~24세 43.4%(1만 1천925명), 25~29세 32.1%(8천816명) 등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청년층 인구이동이 확대되고, 지방 소멸 위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은 향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므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 체계도 산업,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에서 엔지니어로 1년여를 근무하고 있는 김준태(28·포항 남구)씨도 대도시 진출을 꿈꾸는 청년 중 한 명이다.

김씨는 “경북과 포항 지역에는 와닿는 청년에 대한 지원 제도나 행사가 없다. 청년 일자리와 놀자리도 없다”면서 “이곳에서 지방 청년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전무하다. 청년 교육 프로그램과 복지혜택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 청년 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정주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의 순유출 인구 순위도 상위권에 속한다. 대구의 올해 1분기 순유출 인구는 3천91명으로, 그중 20대가 전체의 35%(1천85명)를 차지했다.

청년 인구 유출이 많은 대구 서구, 남구는 지난 10월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경북에서는 23개 시·군 중 고령군, 군위군 등 16곳이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됐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꿈’인데…” 첫 직장 조기 퇴직률도 심각

영남권 한 구청에 근무하던 이모(여·29)씨는 지난해 8월 공무원 직을 내려놨다. 2년간의 시험 준비 끝에 합격증을 받았으나, 퇴직 결정을 내리기 까지는 1년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씨는 “내가 생각했던 공무원 생활과 실제 생활은 너무 괴리가 컸다.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내가 했던 일은 단순한 업무뿐이었다. 지루하고 목표가 없다는 생각에 퇴직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한 지역 병원의 인턴 직원 최유빈(28)씨는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로 새로운 일을 찾을 계획이다. 해당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다. 앞서 진로를 고민하던 고등학생 시절도, 부산권 대학교의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을 때도 적성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최씨는 “꿈이라면 잘 먹고 잘 사는 게 꿈이겠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쉽지가 않다. 적성을 찾는 것도, 충분한 월급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탄했다.

이씨와 같은 재직기간 5년 미만 조기 퇴직 공무원은 지난 한 해 동안 1만 명을 넘어섰다. 퇴직 사유에 대한 구체적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낮은 임금과 직업군에 대한 인식 하락, 낮은 장래성 등이 영향을 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행정연구원의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재직기간 5년 이하 공무원 40.6%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낮은 보수가 51.4%를 차지했다. ‘공무원이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항목에서는 4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공직 장래성 만족도에서도 33.8%가 불만족 응답을 내놨다.

민간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통해 살펴본 바로는 14~29세 청년층의 졸업 후 첫 직장 근속기간은 1년 6.8개월로 비교적 짧았다. 처음 얻었던 직장을 그만뒀다고 응답한 비율도 65.6%를 차지했다. 해당 응답자 집단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2개월에 그쳤다. 첫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는 근로 여건 불만족이 45.1%로 가장 많았고, 개인·가족적 이유(15.3%), 임시적이거나 계절적인 일의 완료(14.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무원 연금 개혁 움직임 등으로 낮은 임금에도 노후 생활 보장을 보고 버텨온 공무원들이 떠나고 있는 것”이라며 “공무원 사회의 폐쇄적인 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정·조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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