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단풍 사라지기 전 산에 올라 ‘숲사회’와 만나자”
“오색단풍 사라지기 전 산에 올라 ‘숲사회’와 만나자”
  • 임종택
  • 승인 2019.11.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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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회 이상 등산인구 3천200만
숲길등산지도사, 안전 산행 도움
응급 구조·올바른 걷기 등 유도
산불 감시·산림보호 업무 병행
한국, 급격히 공동체 가치관 붕괴
소나무도 생존 위해 군락을 이뤄
활엽수와의 경쟁서 살아 남아
산에 올라 소중한 보물 찾기를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14) 가을 숲 등산, 그리고 산림교육전문가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산림교육활성화에 관한 법률과 산림청은 산림교육전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즉 산림교육전문가란 자연휴양림, 수목원, 도시숲 등에서 국민들에게 숲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의 살아가는 이야기, 역할 등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고, 나무나 식물에 대한 생태적 지식을 포함해 숲에 얽힌 역사, 숲과 인간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 해설과 체험활동을 연계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숲해설가와 유아숲체험원에 배치돼 유아들의 정서 함양과 전인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교육하고 숲생태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유아에 대한 정서를 이해하고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겸비해 유아들이 숲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교육, 놀이, 상담, 보호, 치유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유아숲지도사, 그리고 숲길에 배치돼 국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등산 또는 트레킹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건전한 등산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등산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민들이 단순히 숲을 오르는 것 뿐 아니라 지역의 역사, 문화를 체험하고 경관을 즐기며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안전을 책임지는 숲길등산지도사가 있다.

모두 숲과 관련이 있는 숲 전문가들이다.

바야흐로 등산의 계절이 도래하였다. 우리나라는 유독 산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2017년말 기준 산림청 통계에 의하면 등산 인구가 1천5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연 1회 이상 등산 인구도 3천200만 명에 달하며 등산 중에 안전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등산로길
등산로길. 오랜 시간 숲에 의존해온 인간의 의식 속에는 숲은 편안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전문 산악인들이 하는 암벽등반이나 겨울철 고산지대나 설산등반의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 등산객들의 안전한 등산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바로 숲길등산지도사다.

달성군 숲길등산지도사로 일하는 현준관씨에게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경험할 수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숲길등산지도사는 조난 응급시 구조하는 일에서 올바른 산길 걷기를 통한 건강 증진을 도모하고 숲 안내와 등산객들이 좀 더 안전한 등산로를 따라 등산을 할 수 있도록 숲길 현황조사 및 숲길 모니터링을 하며, 경미한 훼손 숲길의 조기 정리를 통한 안전사고도 미연에 방지하고 때로는 산불을 감시하고 입산을 통제하며 산림보호 업무를 병행 수행하는 일을 하기도 한단다.

아직은 생소하고 많은 전문 인원이 산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등산에서 이제는 이들 산림교육전문가의 편리한 서비스를 받아가며 안전하고 교육적인 배움의 등산을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김영재의 ‘히말라야 짐꾼’이라는 시에는 히말라야를 등산하는 등산객들의 짐을 받아주고 받은 돈으로 다섯 아이를 키우는 ‘할리’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원문은 이렇다.
 

데크로조성된등산로길
데크로 조성된 등산로길.

“제 몸의 무게보다 큰 짐을 지고 가는 네팔 친구 할리는 아이가 다섯이다. 하루에 일만 원 벌어 다섯 아이 지고 간다.”

자식을 먹여 살리겠다는 모성의 본능에서 출발하는 주인공의 고단하지만 아름답고도 깨끗한 가슴 저미는 사랑과 삶의 이야기다.

차원은 다르지만 전문성을 두루 갖춘 숲길등산지도사는 헌신과 봉사, 그리고 따뜻한 온정으로 등산의 즐거움과 묘미를 한층 더해주고 있는 이색적인 직업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등산객들로 하여금 나무와 풀과 숲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든다.

하지만 일부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샛길 만들기나 쓰레기 투기, 희귀식물의 도취(盜取), 그리고 큰 소리로 음악을 틀면서 산행하는 사람, 새벽닭도 아니면서 야생동물을 깨우는 사람 등 아직도 우리의 의식은 자연과 서로 공생의 관계라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을 바람은 이제 온산을 홍엽으로 물들여 놓았다. 어지간히 무딘 사람이 아니고는 겨울이 오기전 아니 낙엽이 떨어지기 전에 한번쯤 단풍 구경을 가기 위해 배낭 짐을 꾸리거나 가슴이 설레게 마련이다. 몇 달 후면 다가올 새벽 동트는 눈부신 욱일을 잠시 뒤로하고 숲의 생명은 또 다시 자신의 터전으로 조용히 회귀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어브시산(Abscisic acid: 이층호르몬)은 떨켜를 만들어 가지 끝에서 키운 수많은 자식들을 떠나 보낸다. 자신의 영역으로 떨어진 낙엽은 흙에게 은혜를 값고 흙은 또 다시 숲에게 잉태의 생명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 그래서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가을은 눈부시게 맑고 아름다운 단풍이라는 모습으로 우리의 메마르고 허기진 내면에 무지개빛추억으로 소복이 쌓일 것이다.
 

낙엽송곧은등산로길주변
낙엽송 곧은 등산로길 주변.

시인 이정선은 ‘소식’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무는 맑고 깨끗이 살아갑니다. 그의 귀에 새벽 네 시의 달이 내려가 조용히 기댑니다. 아무 다른 소식이 없어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라고.

단풍 색깔이 아름다운 것은 가을의 맑고 강렬한 태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기도 하고 초록색으로 덮혀 보이지 않던 색깔이 다시 나타나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란색 등으로 나타난다. 겨우내 차가운 기온에 견뎌야 하기 때문에 잎은 마지막 사력을 다해 당분을 만들어 온몸으로 내려 보낸다. 세포 안이 얼어 조직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잎은 잠시 우리곁에 머물다 작별한다. 그래서 숲은 성스러운지 모른다. 원래 인간이 자연 상태에 살던 모습은 깨끗하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숲은 우리를 그렇게 만든다.

칼 구스타프 융은 “인간의 마음 속에는 숲이라는 환경이 편안하게 몸을 기댈 수 있는 존재라는 집단무의식이 자리잡게 된다”라고 했다. 이는 아마도 오랜 시간을 통해 숲에 의존해온 인간의 의식 속에는 숲은 편안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침엽수만 있는 숲보다 활엽수가 많은 숲이 더 건강하고 풍요로워 보인다. 간섭을 싫어하는 침엽수는 다양한 물질을 뿜어내어 자신의 영역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로지 빛에 의해서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소나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기개는 높이 살만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서구 선진국보다 훨씬 빠르게 공동체 가치관이 붕괴되고 있다. 아파트 런(아파트 탈출)이나 시티 런(도시 탈출)은 자연과 단절된 삶의 한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자신만의 영역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소나무도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군락을 지어 모여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활엽수의 그늘 아래서 신음하다 서서히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것은 곧 공동체적인 삶이 그 대안이라는 것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숲은 바로 공생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산 정상의 단풍은 빠르게 지고 있다. 단풍이 사라지기전 대구 인근의 산이라도 이제는 산림교육전문가의 다양한 서비스와 도움을 받아 안전한 등산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등산의 안전과 건강하고 올바른 걷기 방법인 맨발걷기(barefoot hiking), 노르딕워킹, 올레길을 걷는 트레일워킹 등의 다양한 서비스는 숲길등산지도사에게, 숲과 숲의 역사 그리고 숲과 인간과의 관계, 나무의 생리 생태에 대한 해설은 숲해설사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겨 숲사회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더 나아가 숲과 관련한 국가 자산인 산림문화자산의 지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산림문화자산은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의해 ‘산림 또는 산림과 관련되어 형성된 것으로서 생태적 경관적 정서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큰 유·무형의 자산을 말한다’ 라고 돼 있다. 따라서 생태나 경관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대구 인근의 숲과 가로수, 가로숲 등을 발굴하고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숲속에 있는 유형의 나무나 유적지, 또는 자연물도 해당되고 무형의 전설, 전통의식, 민요, 민간신앙, 민속, 기술 등도 해당된다고 하니 이제는 등산을 숲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소중한 보물을 찾아내는 일로 바꿔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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