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마음 흔드는 건 자랑보다 ‘모자란 실패담’
유권자 마음 흔드는 건 자랑보다 ‘모자란 실패담’
  • 이대영
  • 승인 2019.12.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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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자서전과 같은 선거홍보물
성장과정·주경험·가치관 작성
자랑·뻔한 봉사활동 사진 대신
노동자에 건네는 따스한 메시지
겸손함 드러나는 약속 담아야
신대구택리지-총선결과
머릿속에 ‘당선확인증을 받아든 자신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림 이대영

 

이대영의 신대구 택리지 (49)당선확인증과 맞바꿀 미니 자서전

최근 새로운 도전에 ‘미니 자서전(micro biography)’을 많이 활용한다. 치매 및 난치병, 수험 슬럼프, 부부간 냉각기, 노벨상 수상, 선거 등 어려운 도전에 미니 자서전을 이용한다. 옛 고사론 와신상담(臥薪嘗膽), 군사전략용어론 목표추적기획(cybernetic planning)이다. 화가들의 말을 빌리면 자화상 그리기(self-portrait drawing)다. 머릿속에다가 ‘당선확인증을 받아든 자신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작업’ 유식하겐 ‘셀프 이미지 만들기’다. 장편소설 집필과정에 비유하면, 성격이 뚜렷한 인물로 각인시키기 위해 이름, 성질머리, 출생지역, 학력 및 경력 등을 독특하고 박진감 있는 미니전기(micro-bio)로 가장 먼저 작성한다. 유권자에게 뚜렷한 캐릭터를 소유한 인물로 각인시키고자 하는 영웅 만들기 구성에 해당한다. 물고기 잡는 어부들의 말로는 은밀한 그물 짜기다.

사실, 선거전(選擧戰)에서 미니 자서전은 아주 작게는 전투화살에 방향을 잡아서 명중률을 높이는 화살깃(矢羽, feather of arrow)이다. 화살깃(矢羽)은 오늘날 배의 방향타, 비행기의 방향키(rudder) 혹은 소총의 가늠자(rear sight)에 해당한다. 통계상 화살깃 하나가 30% 이상의 명중률을 높인다. 미니자서전의 용도요? 약국에 감초지요. 홍보물 출판, 출마계획서(변), 정치철학, 경선전략, 인지도 제고, 중간지대(층) 갈라치기, 정책(공약) 만들기, 추세분석 및 판세분석, 득표전략(판세 굳히기) 혹은 당선(낙선) 뒤 유권자에게 감사인사(thank-you greeting)에도 활용된다. 선거참모라면 누구라도 선거기간 중 옆에 두고 봐야 할 필수매뉴얼(must-be manual)이다. 크게 봐서는 대양(大洋)을 항해하는데 기본이 되는 항해지도(navigational map)이고, 오늘날 젊은이들 용어로는 ‘운전에 나비 아가씨(GPS)’다. 왜냐하면 후보자 본인이 늘 사무실에서 남아서 만기친람(萬機親覽)할 수 없다. 2~5매 이하로 요약해 놓은 미니자서전에다가 의견을 물어서 친람결재를 받으면 된다.

그렇다면 미니자서전이란 분신(分身)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적어도 i) 성씨, 가문(가풍 및 가훈), 출생지, 선조 및 존경하는 인물 등 성장과정(成長過程), ii) 출신학교, 학창시절의 HR(Human Relation)활동, 조직과 단체의 리더십, 학력(학교 및 학회), 참여 프로젝트, 중요저술활동(논문, 저서, 언론기사) 등의 주요경험(主要經驗), iii) 인생관, 결혼관, 직업관, 가치관, 정치철학 및 출마 대의명분 등의 유권자 표심에다가 각인시킬 거리(刻印事項), iv) 조직 활성화 방안, 경선전략, 지역유세 차별화, 중도지역 갈라치기, 판세분석 및 굳히기 각종전략(各種戰略)을 내용으로 한다. 작성형식은 정해진 것은 없으나 신속정확하게 일람할 수 있게 서술형식(대학교수 및 기자 등을 대상으로), 개조형식(공무원 및 회사원 등을 대상으로), 문답식(인터뷰 및 르포 시에 이용), 면담형식 혹은 매뉴얼방식(선거사무실 비치용) 등으로 작성한다.

이렇게 한다면 얻는 건 : i) 선거참모진이 후보자의 철학(大義名分)을 공유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一而貫之). ii) 보도자료 한 장을 작성해도 후보자맞춤 정보제공이 가능해 헛발질을 최소화(虛湯最少)한다. iii) 정보공유를 통해 조직연대감으로 내부갈등을 줄이고, 위기관리에 유용한 동고동락(同苦同樂)의 기반이 된다. 속칭 참여구성원들이 “성냥개비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먼저 불태워야 장작에 불을 붙인다”는 사실이다. 2002년 5월경에 겨우 5% 지지도로 출발했던 고(故) 노무현 후보자는 “말하면 알 것이고, 보여주면 이해한다. 그러나 동참시키면 공감한다(言則知覺, 視則理解, 同參共感).”는 슬로건 이행으로 당선되었다. 또한 ‘대붕은 바람을 거슬러 날아오르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간다(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라는 백범일지(白凡逸志) 구절을 정치철학으로 삼았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1956년 5월 16일 제3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장면(張勉)과 신익희(申翼熙) 후보자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 구호로 세상뒤집기를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1992년 미국 대통령 후보자 빌 클린턴(Bill Clinton, 1946년생)은 “바보야, 바로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캠페인 슬로건(campaign slogan)으로 백악관 주인공이 되었다. 대구경북 지역정치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9단(King Maker) 허주(虛舟, 1932~2003) 님의 말씀을 빌리면 “정치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이다”고 했다. 그분의 대의명분(大義名分)이란 : i) 제단을 쌓고, ii) 지극정성이 담긴 제물을 올려야 한다. iii) 외부에서 희생양을 구할 수 없으면 자신의 허벅지 살이라도 베어 올려야 한다. 이렇게 대의명분을 만드는 걸 한때는 ‘빈 배 띄우기(虛舟)’ 라고도 비유한 데에서 별호(別號)를 얻었다. 오늘날 대의명분을 만드는 건 이미지 만들기(image making), 포장술(wrapping), 혹은 프레임(frame) 덧씌우기, 색깔 입히기(coloring)에 해당한다.

유권자의 표심폭격용 종이비행기(paper airplane)!

군사적 무기로써 어떤 레이더에도 포착되지 않고 적진의 정보를 훔치고 폭격을 감행할 수 있는 비행기가 ‘스텔스폭격기(stealth fighter)’다. 당선을 목표로 정했다면 선거전에도 유권자의 표심을 훔치고 뒤흔들어놓은 스텔스폭격기가 필요하다. 시골 초등학교 학동(學童)들이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네가 만든 비행기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동요(童謠)를 부르면서 날린다. 어린 동심에서 본다면 선거란 자기가 만든 종이비행기 날리기 경기다. 단지 표심스텔스폭격기(voting stealth fighter)와 학동의 종이비행기가 같은 건 : i) 멋지게 높이 날아올라서, ii) 구경꾼(유권자)의 마음을 빼앗아(포격당해), iii) 빼앗긴 마음(아름다운 상처) 때문에 표를 던진다.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여심폭격기(女心爆擊機)는 BTS(방탄소년단)다.

이런 표심 스텔스폭격기가 바로 미니자서전이 해야한 역할 혹은 기능이다. 마치 협심증치료제로 제조했던 약 비아그라는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 2016년 11월 청와대에서는 고산병치료제로 사용했다. 이와 같이 미니자서전을 표심 스텔스폭격기로 만들자면 적어도 i) 표심의 현황과 실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ii) 자연부락, 문중(門中), 봉사단체(관변단체), NPO(non-politic organization) 등 지역조직체의 동향파악, iii) 유권자의 눈높이, 수준, 요구사항 및 각종수요를 진단해야 한다. iv) 이런 다음 명확한 유권자정보에 기초한 세분화표적(micro-targeting)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거용 홍보물을 보면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다. 천편일률적으로 후보자의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다. 출판기념회의 출판물은 후보자의 자랑만을 늘어놓았고, 유권자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유권자는 표지와 목차정도는 예의상 넘겨보고 “옳아, 네가 참 잘났다!”하며, 방구석에다가 던져버린다. 진정으로 유권자의 투표를 원한다면, 사진 한 장을 찍어도 유권자의 입장, 유권자의 눈높이와 바람에 맞춰 찍어야 한다. 무슨 놈의 봉사활동은 그렇게 많이 한다고 봉사하는 후보자 사진만을 도배한다. 봉사를 받아 행복해 하는 시민(유권자)의 모습은 눈을 닦고 봐도 없다. 이젠 유권자는 더 이상 똑똑한 후보자, 잘난 후보자, 지체 높으신 후보자, 많이 배우고 돈 많은 후보자, 자기자랑만 하는 후보자를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갑질(甲質)을 당한 기분(公憤)만을 느낄 뿐이다. 그렇게 자랑하지 않아도 평소 언론을 통해서 이미 다 알고 있다. 한 마디로, 후보자의 안중에도 심중에도 유권자는 전혀 없으면서 표만을 달라는 건 양심불량이고 모순덩어리다!

오히려 좀 못 배우고, 모자라면 어떨까? 상추고기쌈을 여성이나 직원들에게 먹여주는 인정, 젖먹이 손주가 새해한복에 실례를 해서 난처해 “허~ 참~”하시는 너그러움, 철야 근무하는 사무실 직원들에게 따끈한 도시락과 “참으로 노고가 많습니다. 새벽에 내리는 이슬방울로 나팔꽃이 핍니다” 격려메모가 곁들인 사모님의 살가운 손길, 잘난 후보자의 얼굴보다 핑크색 하트(♥)를 든 손이 더 아름다움(분위기에 맞는 촬영소품 활용), 봉사로 행복해 하는 장애자의 환(歡)한 얼굴 뒤에 후보자의 작은 뒷모습에서 겸손함...이런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야 유권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 이야기 나온 김에, 자랑거리만 담은 자서전보다 덜 떨어진 실패담, 가진 것 없어 억울했던 일, 사회적 약자의 하소연 쪽지, 노변정담 몇 꼭지, 효자 혹은 효부로 향토사를 빛낸 우리의 선인들, 향토의 명저(名著), 향토음식의 진미, 선인들의 손때와 땀방울이 스며든 문화재(향교, 제실, 정자, 효자각 등), 유권자와 했던 약속들을 담아야 유권자에겐 ‘값진 보석이 가득한 작은 상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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