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시도민, 지역 정치권에 바란다...‘우리가 남이가’식의 감성적 담론서 벗어나야
대구·경북 시도민, 지역 정치권에 바란다...‘우리가 남이가’식의 감성적 담론서 벗어나야
  • 홍하은
  • 승인 2020.01.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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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6면-1
4·15 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대구·경북민들은 선거를 위한 ‘선심용’ 정책이 아닌 진정 지역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 무엇인지 고심해 지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개발·추진하는 지역 대표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신문 DB

2020년 흰 쥐의 해인 경자년(庚子年)의 해가 밝았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을 가늠하고 문 정부의 중간 평가인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오는 4월 15일 치르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100여일 앞둔 예비후보자들은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차별점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민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오히려 정치권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며 ‘정치 환멸’ 분위기까지 자아내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제지표들은 죄다 곤두박질치고 있고 주요 현안들은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18년 대구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천313만원에 그치면서 또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이외 고용률과 실업률, 생산·수출지표 등 각종 경제지표가 날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대구경북민들은 선거를 위한 ‘선심용’ 정책이 아닌 진정 지역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 무엇인지 고심해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개발·추진하는 지역 대표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구태의연한 정치적 공방으로 물타기하는 옛 행태를 떨쳐버리고 주민의 대표로서의 본분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학계 “전근대적 지역주의에 얽매이지 말길”

대구경북지역 학계는 TK 정치권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감성주의에 빠진 담론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판단과 성찰을 기반으로 한 정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적쇄신을 통한 지역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주의를 상징하는 TK지역에 정치적 이념만 있을 뿐 실질적인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대구경북이 보수주의를 상징하는데 실질적으로 보수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면서 “지역 정치권이 지역주의에 보수주의라는 이념을 묻어 들어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경북지역은 특정 보수정당이 오래동안 독점해 와 정치적으로 굉장히 고립된 것이 사실”이라며 “전근대적인 지역주의나 감정에 얽매여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채 교수는 지역 정치권이 이념이나 감정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정치를 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합리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면서 “전근대적인 지역주의나 감정에 얽메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에 물들어 있는 지역민들을 계도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 정치, 문화적으로 표준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표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 피 수혈을 통해 대구경북지역만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대구경북지역은 매번 나왔던 분들이 정치를 하고 있다”며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얘기인데 발상의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남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만의 담론을 갖고 정책 수립을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비현실적인 이상을 쫓기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지역 정치권을 복원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일각에서는 한국의 정당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다른 대안이 없다”며 “지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단번에 없어지진 않겠지만 정치인들은 사익과 공익을 일치시켜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고, 지역민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고 격려해주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계 "기업에 대한 바른 인식으로 위기타계"

지역 경제계는 지역 경제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김정욱 중소기업중앙회 대경중소기업회장은 “지역 경제의 위기가 심각한데 이를 인지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타 지역 대비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데 반해 지원은 적다”고 지적했다.

조임호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말로만 경제성장을 외치면서 실제로 내놓는 정책들은 그렇지 못하다. 경제가 좋지 않으니 시민들의 불안도 높아져 소비심리까지 위축돼 지역 경제는 더 안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제 위기를 타개할 실천형 인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지역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 부재로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바른 인식을 갖고 이를 지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지역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지역 경제가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합리적인 야성을 회복해 행동하는 일꾼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다며 말만 하지 말고 직접 행동해 그에 걸맞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역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청년 문제에 대한 본질적 고민할 인물 필요”

대구의 시민단체들은 지역·지역민들의 이익은 배제한 채 당리당략에만 초점을 두는 정치인은 더 이상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역 정치권은 이념적인 문제만 갖고 싸우고 경쟁하고 그런쪽으로 편향돼있다”며 “실질적인 지역의 정책이나 시민들을 위한 정책은 거의 없고 이념에만 치우쳐서 싸우고 있다. 주류 정치인들이 중요한데 특히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크다”고 정책경쟁의 부재를 지적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오로지 지역 감정에만 기대 쉽게 부패한데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고 타성에 젖어있어 정보성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런 정치권의 행태가 결과적으로 시민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그는 “보통 국회의원들이 국회 들어가 토목, 건설 이런 부분에서 예산을 따오고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말하는데 토목과 건설 분야만을 중시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시민의 삶의 질을 풍부하게 하는 복지, 문화, 교육, 건강 등 시민들에 밀접한 부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갖고 올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사무처장 역시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강 사무처장은 “타 지역의 정책들을 보면 민생정책, 청년정책 등 서민들의 삶을 보살피는 정책들이 구체적이고 많이 있다”며 “대구도 없지는 않지만 민생과 청년 일자리 이런 부분을더 세심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민생정책 통해 시민 위해 경쟁하는 선거 되길”

지역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 관련 인프라 부족을 지역의 문제점으로 꼽고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줄 것을 정치권에 주문했다. 정책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청년의 의제를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청년활동가로 활동 중인 조영태(27)씨는 “이때까지 대구에 살아왔고 가족, 친구 모두 대구에 있어 여기서 살고 싶은데 대구에서는 경제생활을 할 수 없어 대구를 떠난다는 청년들이 많다”며 “대구가 우리를 쫓아낸다. 대구가 우리를 보낸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대구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말은 청년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온지 오래 됐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 조은별(여·26)씨도 주거 문제나 교통 등 생활, 문화인프라의 부족을 지적했다. 조 씨는 “심야 시간대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문화 향유 기회가 부족하다”면서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대구에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청년들의 문제 중 개인이 해결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며 지역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조은별 씨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나 교통 인프라 문제는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정치인들의 성과를 위해 당사자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심도있게 고려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도민 "민생정책 통해 시민 위해 경쟁하는 선거되길"

대구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최선희(여·45)씨는 이번 선거는 ‘뻔한 인물’들끼리 다투는 선거라 아니라 민생 정책을 갖고 시민을 위해 경쟁하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 씨는 “선거 때는 지역을 위한 일꾼이 되겠다고 말해놓고 막상 국회의원이 되면 본인들 사리사욕 채우기 바쁘다. 교육이나 아동 등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진짜’ 시민을 위한 일꾼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시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전부터 특정 정당 후보면 무조건 찍어주는 묻지마 투표로 인해 후보들이 공천받는 거에만 열을 올리고 정책 연구는 안 한다”면서 유권자들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병수(48)씨는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는 작년보다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던데 걱정이다. 실제 매출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홍하은기자 haohong73@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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