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러내고 싶다구요? 알고보면 쓸모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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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영택
  • 승인 2020.05.03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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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23) 5월 그리고 잡초 이야기
이름 모른 채 깡그리 “잡초”라 불러
인류가 효용성을 찾지 못한 풀
작물 재배시 생산량 확보 ‘발목’
인간과 공존 불가 식물로 인식
결국 ‘생태자원식물’이더라
과수원 땅에 풀이 무성하면
해충·조류, 과수 공격 않고
바닥에서 먹잇감 찾아 활동
토끼풀은 토양 기름지게 하고
갈대는 야생동물 보금자리로
미나리, 수질 정화 역할 '톡톡'

 
세포아풀
세포아풀이 굉장한 세력으로 자라고 있다.

 
서양민들레-노란꽃
서양민들레가 다른 풀들과 함께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콩다닥냉이풀이흰꽃
콩다닥냉이 풀이 흰꽃을 피우고 있다.

 
형형색색야생풀꽃-02
형형색색 야생풀꽃이 자라고 있는 모습.

제법 성숙한 모습을 갖춘 연녹색 잎 위에 5월의 환한 태양이 금빛으로 부서진다. 코로나19로 감옥 아닌 감옥 생활로 지내다가 가끔 도시 인근의 산을 찾아 봄기운을 맞이하노라면 풀 한포기, 돌맹이 하나, 새순 내미는 나뭇가지, 그리고 지난해 쌓인 낙엽 사이로 얼굴을 내민 풀꽃 하나 하나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내 눈에 들어온다. 이토록 온갖 미물들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것은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덕분(?)이랄까.

집안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머무는 시간은 처음에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늘상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인연들, 부모님, 스승님, 그리고 가족들 모두 내 뜨거운 심장으로 한 뼘씩 더 다가오는 시간이 되고 있다. 사람은 대상을 보는 시선이 부드럽고 따뜻해야 그 대상에 대해 사랑과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 청량한 봄산을 오르니 바람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듯 능선을 훑고 지나간다.

가만히 나뭇가지를 바라다보면 새로 나오는 순은 처음에는 녹갈색이거나 혹은 아주 연한 연두색으로 뿌리가 기지개를 켜는 초봄은 아직 잎이 탄수화물을 대량생산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뿌리가 그렇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새순은 자라 의엿한 나뭇잎의 형태를 갖추고 태양이 뜨거워지는 여름으로 갈수록 잎이라는 공장은 더욱 활발하게 가동된다. 비로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공기는 아직 차갑다. 산 아래 진달래는 꽃잎이 떨어져 보이지 않더니 정상 부근에는 연달래라 불리는 산철쭉이 활짝 피어 있다. 연달래 꽃들 위로 한 무리의 구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아마도 저 산너머 이제 막 솟아나온 마른 땅 위 풀들이 목이 말라 구원의 손짓을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지나가는 시간은 멈출 수 없지만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했다.

찰나에 멈춰진 모든 사물(事物)중에서 가장 혹독한 시간을 이겨내고 땅 위에 제일 먼저 나타나는 생명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잡초다. 그 작은 모습은 풀 앞에 멈춰야 온전히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들 이름도 모르고 생활상에 거추장스러운 풀을 잡초라 명명하여 천대하거나 무시하고 매우 귀찮은 존재로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잡초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재배하는 각종 작물과 경쟁하며 필요 이상의 노동력과 비용을 들게 만들어 그 품질과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존재로 인간과는 대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잡초는 근본적으로 인간과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쓸데없는 풀로 제거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잡초는 과연 없애야만 하는 풀일까? 최근 들어 과학 문명이 발전하고 삶이 팍팍해질수록 인간의 마음과 유전자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이 끊임없이 생명 속에서 꿈틀거린다. 그 욕망은 먼저 제일 낮은 곳에 있는 초록의 풀로 향한다. 아니 흔하디 흔한 잡초무리로 향한다.

잡초는 ‘인류가 아직 그 효용성을 발견하지 못한 풀’이라고 어떤 사람은 말했다. 잡초(雜草)의 사전적 의미는 “잡풀 즉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가지 풀” 이라고 되어 있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의 “잡초관리 길잡이”에는 잡초는 조경공간에서 원하지 않는 풀, 혹은 이용 가치가 발견되지 않는 풀로 정의한다. 즉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인간의 필요적 공간에서 공감각적인 이용 가치나 생물자원으로써의 활용 가치가 없거나 아직 연구되지 않은 풀의 뜻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잡초라 할지라도 분명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굳이 잡초라 부른다. 모두 인간의 입장에서 풀을 해석한 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잡초를 재해석하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즉 자연환경에 미치는 다양한 잡초의 효과가 검증되고 있으며 심신의 안정과 생리활성 물질로써의 기능이 우수해서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식물이라는 사실임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36년간 잡초를 연구하기 위해 현장을 누빈 고려대 잡초박사 강병화 교수는 “결국 잡초는 없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두가 생태자원식물이라는 것이다.

또 조지프 코캐너의 잡초의 재발견에서도 유용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첫째 잡초는 특히 표토에 결핍되어 있는 광물질을 토양 하부에서 위쪽으로 옮겨 농작물이 그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둘째 잡초는 토양을 섬유화(토양입자를 덩어리지게 하는 작용)시켜서 비옥하게 만들며, 셋째 잡초의 종류와 상태는 토양의 상태를 알려주는 좋은 지표가 된다. 넷째 잡초는 빗물에 씻겨 내려가거나 바람에 날아갈지도 모르는 광물질과 영양분을 저장함으로써 다른 식물들이 그것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토양의 상태를 유지시켜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부터 우리는 왜 잡초라고 불렀을까. ‘잡초관리 길잡이’에서 잡초와 풀의 생장생리 특성을 가지고 특히 근성(根性)이 있는 풀을 잡초라 했다. 근성, 즉 아무리 밟고 없애려고 해고 또 다시 살아나는 풀,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잡초라 했던 것이다. 이는 백성을 민초에 비유한 의미와도 통한다. 때로는 민초를 괴롭히는 시정잡배들도 잡초라 했지만. 아무튼 이렇게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의 생명력의 근원은 바로 씨앗에 있다.

씨앗은 땅속에서도 오래 생존할 수 있고 대부분 빛이 있어야만 발아를 하는 특성상 경작을 위해 경운을 하는 순간 씨앗은 빛의 반응에 의해 일제히 발아한다. 즉 길고 복잡한 휴면성(休眠性)과 종자의 생산량이 많아 잡초는 없앨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을 하지 않은 이상 언제 어디서나 잡초는 번성한다. 씨앗은 또한 결실 주기도 빠르고 생산량도 많다. 또한 종자의 전파 수단도 다양하다. 씨앗의 모양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과수농사를 조금 짓는 나로서도 초기에는 잡초는 제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수나무와 잡초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서로 공생하도록 놓아둔다. 과수에 번성하는 해충이 바닥에 풀이 많으면 오히려 풀 속에서 먹잇감을 구하거나 생활사를 완수한다. 그리고 과일을 쪼아 먹는 조류의 피해도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어서다. 바닥에 풀이 없으면 조류는 오히려 제일 맛있는 과일을 공격한다.

뿐만 아니라 잡초는 특히 농촌어메니티자원(농촌지역의 아름다운 경관, 역사문화유산, 정취 등이 어우러져 쾌적함, 유쾌함,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의 속성이나 감성적 인식)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예를 들면 토끼풀, 민들레, 유채, 자운영 등이다. 또한 잡초는 경관을 아름답게 꾸며 주기도 하는데 억새, 갈대, 띠, 쑥부쟁이, 벌노랭이 등이 그이다. 얼치기완두나 새완두 살갈퀴 등은 다른 잡초의 발생을 억제하고 콩과식물인 토끼풀 등은 토양을 보호하며 기름지게 한다. 포아풀이나 띠 등은 경사면의 토양 유실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갈대, 줄풀, 돌콩, 억새 등의 잡초는 야생 동물의 보금자리가 되고, 특히 갈대, 부들, 줄풀 등은 알콜을 생산하는 바이오매스자원으로도 쓰인다. 다양한 수생잡초(물달개비, 가래, 마디꽃 등)는 어류의 서식처가 되고, 미나리, 개연꽃, 마름, 꽃창포, 생이가래 등은 수질을 정화하는 정화식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잡초의 유용성은 위에서 언급한 식물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그동안 사람에 의해 천대받던 쇠뜨기는 위암, 자궁암, 전립선암에 잘 듣는 약용식물로서의 이용뿐만 아니라 식용이나 화장품 원료로도 쓰이는 등 위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외에도 인간에게 유용한 잡초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몇 년 전 중국 길림성의 한 사막에서 우리나라 환경단체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해 나무도 자라지 않는 그곳에 감모초라는 잡초를 심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농업과 생태환경의 선진국인 독일의 칼스루에시의 경우 일찍이 잡초의 유용성을 깨달아 밭과 밭 사이의 일정한 공간을 잡초를 보존하기 위해 “밭 테두리 보존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잡초의 보존뿐만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모든 동·식물을 보호하고 잡초의 약성 연구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또 동·서독 통합후 비무장지대(DMZ)인 철의 장막은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T)에 의해 지금은 그뤼네스반트라고 하는 “녹색 띠”로 탈바꿈 했다. 다양한 동·식물 5천300여종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자연보호구역이 된 것이다. 결코 잡초는 없다. 그 작고 여린 풀꽃 잎 속에도 온 우주의 하늘이 담겨 있다. 코로나로 인한 힘든 시간, 이 땅위의 소중한 풀 한포기가 희망과 위안의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임종택<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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