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성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장 “과감한 ‘감염병 전담 병원 승인’ 확산세 방지 큰 역할”
서영성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장 “과감한 ‘감염병 전담 병원 승인’ 확산세 방지 큰 역할”
  • 조재천
  • 승인 2020.06.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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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본산’ 대구·경북 수장들에 듣는다-4) 서영성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장
셋째 날부터 환자들 줄서 대기
밀려오는 확진자에 두려움도
치료 받은 확진자 1천명 넘어
방호복 재고 부족해 늘 불안
생활치료센터 등 효율 운영
재감염 우려 집·병원만 오가
체력·정신력 싸움 서로 응원
직원들 재난 극복에 ‘자부심’
거리두기 등 기본에 충실하길
서영성-계명대대구동산병원장1
서영성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장은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돼 100일 이상 전력을 다해 국가적 재난 상황을 극복했다는 자부심이 모든 직원에게 생겼다고 말했다.

감염병이 이토록 무서울 줄은 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앞으로 세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Before Corona)과 이후(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한 달간 하루 평균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월 18일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대구에서 나왔다. 이 환자가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를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집단 감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삽시간에 지역 사회를 마비 상태로 만들었다. 꽉 막혔던 대로가 숨통이 트였고, 북적대던 거리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대한민국 의료특별시’를 표방하던 대구도 미증유의 감염병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대구시는 지역 첫 확진자 발생 후 임시방편으로 100병상을 마련했지만 감염 확산 속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때 중구 동산동에 있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돼 병원 전체를 비우고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나섰다.

그동안 대구동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확진자는 1천 명이 넘는다. 대구 확진자의 14.8%, 국내 확진자의 8.5%가 이곳을 거쳤다. 혹자는 ‘코로나19 방역의 성지’라고도 부른다. 최근 지역 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병원은 오는 15일부터 일반 환자 진료를 재개한다. 서영성 대구동산병원장을 만나 그간 궁금했던 이야기와 새로운 출발에 대한 각오를 들어 봤다.

- 2월 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로부터 사흘 뒤인 21일 코로나19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됐다. 당시 대구시와 협의 과정과 결단을 내린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구시는 다수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직접 주관해 지역 병원장 및 의료원장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성서에 있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의 미활용 100병상을 사용하기로 결정했고, 2월 20일 오전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에서 이를 허가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 대구시로부터 확진자가 너무 많아 100병상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시는 상급종합병원이 코로나19를 전담할 경우 의료 체계의 붕괴가 예상된다며 대구동산병원이 전담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학교 측 내부 논의를 거친 뒤 당일 대구동산병원이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는 것을 승인했다. 이후 발 빠르게 입원 중인 환자들을 퇴원시키거나 성서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으로 전원하고 코로나19 대비 태세를 갖췄다.

-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전환은 수월했나?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다른 입원 환자의 반발은 없었나?

△ 대구동산병원이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건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환자를 퇴원 또는 전원하는 일과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전환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코로나19와 맞닥뜨린다는 두려움이 모두에게 컸지만, 모든 직원이 신속히 준비한 덕분에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전환이 가능했다. 재원 중이던 입원 환자들에게는 이에 대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고, 흔쾌히 협조해 주셔서 빠르게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할 당시 의료진이 착용하는 마스크나 레벨 D 방호복이 부족하다는 말이 많았다. 이로 인해 의료진이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당시 상황은?

△ 그 당시 우리 병원은 하루에 필요한 방호복 세트가 500세트 정도였다. 재고량이 3~4일치밖에 없어서 늘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다른 나라의 의료진이 비닐 옷을 입고 진료하는 모습을 봤을 때 우리도 그 상황이 닥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했기에 보건복지부와 대구시,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방호복 수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에 방호복이 부족했다면 우리가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싶다.

- 전 국민이 코로나19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을 때 대구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감염병 전담 병원의 장으로서 책임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 업무나 생활 패턴에 달라진 게 있다면 설명해 달라.

△ 코로나19 이후로 일상생활은 물론 의학회나 모임 참석도 조심하게 됐다. 혹여나 내가 감염된다면 나로 인해 수고하는 직원들이 재감염될 우려가 있기에 한 달 넘게 집과 병원 이외에 다른 곳은 가본 적이 없다.

-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원내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셋째 날부터 환자들이 병원으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 당시 전국에 있는 구급차가 대구 지역의 감염 환자를 싣고 입원시키기 위해 한 줄로 늘어서 대기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살이 떨리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저 환자들을 다 감당해야 할 텐데… …’라는 순간적인 두려움이 찾아왔다. 지금도 가끔 그 당시를 돌이켜 보면서 우리가 그 많은 환자를 모두 감당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 현재 수도권과 달리 대구 지역 코로나19 상황은 안정화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구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상황에 대한 분석, 빠른 의사 결정, 상황에 맞는 전략 등 3가지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1년 전이나 후에 발생했다면 이렇게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동산동에 있던 계명대 동산병원이 성서로 이전한 뒤 우리 병원에 빈 병상이 많았기에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전환이 가능했다. 이런 상황을 대구시가 분석해서 제안한 덕분에 발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다.

또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될 경우 병원 운영상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과감히 결단한 학교 경영진의 의사 결정이 준비 시기를 앞당겼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던 시기에 병원과 생활치료센터를 활용해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를 구별해서 치료하도록 한 전략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해 탁월했다고 본다.

- 코로나19 확산 당시 질환의 특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을 것 같다. 환자 치료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의료진과 직원도 사태 장기화로 정신·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랐을 것 같은데?

△ 의사, 간호사, 지원직 모두가 위험한 순간에 놓인 상황이었다.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았고, 업무를 그만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탓할 수 없다.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처음에 이지연 감염내과 교수를 필두로 감염관리팀이 환자 치료를 위해 뛰어들었다. 그 후 병동 수간호사들이 투입되면서 괜찮은 것을 보고 서로 용기를 내어서 치료 병동에 들어갔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뒤 두세 달 동안은 정신력, 체력과 싸움이었다.

- 6월 15일 재개원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전념해 왔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 100일 이상 전력을 다해 국가적 재난 상황을 극복했다는 자부심이 모든 직원에게 생겼다. 우리의 자부심은 우리의 가족과 우리가 돌보는 환자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가짐은 살아가면서 경험하기 힘든 자부심이다. 그 자산은 앞으로 우리 병원이 환자를 진료하는 데 큰 힘과 도움으로 작용할 거다. 또한 우리 직원들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코로나19를 함께 이겨 내고 있는 시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며 생활한다면 대구 시민들이 코로나19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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