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영남대병원장 “독창적 DT 선별 진료소 운영…총 1만1천여건 시행”
김성호 영남대병원장 “독창적 DT 선별 진료소 운영…총 1만1천여건 시행”
  • 조재천
  • 승인 2020.06.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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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본산’ 대구·경북 수장들에 듣는다-6)김성호 영남대병원장
폭발적 증가 대비 직원들 고안
익명성 보장돼 2분에 1명 검사
美·英 등 해외서 앞다퉈 도입
중증 위주 치료 상급 역할 다해
의료진 솔선수범 효율적 관리
방대본 실수 오히려 전화위복
기관들 협력 ‘메디시티’ 증명
개인위생·타인 배려 노력해야
방심 땐 또 대단위 감염 가능
김성호-영남대병원장2
김성호 영남대병원장은 지난 2월 20일 병원 대회의실에 ‘코로나19 비상대책상황실’을 마련해 한 자리에서 바로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일사분란하게 대응했다.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격적 대응으로 팬데믹에서 하나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주요 외신들은 우리나라의 대응 방식에 주목했다. 특히 다양한 방식의 선별 진료소 운영은 우리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중에서도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DT)’ 선별 진료소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 해외 각국에서 앞다퉈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DT 선별 진료소가 등장했다. 드라이브 스루는 커피나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식을 주문해 받아 가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을 접목한 검체 검사로 시간은 물론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영남대병원의 DT 선별 진료소는 우수 사례로 꼽힌다. 지역 보건소나 병원에서도 설치·운영 방식을 참고해 하나둘 따라하기 시작했다. 김성호 영남대병원장을 만나 DT 선별 진료소에 대한 이야기와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뒤 일어난 크고 작은 일에 대해 들어 봤다.

- 영남대병원은 2월 26일부터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DT) 선별 진료소를 운영했다. 운영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당시 지역 사회로 감염이 확산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DT 선별 진료소를 설치·운영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우리 병원은 국내 세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8일 위기대응팀을 구성했다. 선별 진료소 운영과 방문객 발열 관리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나오진 않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고, 2월 20일 대회의실에 ‘코로나19 비상대책상황실’을 마련했다.

선별 검사는 2월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이튿날 부원장과 함께 선별 검사를 직접 해봤더니 이렇게 해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검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원장, 총무부장, 감염관리차장인 허지안 교수와 머리를 맞댄 결과 23일 DT 선별 진료소를 고안했다. 다음 날 곧바로 설치에 나섰고, 25일 예비 점검을 거친 뒤 26일 오전 8시 30분부터 우리 병원만의 독창적인 DT 선별 진료소 ‘Yu-Thru’를 운영했다.

- 영남대병원의 DT 선별 진료소는 ‘원스톱’ 체계로 제대로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보건소나 병원에서도 운영 방식을 참고했다. DT 선별 진료소 운영으로 눈에 띄게 달라진 게 있다면?

△ 기존 방식으로는 하루 30건 정도의 선별 검사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스톱 DT 선별 진료소를 가동하면서 2분에 1명씩 검사가 가능했다. 익명성도 보장돼 신분 노출을 꺼리며 검사받기를 주저하던 분들도 전화 상담을 통해 적극적인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DT 선별 진료소는 이른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운영된다. 하루 400건 이상의 검체를 채취한 적도 있다. 국내외 언론과 국민의 관심 속에 지금까지 1만 1천 건 이상의 검사를 시행했다. 다수의 보건소와 병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문의해 주셔서 적극적으로 설치를 도와 드렸다.

-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역 대학 병원의 응급실이 동시에 폐쇄된 일이 있었다. 일반 환자가 응급 치료를 받을 곳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역 대학 병원장 중 한 사람으로서 당시 안타까운 마음이 컸을 것 같다.

△ 그때가 코로나19 확산 초기라 의료기관의 폐쇄나 의료진의 자가 격리 등 방역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대구 시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이 모두 폐쇄되는 상황이 빚어졌고, 병원마다 수십 명의 의료 인력이 자가 격리돼 확진자는 물론 일반 응급, 중증 환자 치료에도 큰 차질이 발생했다. 감염병 규모나 수준에 맞는 맞춤형 방역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월 20일 대구시 기관장 대책 회의에서 현실에 맞게 기준을 완화하자고 했고, 며칠 뒤부터 일부 기준이 완화됐다.

- 영남대병원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위주로 치료에 전념해 온 것으로 안다. 당시 병원 비상대책상황실장으로서 확진자 치료나 의료진 관리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 각 의료기관마다 역할론이 제기돼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내지 초중증 환자 치료에 전념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영남대병원은 권역호흡기센터를 확진자 격리 병동과 격리 중환자실로 운영했다. 유증상 경증 환자부터 중증, 초중증 환자까지 이곳에서 치료받았다. 우리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대기 중이던 환자에게는 전화 진료를 하고, 필요한 약을 처방해 택배로 보내 드렸다.

2월 23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파견할 간호사 20명 모집에 23명이 서둘러 자원해 주셨다. 확진자 치료 병동 야간 당직에도 많은 교수님이 자원해 주셔서 효율적인 인력 관리가 가능했다. 우리 의료진은 전공과 관계없이 선별 검사에 참여해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가장 많은 선별 검사를 시행했다.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 지난 3월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한 차례 마찰이 있었다. 이후 방대본에서 한 번의 진단 검사에서 실수나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평상시 검사 신뢰도는 수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대구시 의사회와 경북도 의사회는 방대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일로 병원 의료진의 사기가 떨어지진 않았나?

△ 코로나19 사태로 2월 18일부터 정신없이 달려왔다. 방대본에서 한 발표로 검사 관련 인력을 포함해 전 교직원의 사기 저하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허탈한 마음이 컸지만 교직원들을 안심시키고 진단검사팀을 격려했다. 무수한 언론을 대상으로 일일이 해명했고, 방대본에는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우리 병원은 진단 검사상 이상 소견이 있어 방대본에 재검사와 토론을 요청했다. 하지만 방대본은 소통도 없이 언론에 ‘검사 중지’를 공표했다. 진단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내렸으면 먼저 병원에 검사 중단을 요구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병원에서 이뤄진 수많은 진단 검사의 신뢰도는 물론 의료기관에서 시행 중인 검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낳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 진단 검사 전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방대본이 검사실 오염 여부와 기존에 시행된 진단 검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검사실의 수준이 높고, 전국 의료기관 중 가장 많은 검사를 해온 기관으로 평가돼 명예가 회복되고 전화위복이 됐다. 이 일로 전 교직원이 더욱 단결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와 발전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원내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 감염 확산 초기 전 교직원의 감염 공포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직접 선별 검사에 나섰던 일, 하루 DT 검사 300건을 돌파했을 때 상황실에서 함께 축하했던 일, 지역 상급종합병원장 ‘단톡방’에서 대구의 수많은 중환자를 외부로 이송할 수 있도록 체계를 바꾸었던 일, 방대본의 갑작스런 검사 중지로 황당해 했던 일, 4월 16일 대구에서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축하했던 일, 비상상황실 개소 100일을 기념했던 일 등 생각해 보면 아주 많다.

한밤 중 시장님의 전화를 받은 일, 남구청장님과 수시로 통화하며 상황에 대해 의논한 일, 지역 취약 계층 주민에게 무료로 선별 검사를 해 드렸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 대구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전망은?

△ 대구시를 중심으로 모두가 합심한 덕분에 확산세를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방역 지침을 잘 따라 주셨고, 확진자의 접촉자나 의심 환자도 적극적으로 검사에 참여했다. 대구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의료진이 도움을 주셨다. 대구 시내 모든 의료기관이 적극 협력해 ‘메디시티 대구’의 저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심한다면 언제 또다시 대단위 감염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확진자 치료에 헌신한 의료진과 아직까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시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됐을 당시 ‘대구 시민 살리기에 동참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리는 이긴다! 대구는 이긴다! 반드시 이긴다! 힘내라 YUMC!’라는 구호를 만들었다. 우리는 한 번 이겨 냈고,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 낼 자신이 생겼다. 힘든 상황에서도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해 준 교직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대구 시민의 성숙한 자세와 협조, 후원에도 감사드린다. 코로나19와 무관한 일반 환자 분들도 불편을 감수하고 협조해 주셨다. 앞으로 개인위생뿐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방역에도 신경을 쓰고 노력한다면 안전한 대구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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