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칠곡경북대병원장 “감염학회 자료 응용 세계 최초 DT 선별진료소 운영”
손진호 칠곡경북대병원장 “감염학회 자료 응용 세계 최초 DT 선별진료소 운영”
  • 조재천
  • 승인 2020.06.18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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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본산’ 대구·경북 수장들에 듣는다
7)손진호 칠곡경북대병원장
환자 추이로 수천명 발생 예상
기존 방식 감당 안돼 특단 절실
실외 검사 안전 확보·경비 절감
직원 감염 없는 유일 종합병원
음압 중환자실 등 3일만에 증설
최선 다한 진료는 의료진 의무
세계 각국서 소멸돼야 ‘종식’
장기화 돼도 긴장·인내 유지를
(코로나19) 손진호 칠곡경북대병원장 2
손진호 칠곡경북대병원장은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 과장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은 2월 23일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DT) 선별 진료소를 운영했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난 때였다. 손진호 병원장은 “우리 병원이 대구에 있는 종합 병원 중 유일하게 원내 직원 감염이 없었던 것은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덕분”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할 무렵 지역 병원에서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매뉴얼대로 검체 검사를 시행했다고 한다.

자고 나면 확진자가 곱절로 늘어난 상황에서 선별 진료소마다 감당할 수 있는 검체 검사는 10건도 되지 않았다. 신속한 검사가 절실할 때 칠곡경북대병원은 획기적인 방식으로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DT 선별 진료소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쉬운 발상 같지만 막상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를 현실화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손 병원장에게 DT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게 된 배경과 당시 병원 상황에 대해 들어 봤다.

-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DT) 선별 진료소를 운영했다.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나?

△ 감염내과 권기태 교수가 대한감염학회에 올라온 자료라면서 원장실로 들고 왔다. 자료는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 과장이 제안한 내용이었다. 축구장처럼 넓은 공간에 운동장 트랙을 따라 접수실, 문진 및 검체채취실, 안내실 등 5개 시설을 설치해 차가 트랙을 지나가면서 진단받는 방식이었다.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축구장처럼 넓은 공간을 빌리자니 행정 절차가 필요했고, 인근 주민의 민원도 예상됐다. 전기 시설이나 인터넷 장치 설치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결국 우리 병원만의 적용 방법을 연구했다. 우리 병원은 진단 검사를 위한 제반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를 활용하는 게 넓은 공간을 빌리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컨테이너만 추가 설치해서 DT 선별 진료소를 만들기로 했다.

병원 공간을 고려해 학회 자료에서 제시한 5개 시설을 2개로 줄였다. 시설 한군데에선 전화로 검진 접수를 하고 문진, 수납이 이뤄졌다. 다른 한군데에서는 예약된 검체 채취 시간에 맞춰 차를 타고 온 피검사자의 검체를 채취했다.

- 당시 DT 선별 진료소를 설치·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지역 첫 확진자 발생 후 며칠간이었지만 환자 수가 늘어나는 양상을 봤을 때 적어도 수천 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확진자가 수천 명이 되려면 검사 대상자는 적어도 수만 명이 되는 게 당연하다. 처음에는 메르스 사태 당시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하던 방식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하루 최대 7~8명의 검체 채취가 고작이었다. 이 방법으로는 폭증하는 검사 대상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신속한 검사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 메르스 매뉴얼 그대로 검체 검사를 했을 때 검사 속도가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DT 선별 진료소 운영의 장점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사용했던 선별 진료소에서는 의심 환자 한 명을 검사한 뒤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해 천막 내부를 소독하고 환기하는 과정을 매번 반복했다.

또 의료진과 방역 담당 직원은 환자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방호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머리부터 발까지 온몸을 감싸는 레벨 D 방호복은 벗고 입는 데만 20분가량 걸린다. 이렇게 피검사자 한 명의 검체를 채취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반면 DT 선별 진료소는 밀폐된 실내 공간이 아닌 자연 환기가 되는 실외에서 검사가 이뤄져 소독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경비를 줄이고, 교차 감염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또 레벨 D 방호복보다 간편한 5종 보호구(수술용 가운, goggle, face shield, 장갑, 앞치마)로 대체가 가능했다. 피검사자 한 명을 검사한 다음 장갑과 앞치마만 교체해도 감염을 차단할 수 있어 의료진의 피로도 해소는 물론 물자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와 워크 스루 방식을 운영한 첫날 30여 건의 검체 검사를 했다. 며칠이 지나고 하루 100건을 훌쩍 넘겼다. 기존 검사 방식에 비해 약 20~30배 증가한 검사 속도를 보였다. 게다가 기존에는 선별 진료소 앞에 대기 환자들이 줄을 서 있어 교차 감염 우려가 있었지만, 전화로 진료 시간을 예약하면서 대기 줄이 사라졌다. 안전하고 신속한 검사가 가능해졌다는 게 DT 선별 진료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칠곡경북대병원을 비롯해 대구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위주로 치료해 온 것으로 안다. 당시 병원 상황과 의료진의 노고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중증 환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중증 환자 치료는 생명을 살리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병원은 여기에 중점을 둔 역할을 담당했다. 의료진은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온몸을 감싸는 방호복으로 땀투성이가 됐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사명을 다해 진료에 임하는 것은 의료진의 당연한 임무다. 하지만 많은 것을 내려놓고 치료에 힘쓴 모든 의료진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의 노고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모두가 불만 한마디 없었다. 되레 확진자가 완치돼 퇴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차다고 했다. 심신이 지쳐 있었을 텐데도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를 줬던 것 같다. 병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많이 배우고 용기도 얻었다.

-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원내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을 치료하는 데 필수적인 음압 중환자실과 음압 병실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원내 관련 부서와 행정 및 시설 부서가 긴급회의를 가진 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음압 중환자실과 음압 병실 증설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먼저 필요한 수량만큼 이동형 음압 장비를 주문하고, 이들 장비가 들어갈 병동을 소개(疏開)했다. 감염병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자체적으로 설계한 뒤 시설과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사했다. 이 모든 과정이 3일 만에 이뤄졌다. 치료 병상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작지 않은 공사를 짧은 시간 안에 끝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 대구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의료인 중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하기가 민망하기도 하고 의료인이라면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감염 위험 속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헌신한 의료진의 노고를 첫 번째로 꼽고 싶다. 또한 지자체와 중앙 정부의 지원, 대구 시민의 협조와 성숙한 의식이 더해져 확산세를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코로나19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감염이 소멸돼야 진정한 종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종식이 앞당겨질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상당 기간 동안 우리 생활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 지금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고생하는 대구 시민에게 한마디 해 달라.

△ 지역 확진자가 폭증할 당시 대구 시민들은 우리 병원과 의료진에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 주셨다. 이 덕분에 코로나19 사태를 헤쳐 나가는 데 큰 힘이 돼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생활 방역을 오랫동안 이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전과 다른 불편한 여건에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을 거다. 대구 시민들은 이처럼 모든 게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더라도 상황을 잘 받아들였으면 한다. 이번 사태를 한 차례 극복하면서 보여 준 인내심과 시민 의식이라면 앞으로도 잘 이겨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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