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주택공급 막는 정책으로 집값 잡겠다고?
[이효수 경제칼럼] 주택공급 막는 정책으로 집값 잡겠다고?
  • 승인 2020.08.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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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이다. 행복은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므로, 사람들은 각자 행복을 느끼는 대상이 다르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행복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의식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고, 가능한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싶어 한다. 정치권은 마땅히 국민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경제사회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시작한 부동산 정책이 즉흥적 대증요법식 방법으로 무려 22번에 걸쳐 추진되면서 집을 가진 사람도 집이 없는 사람도 살기 어렵게 만들었다. 소위 말하는 핀셋 규제정책으로 두더지 잡기식 정책을 펼치면서 풍선효과를 일으켜 강남은 물론 서울 전역을 넘어 수도권 집값을 일제히 올려버렸다.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모두 올려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고, 전·월세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정책들이 펼쳐지면서 집 없는 사람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 대증요법식 정책이 반복되면서 난마처럼 얽혀버린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의 행복 추구권을 심각하게 박탈하고, 국민을 고통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 부동산 정책의 기본 철학부터 잘못되었다. 정치의 기본은 경세제민이어야 한다. 경세제민의 본질은 경제사회시스템을 바르게 혁신하여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경세제민의 길은 ‘분할통치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 상생의 정치’에 있다. 정치는 마땅히 ‘통합 상생의 정책’을 펼쳐 국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여 서로를 존중하고 도우면서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런데 부당한 권력 행사를 일삼는 정치집단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하여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전략을 구사한다. 분할통치 전략은 국민을 양분하여 집권세력의 지지세력을 선한 집단, 집권세력에 비판적인 국민을 악의 축으로 악의적으로 구분하여 악의 축을 공격하는데 정치력을 집중한다. 이런 나라에서 선악의 모든 기준은 내 편, 네 편이 되므로, 정의, 공정, 도덕, 윤리의 모든 기준이 붕괴되면서 나라는 혼돈의 늪에 빠지고 국민은 서로를 헐뜯고 서로 공격하는 일에만 몰입하면서 야만적으로 된다. 여론 조작과 프레임 전쟁을 통하여 권력을 지지하는 세력은 선으로, 권력의 잘못된 행위를 올바르게 비판하는 세력은 오히려 악의 축으로 매도된다. 이런 나라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나라가 미증유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현 집권세력의 국가경영의 기본 전략이 ‘통합 상생’에 있지 않고, ‘분할통치’에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동산 정책마저 통합 상생의 원리보다 분할통치 전략에 기초하여 펼치고 있다. 집을 가진 사람과 집이 없는 사람으로 나누고, 집이 없는 사람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보다 집이 있는 사람을 규제하고 탄압하는데 부동산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자신들이 집권초에 장려했던 임대 사업자를 갑자기 투기세력으로 몰아 공격하면서 임대업자와 세입자를 적대적 관계로 만들고 세입자의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정책 번복과 소급 적용을 거침없이 하면서, 정책 효과의 필수적 요소인 국민적 신뢰마저 스스로 붕괴시켜 버렸다.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는 상생관계이지 적대관계가 아니다. 주택시장에서 양질의 다양한 주택이 다양한 가격으로 공급되어야 수요자도 자신의 경제능력에 맞추어 원하는 주택에서 살 수 있다. 사람들은 생애 주기에 걸쳐 사는 집을 바꾼다. 젊어서 소득이 적을 때 월세나 전세로 시작하여, 돈을 모아서 작은 평수의 내 집을 마련하고, 소득이 증가하고 자녀가 성장하는 중년에 이르면 점차 큰 평수로 그리고 보다 고급 주택으로 이주하고, 은퇴하여 소득이 줄어들면 다시 점차 작은 집으로 이사하여 주거비용을 줄인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그 책임을 시장과 주택 소유자에게 돌리면서 온갖 종류의 규제와 세금폭탄을 추가적으로 퍼부어 주택시장을 붕괴시켜 버렸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의 꿈, 장년층의 더 좋은 집의 선택 기회, 노년층의 노후대책도 모두 앗아갔다.

정부는 재건축 재개발을 통제하고, HUG에 의한 비현실적인 분양 가격 통제, 시장가격과 괴리가 심한 수준의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주택 공급을 제약하고 로또 청약으로 부동산 투기심리를 자극하여 집값을 폭등시키고, 도시를 슬럼화시키고, 국민들의 주거 행복 추구를 제약한다. 국민소득수준이 증가하면 보다 양질의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소득효과가 나타난다. 국민소득 5천 불 시대와 3만 불 시대에 요구되는 주택의 품질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도시에서 양질의 주택에 대한 공급을 늘일 수 있는 방법은 재개발 재건축이다. 양질의 새로운 주택 공급이 증가하면, 주택시장에서 상향이동의 흐름이 형성되면서 연쇄적으로 살던 집을 시장에 내놓게 되면서 다양한 수준의 주택 공급량이 증가하게 된다. 그만큼 주택 수요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집값도 오히려 안정된다. 그런데 재개발 재건축을 지나치게 통제하면 양질의 신규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여, 고급 주택에 대한 초과수요가 크게 증가하여 고급 주택이 주택 가격을 선도하고 상향이동의 흐름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도시 전체의 집값은 오히려 상승하게 된다. 부동산 정책에 성공하려면, ‘통합 상생의 원리’에 기초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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