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는 ‘법두부공장’인가?
대한민국 국회는 ‘법두부공장’인가?
  • 승인 2020.09.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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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전 계명대겸임교수
50여년 전 고교시절 자취방 인근에 부부가 경영하는 두부공장이 있었다. 끓인 콩물을 통에 담아 층층이 쌓아 두고 간수를 붓고 누른 뒤, 칼로 쓱쓱 그으면 두부모가 된다. 수 백모가 넘을 두부를 눈 깜짝할 사이에 후다닥 만들어내는 그 공장의 광경이 현재 우리 입법부인 대한민국 국회에 오버랩 되는 걸까? 소위 ‘국회선진화법(2018년 개정한 국회법)’의 희한한 규정이 두부를 만드는 간수보다 훨씬 강력해서일까?

지난 연말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개의 법이 통과되었다. 의원3/5이상이면 대통령탄핵이나 헌법개정 빼고는 의사봉을 두드릴 수 있어서다. 거여(巨與) 민주당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직결되는 ‘법’이 ‘두부모’와 같다고 보는 것일까? 공청회를 통한 여론수렴과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야당조차 빼고, 법을 양산했다. 대한민국국회는 ‘법두부공장’인가? 심지어 국민의 생계와 직결된 부동산관련법조차 토론도 야당의견도 없이 단번에 뚝딱 만들어낼 정도다. 그 부작용이 얼마나 큰가. 동네 친목회 회칙도 이러지 않는다. 국회선진화법이 생기기 전에는 야당의 물리적인 투쟁에 밀려 악법을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이 법의 ‘형벌’조항이 족쇄가 되어 통합당이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옛 어른들은 이름이 좋으면 마(魔)가 낀다고 일부러 거친 이름을 붙이곤 했다. ‘국회선진화법’, 이름이 너무 좋아서일까? ‘국회후진화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싸우는 국회를 종식한다고 만든 법이 다수당의 의회독재를 정당화 시켜주는 악법이 될 줄이야.

문재인정부 이후 정치의 페어플레이가 실종 된 것 같다. 토론과 합의의 민주정치가 벼랑으로 떨어지는 판국인데도 법대교수의 시국선언조차 보이지 않는다. 또 이 땅의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정의는 다 어디로 갔는지 침묵만 흐른다. 며칠 전 TV를 보다가 민주당 수뇌부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 “야당이 공수처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공수처법을 개정한다.”고 한다. 야당 추천을 아예 없애겠다는 압박이다. ‘마의 3/5석’ 국민이 이러라고 준 의석이 아닌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 법도 발의하면 또 뚝딱 개정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겁 많은 통합당이 무엇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하고….

하지만 국민의 가슴에 분노가 쌓이기 시작하면 의회독재든 무슨 독재든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공수처법이 ‘거미줄법’이 될 공산이 커서다. 거미줄은 작은 곤충만 걸리고, 덩치가 큰 것들은 줄을 끊어버린다. 힘없는 사람들이 잘못하면 거미줄로 쉽게 붙잡을 수 있지만 힘있는 사람들이 걸린다면 거미줄은 끊어져버리기 십상이다. 추미애법무부장관이 검찰을 무장해제 해버린 탓일까? 피의자 신분인 조국 전 장관은 사과는커녕 SNS에서 되레 큰 소리를 친다. 울산시장부정선거의혹사건의 주체인 황운하 전 지방경찰청장은 금배지를 달더니 되레 검찰을 힐난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의혹 수사는 지리멸렬하고,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사건 역시 어찌되어 가는지 궁금증만 더할 뿐이다. 맹자는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마소에 금배지를 두른다고 의원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를 외치지만 영수회담 하나 성사되지 않는다. 4선의 신임정무수석이 “대통령의 제의를 통합당 김종인위원장이 거절했다”고 털썩 발표해버린다. 그런데 정작에 통합당은 “제의를 공식적으로 받은바 없다”고 반박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이 정도면 문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통합당의 김위원장 말마따나 “의제 없는 ‘밥 먹기식’ 회담은 하지 않겠다”가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내·외 여건이 엄중하다. 50일간의 긴 장마, 태풍의 엄습으로 마을이 떠내려가고, 논밭이 황폐화 되었는가 하면 산사태 매몰 등으로 50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8천명의 이재민이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또 코로나 사태로 1만8천명 가까운 확진자와 310명이상이 타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금 숙지던 코로나가 세 자리수로 다시 늘어나고 거리두기 2단계 발령과 함께 일선학교의 격주제 등교가 다시 시작되었다. 코로나4차추경이 거론되면서 재정파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23번째 부동산 안정정책도 소리만 요란했지 오히려 가격상승만 부추겼다. 30대는 모든 자금력을 동원해 아파트 구입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부의 졸속정책과 오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문대통령의 지지율을 40%이하로 떨어뜨렸다. 경기는 (-)성장으로 국민의 삶이 고달프다. 평당 1억대의 서울아파트를 서민이 무슨 재주로 산단 말인가. 서민경제는 부동산정책 실패와 경기침체로 길거리에 걸려 있는 ‘임대현수막’보다 더 세게 흔들린다. 여태 경험하지 못한 총체적 난국이다. 민심을 수습하고, 슬기로운 대처를 위해서 여야영수회담이 절실하다.

그런데 거여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지율이 조금 오르자 여당대표와 수뇌부가 일제히 ‘구속수사 원칙’ 등 과거 군부독재 때나 쓰던 용어를 쏟아낸다. 문대통령은 집권 내내 ‘적폐청산’을 그렇게 외쳤는데 신적폐가 고개를 들어서야 될 말인가. 이제 오만함을 털고 좀 겸허해지자. 영수회담의 의제에 현안 외에도 지난해 야당의 합의 없이 단독으로 통과된 ‘공수처법의 개정’도 테이블 위에 내놓을만하다. 주고받는 게 정치이고 협치이다. 민주당의 ‘거미줄법’의 양산은 국민만 힘들게 한다. 국회가 ‘법두부공장’으로 희화화(戱畵化)된다면 국회의 부끄러움이고, 자칫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비쳐질 수 있다. 국민 통합을 이끌 리더십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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