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당신에게 집은?…일터입니까 쉼터입니까
언택트 시대, 당신에게 집은?…일터입니까 쉼터입니까
  • 한지연
  • 승인 2020.09.03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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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쉼터 사이
재택·화상근무 속속 도입
공간 기능 경계 불분명해져
효율적 공간 활용 고민 필요
원월드투게더앳홈콘서트
지난 4월 19일 열린 ‘원 월드 : 투게더 앳 홈’ 콘서트. 롤링스톤스 등 인기 뮤지션들이 각자의 집에서 공연을 펼치며 사회적거리두기 동참을 응원했다. 사진은 콘서트 관련 유튜브 화면 캡처.
 

[창간 24주년 특집...코로나가 바꾼 세상, 어떻게 살 것인가] 집의 재발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막한 ‘언택트 뉴노멀’시대는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긍부정적으로 확장시켰다.

비대면의 일상화로 기업들은 재택근무 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온라인 원격 및 화상회의 시스템을 가동했다. 집이 일터가 되면서 직장인들은 회사로의 이동시간 단축 등 이점과 동시에 불분명한 출퇴근의 경계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생존을 위한 보루로서 가지는 집의 존재가치를 다시금 확인토록 했으며 집을 벗어날 수 없는 감옥처럼 여기도록 만들었다.

‘집콕’ 생활 속에서의 고립감, 지루함 등을 해소하기 위한 이색적인 ‘나홀로’ 취미나 집에서의 언택트 만남이 유행을 넘어 생활 속에 자리 잡기도 했다.

집이 여러 기능이 혼재하는 ‘중간지대’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재택꿀팁1
 

◇슬기로운 재택생활

‘일하는 공간과 휴식시간 정하기’, ‘집에서도 출근하기’, ‘더 적극적인 소통’, ‘철저한 보안관리’ 등…….

슬기로운 재택생활을 위한 꿀팁(tip)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업들이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를 속속 도입하는 가운데 재택생활에서 근무 중 혼란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영숙(여·37)씨는 지난 2월 말 신천지 대구교회발 집단감염 사태 당시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지역 내 확산 안정세에 접어든 5월부터 평시처럼 회사를 출퇴근하며 일을 하다가 최근 수도권 감염 확산이 전국 단위로 이어지면서부터는 다시 재택근무 중이다.

이영숙씨는 “처음 재택근무 할 때 모두가 우왕좌왕이었다”며 “주별이나 격일로 재택근무 일정을 짜고 집에서 일을 하는데, 시스템이 제대로 안착되지 않아 접속 에러를 수차례 일으켰고 시스템 업데이트도 자주 해줘야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고 회사 내부에 보안이 걸려있는 방대한 자료를 모두 보기 위해서 회사를 찾아가는 경우가 생기는 등 시간이 더 소요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씨를 힘들 게 한 것은 재택근무 중 공간마다의 기능 경계가 불분명해졌다는 점이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이씨는 방별로 임의 선정해 배분한 기능을 자녀들에게 설명했다. 학교도, 회사도 가지 않는 가정구성원이 지켜야 할 실내 공간수칙을 지정한 셈이다.

거실은 공동의 쉼터, 안방1은 회사이자 일터, 안방2는 공부방, 주방은 학교나 회사 속 잠깐의 휴식처인 등이다.

이씨 “일하는 공간과 시간, 잠시 휴식을 취할 때의 규칙, 퇴근 후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점 등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며 “재택근무 초기를 지나 하나둘씩 집 안에서의 근무 방식을 배워나가기 시작하면서는 일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했다.

회사 내 화상회의 등 원격 시스템이 안정화된 것이 재택생활에 적응해나가는 데에 도움을 줬다. 출퇴근 시간이 단축된 것도 긍정적인 점이다.

그는 “이제 직장인들은 집이 일터가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마인드 셋팅이 중요하다”며 “집 안에서의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일과 휴식을 모두 잘 하기 위한 워라밸은 이제 집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미없어도 괜찮아” 각양각색 집콕 라이프

저마다 ‘집콕 라이프’
홈트레이닝 관련 매출 ‘껑충’
커피 만들기 등 취미생활 즐겨
자격증 공부 등 자기개발도

기약없는 집콕 생활이 시작되며 사람들은 때론 무의미한 일들로, 때론 미뤄왔던 계획을 실천하기도 하며 새로운 일상을 즐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집콕족들의 눈에 띈 것은 바로‘달고나 커피 만들기’.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 물을 적정 비율로 섞고 400번 이상 휘저어 만든다는 간단하지만 품이 많이 드는 제작법이 소일거리를 찾던 집콕족들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것이다.

관련 영상이 유튜브에서 1천만뷰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18만 건의 관련 SNS 게시물이 업로드 되는 등 흥행을 거두자 날계란을 1천번 저어 만드는 오믈렛이 등장해 유행을 이어가기도 했다.

한편 실외에서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던 이들은 취미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집을 취미 생활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선택했다.

땀과 비말이 튀기 쉬운 환경과 더불어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헬스장에서 운동을 진행하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커지자 홈트레이닝으로 관심이 옮겨졌다.

여러 운동 유튜버들이 층간소음 걱정없는 무음 운동법 등 다양한 홈트레이닝 방법을 알렸고,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대한체육회 등의 단체에서도 실내 건강 운동법, 국가대표와 함께하는 집콕 운동법 등을 공개하며 홈트레이닝족들을 지원사격했다.

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며 홈트레이닝 관련 매출도 크게 뛰었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4월 12일까지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아령은 92%, 워킹머신은 75%의 매출 상승을 보였다. 스텝퍼는 매출이 100% 상승하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집콕을 자기개발의 기회로 삼은 이들도 있었다. 윤주환(24)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난 2월 이후 GTQ(그래픽기술자격), HSK(한어수평고시) 등 8개의 시험에 응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험이 정기적으로 치러지지 않으며 시험 응시 자체가 힘들어진 면이 있지만 거리두기 기간은 오롯이 시험 준비에 매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것이 윤씨의 설명이다.

◇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언택트'로 만난다

친구와 밤새 모바일게임등

비대면 온라인으로 소통

콘서트도 유튜브로 즐겨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친구·연인과의 만남은 물론 취미생활에까지 제약을 받은 이들은 비대면 방식으로 갈증을 해소했다.

지난 3월 16일, 인기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30분간의 깜짝 콘서트를 열었다. 집에서 함께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투게더 앳 홈’ 캠페인의 시작을 알린 이 공연 이후 많은 누리꾼이 이 캠페인의 의도에 공감했고, 첫 투게더 앳 홈 콘서트가 열린 지 한달여 만에 ‘원 월드 : 투게더 앳 홈 콘서트’로 이어졌다. 폴 매카트니 등 60여 팀의 세계적인 가수들이 각자의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참여한 이 공연은 유튜브로 송출돼 전세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관람했다.

언택트는 코로나19 시대 모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노정은(여·22)씨에게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매일 밤 집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것. 다만 혼자가 아닌 6~10명의 친구와 함께다.

최근 노씨와 같은 MZ세대 사이에서 어몽어스(Among us)라는 게임이 유행이다. 10명가량의 인원이 모여 간단한 미션과 토론을 통해 선량한 시민들 사이에 숨어있는 범인을 찾아낸다는 게임의 컨셉이 거리두기와 외로움에 지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노씨는 “함께 게임을 하다보니 각자의 일상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됐다”며 “이전에도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걱정없이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지연·조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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