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나랏빚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이효수 경제칼럼] 나랏빚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 승인 2020.09.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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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나랏빚이 폭증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에도 ‘경제 회복’을 명분으로 또다시 대규모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세 번에 걸친 대규모 추가 경정 예산 편성으로 112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초래하였는데, 내년에 다시 비슷한 규모의 적자예산을 편성하여 내년말 나랏 빚은 94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 정권의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국가채무가 무려 1천70조 3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과 ‘2020~2024년 국가 재정운용 계획’에 따르면, 각종 복지비 및 한국판 뉴딜 등 대규모 재정지출이 소요되는 사업들을 다음 정부까지 이어지도록 설계해 놓은 탓에 다음 정부에서도 100조 원대의 슈퍼 적자 재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올해 43.5%를 기록하면서 건국 후 처음으로 40%를 넘어서고, 불과 4년 후인 2024년에는 무려 6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건전 재정 마지노선’인 ‘-3%’를 크게 넘어선 ‘-5%’대 수준에서 만성화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팽창적 적자재정 운용’ 기조를 유지해 왔다. 현재 나랏빚의 폭증이 단순히 코로나 사태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에는 전년대비 7.1%, 2019년에는 9.5%, 2020년에 9.2%, 2021년에는 8.5% 증액된 규모로 재정지출을 확대해 왔다. 이것은 현정권이 임기 내에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매년 경제성장률을 3배나 초과하는 수준으로 재정지출 규모를 확대해 왔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야당 시절에 국가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스스로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이야기했던 40%를 무려 20% 가까이 상회하는 수준으로 국가채무비율을 늘려, 국가 재정구조를 실로 심각한 위기 구조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전년대비 3% 증액된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국가 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40%가 깨졌다”라며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라고 맹비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170.4조 원의 2.4배가 넘는 410.1조 원의 국가채무를 늘려왔다.

더 한심한 것은 경제를 살린다면서 재정지출을 무분별하게 확대하여 왔는데, 경제체질은 더욱 악화되고, 국가 경제는 오히려 침체의 늪에 빠지고, 나라는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해에는 ‘새 정부 정책 과제 이행’, 다음 해에는 ‘구조개혁과 변화’, 그다음 해에는 ‘경제활력 회복’, 그리고 코로나 사태 등을 이유로 재정을 확대해 왔다. 그런데 경제는 오히려 악화일로를 거듭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정부가 경제 패러다임 전환, 경제체질 개선, 신성장동력 확보 등에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포퓰리즘적 지출, 정책 실패 지원금 등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부문에 재정지출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도하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도산 위기에 빠지고 실업이 크게 증가하자 정부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어 재정을 지출했다. 경제침체, 각종 규제정책, 탈원전 정책 등으로 민간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무너지고 실업이 증가하자, 정부는 단기 질 낮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왔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나랏빚이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만성 부채 국가’가 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심각한 경제 불황에 빠지면 적자재정을 편성하여 경제를 회복시키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적자재정 운용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고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나랏빚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이다. 우리는 이른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로 불리는 남유럽 국가들이 한때 과도한 국가채무에 의한 재정위기로 국민들이 얼마나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장기간 겪었는지를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 발권국이 아닐 뿐만 아니라, 원화는 유로화, 엔화, 위안화처럼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화폐도 아니다. 국가채무비율이 급등하면 유로화를 사용하는 PIGS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국가신용등급 평가 기관인 피치는 이미 지난 2월에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증가할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이것이 2년 앞당겨져 내년에 바로 46.7%에 달하고, 불과 4년 후인 2024년에는 무려 58.3%에 달한다는 것이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해외자본의 이탈은 증가하고 유입은 급격하게 줄면서 경제도 침체하고, 잘못하면 외화 유동성 위기마저 불러올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은 이미 인구 절벽과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어 경제 공급구조 및 재정수입구조는 악화되고, 노인복지비 등 비생산적 재정지출 수요는 크게 증가하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한번 늘어난 국가채무를 줄이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더욱 위험한 것은 정부가 포퓰리즘적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국민들이 점점 포퓰리즘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일단 포퓰리즘 중독에 빠지면, 포퓰리즘 공약을 하지 않으면 집권이 어려워지므로 여야가 경쟁적으로 포퓰리즘 재정지출 확대 경쟁을 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중남미 국가들처럼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도 국민들은 포퓰리즘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독의 최선의 처방은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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