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왜 ‘대한민국 어게인’에 열광하는가?
[이효수 경제칼럼] 왜 ‘대한민국 어게인’에 열광하는가?
  • 승인 2020.10.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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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가황 나훈아의 공연이 추석 연휴 온 나라를 달구고 있다. 추석 전날 밤 KBS2는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방송하였고, 전국 시청률은 무려 29.0%에 달하면서 추석 연휴 첫날 지상파 시청률 전체 1위를 기록하였다. 고향, 사랑, 인생 3부로 나누어 진행된 공연은 무대를 압도하는 그의 카리스마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퍼포먼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시국에 대한 그의 소신 발언이 알려지면서, 연일 각종 언론과 SNS에서 전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이번 공연을 하였다고 했지만, 그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정부의 거듭된 실정으로 인하여 실의에 찬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침체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을 향해 ‘대한민국 어게인’을 외치며 국민들에게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언제나 위정자가 아니라 국민이었다면서 국민들이 힘을 합쳐 다시 나라를 바로 세우자는 사실상 ‘대한 국민 어게인’으로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우리는 많이 힘듭니다. 우리는 많이 지쳐 있습니다. 옛날 역사 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IMF 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 팔고, 나라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1등 국민입니다”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 본인이 어떤 의도로 했던 많은 국민들은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에 대한 위로 이상으로 이 말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이 말에 얼마나 격하게 공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국가는 위기에 처해 있고, 국민들은 지칠 데로 지쳐있다는 것이다. 이 나라 역사를 보면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위정자가 아니라, 위대한 국민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무능하고 부도덕한 위정자들이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고, 그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국민들이었다. 국민들이 이런 말에 격하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이 나라가 위정자의 잘못으로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고,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길도 더 이상 정치권을 믿지 말고, 위정자들이 두려움을 갖도록 국민이 스스로 깨어나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 위기의 본질은 코로나 사태가 아니라, 교만과 야만의 정치로 정의와 공정,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나라의 기본 질서가 붕괴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국방, 외교, 안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중심적 민족주의와 자기모순적 노동해방 이념에 사로잡혀 수구적 사회주의 접근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은 무지하거나 교만한 것이다. 입으로 국민 통합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철저한 ‘분할지배 전략’이다.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누고 적폐 청산의 명분으로 네 편을 철저하게 탄압하면서, 어용 언론과 순치된 권력기관, 맹목적 지지세력의 괴변과 위협적 여론전으로 내 편의 비리는 은폐하거나 심지어 정의로운 것으로 둔갑시킨다. 이것은 야만의 정치다.

이 엄중한 시기에 야당은 존재감마저 의심받을 정도로 무기력하다. 나훈아의 말처럼 국민들은 지금 너무나 힘들어하고 너무나 지쳐가고 있다. 집권세력은 이런 국민적 고통을 포퓰리즘 중독으로 마취시키고 있고, 코로나 방역을 내세운 전체주의적 접근으로 국민들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국민들이 포퓰리즘에 중독되고 전체주의적 접근을 받아들이면, 스스로 노예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은 이 엄청난 비극적 흐름을 저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어떤 전략과 행동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비겁한 것이다. 국민들은 교만의 정치에 실망하고, 야만의 정치에 분노하고, 야당의 무기력에 좌절하고 있다. ‘대한민국 어겐인’을 외치고 노래한 나훈아 공연이 국민들의 이런 답답한 가슴을 강타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열광하는 이유이다.

나훈아는 또한 이 나라 언론의 현실과 문제점을 너무나 잘 지적하였다. 그는 이 나라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정확하게 대변하면서, KBS에 대한 국민적 기대도 함께 담았다. “KBS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여기저기 눈치 안 보는, 정말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KBS는 거듭날 것입니다” 여기저기 눈치 보지 않고, 국민의 소리를 솔직하게 담아내야 한다. 이것은 국가의 대표적인 공영방송 KBS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다. 최근 KBS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심각한 편파 방송을 일삼자, 국민들은 심지어 수신료 거부 운동까지 벌이면서 KBS의 각성을 촉구해 왔다.

공영방송이 권력에 의해 편파적인 방송으로 여론을 조정하고 국민을 오도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일로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심각성이 이와 같은데도 정치권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태는 악화되어 왔다. 나훈아는 이 문제의 해결 방향으로 KBS가 스스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언론인들의 소명의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언론인이나 지식인이 권력의 비리를 비호하는 것은 비굴한 것을 넘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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