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코로나19] (2)커지는 배달 음식 시장, 수수료·별점테러에 자영업자 등 터질라…‘새 판’ 짜는 대구
[세상을 바꾼 코로나19] (2)커지는 배달 음식 시장, 수수료·별점테러에 자영업자 등 터질라…‘새 판’ 짜는 대구
  • 조재천
  • 승인 2021.09.0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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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 앱 이용률 높은 한국
작년 거래액 17조 중 앱 주문 96%
외식업체 5곳 중 1곳 ‘발 담근 상황’
코로나 무관, 시장 규모 확대될 것
등골 휘는 입점업체
플랫폼 수수료 올려도 속수무책
수요 많은 시스템 머무를 수밖에
광고료 등 추가비 100만원 훌쩍
대구형 배달 앱 '대구로'가 지난달 25일 정식 오픈했다. 사진은 대구로 오픈 당일 열린 시민 서포터즈 발대식 현장 모습. 대구시청 제공
대구형 배달 앱 '대구로'가 지난달 25일 정식 오픈했다. 사진은 대구로 오픈 당일 열린 시민 서포터즈 발대식 현장 모습. 대구시청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계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매장을 직접 방문해서 음식을 먹지 않고,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해 배달받는 방식이 이제는 주류가 됐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식당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매장 영업은 침체에 빠졌지만, 배달 영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들어 급성장한 배달 음식 시장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 “배달 영업, 안 할 수가 있나요”

“주변에 아파트 건설 공사가 시작되면서 한순간에 상권이 죽었어요.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인데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장사를 접을지 수도 없이 고민했습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음식 메뉴를 바꾸고 리모델링도 해봤지만 매장 영업만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오히려 빛만 늘어났어요.”

대구 중구 대봉동에서 소시지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정윤(38) 씨는 최근 배달 음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때 이곳 일대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을 본떠 ‘봉리단길’로 불리며 20~30대 젊은 층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인근 재개발 사업과 코로나19 여파가 맞물리면서 상권이 침체했고, 돌파구를 찾아 나선 김 씨는 배달 음식 영업을 병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오전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한다는 그는 직원 2명과 함께 일하고 있지만 주문이 밀려오는 시간대마다 일손이 부족하다. 무작정 인력을 채용하자니 앞날을 알 수가 없고, 여건은 더더욱 마땅치 않다. 얼마 전에는 배달 대행료가 오르자 중고 오토바이를 장만해 틈이 날 때마다 직접 배달하기도 한다. 배달 음식 시장에 발을 내디디면서 배달 앱 고객의 반응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씨는 “조금만 배달이 늦거나 실수를 하면 낮은 평점과 부정적인 내용의 리뷰가 올라온다. 고객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더욱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중에서 별 뜻 없이 낮은 별점을 주거나 사실을 부풀려 작성한 리뷰를 보면 전부를 걸고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속이 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 부담되는 광고료·수수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 3천828억 원으로, 2019년(9조 7천328억 원)보다 78.6% 상승했다. 특히 배달 앱 주문액은 16조 5천197억 원으로 전체의 96.4%를 차지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외식업체 경영 실태 조사’를 보면 지난해 외식업체의 배달 앱 이용률은 19.9%로, 전년보다 8.7%p 올랐다. 국내 외식업체 5곳 중 1곳은 배달 영업을 한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매장 영업을 하는 이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생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배달 영업에 가세하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배달 앱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는 이미 2천500만 명을 넘어섰다. 배달 음식 수요가 급증한 만큼 공급도 늘어나 배달 음식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자영업자가 배달 앱에 지출하는 광고료와 수수료도 결코 만만치 않다.

김 씨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배달 앱을 쓸 경우 매달 광고료를 내야 한다. 배달 가능 지역을 넓히려면 별도의 광고료를 내야 하고, 여기에다 결제 건당 수수료도 발생한다”라며 “어느 정도 광고를 한다는 음식점은 배달 앱에 지출하는 비용만 한 달에 100만 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 배달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

자영업자들은 대형 배달 플랫폼 기업이 광고료와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일부 배달 앱이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박정호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 기업의 전략을 보면, 일단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혹한다. 소비자에게는 쿠폰을 주고, 배달 음식 업체에는 수수료 감면 등 혜택을 준다. 그러다가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게 된다”며 “소비자는 공급이 많은 배달 앱을 찾아가고, 배달 음식 업체는 수수료가 오르더라도 수요가 많은 배달 앱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 이것이 자본주의의 일종으로 등장한 배달 플랫폼 시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배달 플랫폼은 전통적인 노동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 형태다. 가령 배달 노동자는 자신이 가진 오토바이로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생산 수단을 갖추고 있는 노동자라 할 수 있고, 대형 배달 플랫폼 기업도 전통적인 대형 기업이 아닌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한 기업이었다. 이 같은 플랫폼이 사회 전반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상 앞으로 코로나19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市 지원·민간업체 개발 앱 ‘대구로’
가맹점 수 4천여곳…주문 증가세
전문가 “좋은 시도지만 전략 필요
자본주의 시장에 선제 대비해야”

◇ ‘주문은 대구로, 배달은 댁으로’

대구형 배달 앱 ‘대구로’가 지난달 25일 정식 오픈했다. 운영 주체는 민간 업체이지만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시는 대형 배달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저렴한 수수료를 책정한 배달 앱을 지원하기로 결정, 공모를 거쳐 민간 업체를 선정했다. 중개 수수료는 특정 배달 앱보다 4~5% 정도 낮은 2%다. 배달 음식 업체의 반응도 긍정적이라 시민 반응에 따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터진 작년 4월, 한 배달 앱에서 수수료를 올린 적 있다. 소상공인 부담이 가중되다 보니 시에서 해결 방안을 고민하다 대구형 배달 앱을 내놓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직접 운영은 과도한 운영비 때문에 어렵다고 보고 민간 업체를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해당 업체가 앱 개발, 시스템 업그레이드, 가맹점 모집 등 사업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대구시는 홍보 등 간접 지원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배달 앱 대구로는 지난달 말까지 3천 개 가맹점 모집을 목표로 잡았다. 정식 오픈 3일 차였던 같은 달 27일 기준 가맹점 수는 4천400개로, 이미 목표 기준을 넘어섰다. 주문 건수 역시 늘고 있다. 시범 기간 동안 하루 평균 1천800건 정도에서 정식 오픈 당일 3천300여 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첫 주문 시 5천 원 할인 쿠폰 행사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대구로를 이용하는 시민은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박 교수는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대구형 배달 앱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결국 공공 서비스가 아니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배달 앱이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전략은 데이터 확보다. 그런 측면에서 대형 배달 플랫폼 기업이 선점한 시장에서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고,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시도 자체는 고무적이나 플랫폼 경제 질서에 가로막히는 순간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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