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코로나19](3) 콘텐츠산업의 성장통, 끊이지 않는 분쟁·제도적 결함…성장한 만큼 진통 커진다
[세상을 바꾼 코로나19](3) 콘텐츠산업의 성장통, 끊이지 않는 분쟁·제도적 결함…성장한 만큼 진통 커진다
  • 한지연
  • 승인 2021.09.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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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분쟁 1년새 3배 가까이 급증
분쟁조정위 역할 확대 목소리 높아져
사각지대 속 업계 노동자 고통도 가중
거대 플랫폼 수수료에 수익 상황 열악
한국콘텐츠진흥원인포그래픽
코로나19로 날개를 단 콘텐츠산업이 그 영향력을 확장해가면서 이용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에 따른 진통도 잇따르는 만큼 관련 제도의 뒷받침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다변화되는 매체를 만나 배우고 놀 수 있는 ‘언택트’ 장을 만든다. 2000년대를 이끌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콘텐츠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콘텐츠산업은 코로나19로 날개를 달았는데, 성장 속도가 빨라진 만큼 진통도 잇따른다. 저작권 침해, 상표권 문제 등 각종 분쟁과 산업 성장세를 뒷받침할 수 없는 제도적 결함, 업계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코로나19 상황 비대면 놀이문화 확산 속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을 꿈꾸는 콘텐츠산업의 ‘성장통’을 살펴봤다.

◇소비자 사로잡은 콘텐츠 산업

게임콘솔과 동영상기기, 스마트패드 등 미디어 기기 이용자들은 쏟아져 나오는 여러 콘텐츠의 매력에 푹 빠졌다. 코로나19로 ‘집콕’생활이 길어지면서 콘텐츠 소비가 대폭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코로나19와 콘텐츠 이용 : 변화와 전망’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영상, 웹툰·웹소설 플랫폼 지출이 대폭 증가하고, 음악 플랫폼 지출도 소폭 증가했다.

월 평균 소비지출 기준 영상 콘텐츠 플랫폼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전 6천650원에서 발생 후 1만3천119원으로 두 배 수준,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경우 5천864원에서 12만321원으로 26% 수준 증가했다.

코로나19 종료 이후에도 콘텐츠 플랫폼 소비지출은 코로나19 상황 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콘텐츠산업은 그 영역도 확대해가고 있다. 기존 게임, 동영상 위주의 소비였으나 OTT, 메타버스, VR 콘텐츠로 확대되고 있고 엔터테인먼트, 학습, 공연, 관광, 스포츠 등 사회 전분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콘분위, 각종 분쟁 해결 장벽

콘텐츠 홍수 속에 기업, 개인 창작자의 분쟁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기업 간 상표권 문제와 더불어 개인창작자의 저작권 침해, 이용자들의 과도한 과금에 대한 반발 등이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이하 콘분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콘텐츠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콘텐츠 분쟁 접수가 폭주하고 있다. 콘텐츠 분쟁은 2019년 6천638건에서 2020년 1만7천202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콘분위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콘분위는 콘텐츠산업진흥법에 근거하고 있는 정부 산하 기구로 분쟁이 있는 양 측에 조정절차를 앞두고 합의를 우선 권고한다.

다만 합의의 효력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한 번 합의가 된 내용임에도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있어 소송 전으로 이어지고, 불필요하게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조정’ 기능에서 ‘중재’ 기능까지 콘분위가 수행토록 해 중재결과에 따른 법적 구속력을 가하자는 주장이다. 지난 4월 30일, 이처럼 콘분위 기능 확대를 골자로 하는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해당 개정안은 위원 수를 기존 30명에서 50명으로 늘리고 집단분쟁조정이 가능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 노동자, 열악한 근무환경

콘텐츠산업에는 노동시장 약자라고도 일컬어지는 프리랜서가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산업 규모가 커지는 만큼 사각지대 속 업계 노동자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서 배제돼 있는데다가 긴 업무시간에도 거대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로 인해 수익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불법 복제·유통 등도 노동자들의 힘을 빠지게 하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 지회(디콘지회)에 따르면 통상 콘텐츠 플랫폼은 30~5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에이전시나 출판사와 원작자는 남은 금액을 계약으로 정해진 비율에 따라 나눈다.

개인 창작 노동자 수익이 현저히 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일반 회사로 치면 회사 운영비를 직원의 월급에서 제하는 식”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료로 결제해야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불법으로 공유하는 현실도 창작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수경 디콘지회장은 “노동량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과 수익배분 체계를 마련하고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 노동법 사각지대의 창작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이재광본부장
이재광 DIP 콘텐츠산업본부장

 

“대구, 콘텐츠 선도도시 밑그림 그려야”이재광 DIP 콘텐츠산업본부장

 

“지역 기업 육성사업, 중앙부처에 종속
자체 추진 가능한 작은 사업부터 검토를”

대구지역에서는 콘텐츠 분야를 중앙 차원이 아닌, 지역 자체에서 성장시키기 위한 고군분투가 한창이다. 기반 인프라를 강화·확대하고 인재 양성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등 여러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하 DIP) 이재광 콘텐츠산업본부장(사진)은 대구가 콘텐츠 선도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 “콘텐츠산업에 이목이 집중된 지금, 산업을 주도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DIP 이재광 콘텐츠산업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콘텐츠사업 지원에서의 중점 전략은.

-콘텐츠 4.0시대 초융합·초연결을 통한 대구 콘텐츠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추진전략은 △사업구조 개선 △신규사업 발굴 △융합을 통한 콘텐츠 확산 △비대면 시대 대응 등 네 가지로 들 수 있다. 수요자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취약장르 발굴을 통한 동반 육성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메타버스 등 미래기술과 콘텐츠 융합으로 경계를 뛰어넘은 소통과 콘텐츠 형태의 다양성을 갖추고자 한다.

DIP는 게임, 웹툰, 영상, 메타버스, 교육 분야 중심으로 기업에 지원하고 있는데, 게임 스타트업의 초기 집중육성, 웹툰 퍼블리싱, 크리에이터 양성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콘텐츠 장르 간 융합도 시도 중이다. 대구 내 핵심 인프라인 크리에이티브 창작·창업의 ‘콘텐츠코리아랩’과 스타트업 성장의 ‘콘텐츠기업지원센터’, 개소 예정된 확산(글로벌) 지원의 ‘콘텐츠비즈니스센터’ 등을 통해 대표 전략들을 체계적으로 적용하고자 한다. 콘텐츠 분야 우수 인재양성을 위한 대구형 콘텐츠아카데미 사업도 준비 중이다.

△지역 내 콘텐츠기업 현황과 한계점은.

-대구 콘텐츠사업의 매출액은 2019년 기준 1조 8천억 원으로 국내 전체 매출액 대비 2.25%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5천195개, 종사자 1만 8천 명으로 지역 내에서는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역 대표격 콘텐츠기업으로는 ‘엔젤게임즈’, ‘YH데이터베이스’ 등이 있다. 일례로 엔젤게임은 글로벌 유저 친화적 기업 운영으로 지역에 맞는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K-웹툰의 파급력에 발맞춰 여러 인기 웹툰을 적용한 성공적인 마케팅을 보여 북미 시장 흥행을 이어갔다. 이처럼 대구에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콘텐츠기업들이 있지만, 시장구조상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대구 전체 콘텐츠기업의 전국 대비 매출액과 사업체, 종사자는 2016~2018년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이는 수도권으로 쏠림현상 영향으로 관측된다. 지역 콘텐츠 기술력과 기업 및 산업 규모는 굉장히 미약한 편이다. 지역 기업 육성사업의 구조는 중앙부처의 정책사업과 관심 사업에 종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대부분으로 열악한 지역 예산 등 구조적 한계점이 있다.

△콘텐츠 선도도시를 위한 극복지점은.

-콘텐츠산업 중요성과 성장가능성에 대한 전반적인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앞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콘텐츠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역 콘텐츠 분야 종사자는 30~40대 위주이다. 청년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청년이 뛰어들어 일할 수 있는 콘텐츠산업을 지역신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가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이 필요하다. 중앙 집중 구조를 타개하기에는 너무나 큰 장벽들이 많지만, 지역수요에 기반을 둔 지역형 사업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역에서 기획해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작은 사업들을 우선 검토하는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 대구 내 자체적인 콘텐츠 역량을 길러 콘텐츠산업 선도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한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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