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 조직문화
[배종태 경영칼럼]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 조직문화
  • 승인 2021.09.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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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경영철학의 대가인 미국의 피터 드러커는 기업 경영의 가장 핵심적인 활동은 고객을 만들고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마케팅’(marketing)과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혁신’(innovation)이라고 했다. 혁신을 통해 가치를 만들고, 마케팅을 통해 그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활동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핵심활동인 ‘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 제1세대 R&D (전략적 고려가 없는 오직 연구만을 위한 R&D), 제2세대 R&D (프로젝트 중심의 R&D), 제3세대 R&D (전사적·전략적 R&D), 제4세대 R&D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R&D), 제5세대 R&D (개방과 협력의 R&D) 등 여러 전략과 접근방법이 제시되어 왔다.

마케팅 영역에서도 최근 ‘마케팅 5.0’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품의 품질과 성능에 역점을 두는 것이 마케팅 1.0이라면,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마케팅 2.0 이다. 인간 감성과 브랜딩에 역점을 두는 것이 마케팅 3.0이라면, 제반 디지털 기술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마케팅 4.0이다. 그리고 마케팅 5.0은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결합이고, 사람을 위한 기술(technology for humanity)를 추구한다.

이처럼 혁신과 마케팅의 철학과 주안점, 전략은 변해간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고객요구의 변화, 기술혁신의 진전, 조직 미션의 쇄신, 산업구조와 생태계의 변화 등 여러 조직 외부·내부 환경변화 요인들에 대해 기업들이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찾는 노력의 산물로 나온 것이다. 환경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고 CEO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바탕은 무엇인가? 바로 조직문화다. 조직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가치, 함께 꾸는 꿈, 소중하고 꼭 지켜야 할 것들이 조직문화를 구성한다.



◇ 혁신을 위한 기업의 조직문화

왜 혁신의 조직문화가 필요한가? 우선 외부환경 변화의 ‘속도’ 때문이다. 시장도, 기술도, 기회도, 사회도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최근의 코로나 19 사태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더 불을 붙였다. 아울러 심각해진 환경파괴 및 기후변화, 인구문제는 기업의 역할과 사업 관행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사회 각 영역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기업 경영방식과 문화의 변화를 요구한다. 아울러 기업의 새로운 사명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커졌고, 사람들은, 특히 MZ 세대는, 돈 잘 벌고 월급 많이 주는 회사보다 일하고 싶은 회사를 더 선호한다.

그렇다면 창의적이고 배려하는 조직문화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는 자율적이고 도전적인 (challenging) 조직 분위기이다. 구성원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또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평가하고 인정해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시행착오나 새로운 도전에 따른 구성원들의 실패를 수용하고 오히려 장려하는, 건설적인 (constructive) 문화이다. 물론 실패로부터 학습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고 같은 실수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이 늘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무사안일의 새로운 도전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더 잘 대우받는 문화는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셋째는 조직 내부·외부와의 의사소통 과정에 장애물이 없는 분위기, 협력적인 (collaborative) 문화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직원에 대한 평가 항목에 ‘다른 부서가 더 성과를 내는데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하는 것도 포함한다. ‘조직간 담쌓기’가 아닌 상호협력의 문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상호 배려하는 (caring) 조직문화이다. 특히 기업은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늘 긴장감 속에서 활동한다. 그렇지만 조직구성원 간에 서로 배려하고, 때로는 창의적이고 괴팍한 사람의 엉뚱한 생각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모든 조직에서 창의적인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창의적이고 괴팍한 사람도 살아남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조직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이 된다.



◇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조직문화의 변화는 CEO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권오현 고문은 그의 저서 ‘초격차’에서 ‘도전, 창조, 협력’을 혁신 조직의 성공 DNA로 제시했다. 의도된 ‘도전’이 없는 조직은 발전이 없어 사라질 수밖에 없고, 우리 인류와 기업은 ‘창조’ 없이는 성장할 수 없으며,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기업 경영의 지혜에서 나온 귀담아 들여야 할 교훈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세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첫째는 CEO의 진정성이다. 조직의 성장과 구성원들의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CEO의 진정성이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둘째는 공감이다. 기업의 비전과 목적을 공유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구성원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마지막은 소통이다. 소통은 상호신뢰를 높이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구성원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

창의적이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는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진정성과 공감, 소통에 기반을 둔 도전적이고, 건설적이고, 협력적이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의 마음에 설렘을 만들고 조직에 신바람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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