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코로나19](5) 메타버스, 인간의 경험과 데이터의 결합…온라인 속 또 다른 세상 만난다
[세상을 바꾼 코로나19](5) 메타버스, 인간의 경험과 데이터의 결합…온라인 속 또 다른 세상 만난다
  • 정은빈
  • 승인 2021.09.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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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같은 가상세계
가상공간서 사회·경제·문화활동
디지털 자아로 친구 사귀기도
게임·교육·금융 등 전방위 활용
무서운 성장세
업무용 플랫폼 ‘개더타운’
1년 반 만에 이용자 400만명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개발자 1인 평균수익 1천만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8월 11일 ‘제15기 K-water 대학생 서포터즈’ 발대식을 서포터즈 132명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트렌드의 중심에 ‘메타버스(Metaverse)’가 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러쉬’(1992)에 처음 등장했다. 메타(Meta·초월)와 유니버스(Universe·경험 세계)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처럼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쉽게 말해 현실 세계를 옮겨놓은 온라인 세상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나의 디지털 자아가 친구를 사귀고 경제활동을 하면서 ‘생활’할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임에서 출발해 패션과 유통, 교육, 금융, 부동산 등 전방위적으로 활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부추긴 비대면 사회에 가상으로나마 체험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 콘서트·회의…무서운 성장세

기업들은 제각각 메타버스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 ‘제페토(ZEPETO)’, 엔씨소프트 ‘유니버스(UNIVERSE)’, SK텔레콤 ‘이프랜드(ifland)’ 등이다. 제페토 이용자는 출시 3년여 만에 3억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의 90%는 국외 이용자가 차지한다.

선두에 선 건 엔터테인먼트·게임 업계다. 그룹 BTS(방탄소년단)는 지난해 에픽게임즈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최초 공개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작년 메타버스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그룹 ‘에스파(aespa)’를 선보였다. 현실 세계의 멤버 4명과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 4명이 중간 세계인 ‘디지털 세계’를 통해 교감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콘셉트다. SM은 에스파를 통해 실제 멤버가 아바타 멤버를 인터뷰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쓰임은 일상과 밀접한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업무용 플랫폼이다. 미 스타트업 개더가 개발한 ‘개더타운(Gather Town)’ 이용자는 출시 1년 반 만에 400만 명을 넘었다.

개더타운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사무실이나 세미나, 발표장으로 꾸며진 가상공간에서 화상회의를 열고, 발표 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기존 재택근무 방식을 통해서는 정서적 유대관계를 쌓을 수 없다는 단점을 보완한 비대면 업무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 가치도 높게 평가 받는다. 가상 부동산 거래 게임 ‘업랜드(upland)’, ‘어스 2(earth 2)’ 등에서는 NTF(대체 불가능 토큰) 등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 화폐로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다. 거래 증가로 가상 부동산의 가격이 점차 오르는 데다 현금화 가능한 화폐도 있어 이용자들은 이를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는 개인이 게임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조회 수와 광고에 따라 돈을 벌고 있다. 로블록스의 게임 개발자는 지난해 기준 127만여 명으로, 1인당 평균 수익이 1만 달러(약 1천100만 원)라 한다. 상위 300명의 수익은 약 10만 달러(약 1억1천만 원)를 기록했다. 메타버스라는 수익원이 현실 세계의 직업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다.

김상윤 중앙대 컴퓨터공학과 연구교수는 지난 8월 25일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에서 열린 ‘찾아가는 행복수성 아카데미’에서 ‘현실과 가상의 결합, 메타버스 혁명’ 주제의 강의를 통해 “메타버스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라 하면 한 마디로 인간의 경험과 데이터의 연결이라 말하고 싶다”면서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경험, 불가능한 경험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 봤다.

◇ 공공기관도 Z세대 겨냥 활용 주목

공공기관도 앞다퉈 메타버스 활용에 나서고 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참여를 높이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7월 전국 경찰청 가운데 처음으로 제페토에 대구경찰청 가상 공간을 만들었다. 디지털 뉴 트렌드 흐름에 맞는 정책 홍보 방안을 고안한 것이다. 가상 견학 행사는 전국에서 총 6천647명이 참여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월 공덕동, 성수동, 창동에 실존하는 청년창업허브를 제페토에 ‘서울창업허브월드’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센터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컴퓨터, 모바일을 통해 청년창업허브 사무공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일반적으로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비대면 행사보다 실제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VR(가상현실) 글라스를 착용하면 더욱 생생하다.

환경부와 교육부는 지난 7~8월 여름방학을 맞아 기후·환경 간접 체험교육 ‘환경방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메타버스 탐구활동을 제공했다. 학교, 바다, 숲 가상 공간을 구성해 학생들이 아바타로 △학교 태양광 발전기를 찾아 인증사진 찍기 △바다 쓰레기 분리수거하기 등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없이 대규모 행사도 열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8월 11일 ‘제15기 K-water 대학생 서포터즈’ 발대식을 서포터즈 132명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했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와 기성세대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메타버스가 공공 영역까지 들어온 만큼 고령층과 취약계층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감염병 걱정없이 해외 어디든 슝~ - 메타버스 체험기

코로나19 시국에도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감염병 걱정 없이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지난 8월 30일 한 메타버스 플랫폼 모바일 앱을 내려받아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하자 기자의 아바타(이하 A)가 태어났다. 아바타 생성 과정에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추면 생김새를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고 이목구비와 피부색, 머리 모양 등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었다.

아바타를 만들고 퀘스트(임무)를 달성하면 무료 코인이 주어진다. A는 여러 퀘스트로 얻은 9천 코인 가운데 5천 코인으로 옷과 신발을 샀다. 실제 의류 브랜드도 아바타 의상을 판매하고 있었다.

단장을 마친 A는 해외 여행을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프랑스 파리다. ‘월드’에서 키워드를 검색한 뒤 노출되는 ‘맵’ 가운데 원하는 맵을 선택하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입장할 수 있었다. A는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이동하는 데는 몇 초면 충분했다.

도착한 곳은 에펠탑 앞 광장이었다. A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셀카’를 촬영했다. 어두운 하늘 아래 거리를 산책하고, 카페도 들렀다. 이번에는 국내 여행을 하기로 했다. 파리 맵을 나온 A는 전주 맵을 찾아갔다. 경기전을 둘러보고 전동성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A는 짧은 시간 안에 국내외를 넘나들며 여행을 마쳤다.

재밌는 건 메타버스 안에서 사교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바타는 대화창을 통해 소통할 수 있고, 마이크를 켜면 음성으로도 대화가 가능했다.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나의 다른 자아’로 인식하면서 꾸민다. 평범한 학생도 메타버스 안에서는 ‘아이돌’이 될 수 있다. Z세대가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다.

자신의 아바타를 유튜버로 만든 이들도 있다. 유튜브에는 ‘메타버스 브이로그’, ‘메타버스 아이돌 댄스’, ‘메타버스 상황극’ 등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아바타가 움직이는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하고, 아바타가 말하는 것처럼 자막을 단 영상들이다.

아바타 옷 등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하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도 생겨났다. 한 유튜버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활동을 통해 지난 3월 한 달간 1천500여만 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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