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파워풀 대구, 시민 욕구 충족하는 혁신 우선해야
[박한우의 미래칼럼] 파워풀 대구, 시민 욕구 충족하는 혁신 우선해야
  • 승인 2022.07.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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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홍준표 시장의 파워풀 대구가 출발선을 떠났다. 앞으로 4년의 성과는 시장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산업정책과 기술혁신의 방향은 일자리와 경제 문제와 관련되기에 중요한 분야이다. 그런데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위에서 아래로의 정책집행에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혁신은 제품과 서비스의 최종 수요자 입장에서 기획과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여기업을 보면, 이용자 관점에서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전통은 CES가 1967년 뉴욕에서 처음 열렸을 때, 당시 크고 무거워서 들기조차 힘들었던 라디오의 포켓용 제품을 출시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듣고 싶은 소통 욕구의 충족을 라디오 개선의 최우선 목표로 삼은 것이었다.

기술기획과 산업재편 과정에서 정책 담당자와 공학자 집단은 1943년에 발표한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생리적 욕구, 안전과 보안의 욕구, 소속과 사랑의 욕구, 존중과 인정의 욕구, 자아실현 욕구로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내재된 동기가 있다는 이론이다.

CES 2022에서도 근본적 욕구를 해결하는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1단계인 생리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전시품으로 ‘조루 방지 기구’와 ‘코골이 베개’이다. 약 70%의 남자가 실제 조루이거나 염려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뇌파 조절 장치를 통해서 성교(性交) 시간을 연장하는 제품이다. 베개는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은 우리나라 기업의 출품작이다. 고객의 코골이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학습한 이후 베개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인간이 지닌 차원별 욕구를 이해하면 신산업 유치나 산업구조 재편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매슬로우의 2단계 욕구의 관점에서 보면, 산책로나 둘레길에 밝은 조명이나 재난이나 위험시 대피시설 등이 구비되어야 있어야 사람들이 찾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대구가 구축한 스마트시티 플랫폼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관광객 유치에서도 적절한 선택이었다.

코로나 기간에 소위 레거시(legacy) 미디어 이용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온라인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 사용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위축된 외부활동에 대한 보상으로서 장·노년층이 미디어를 통해 ‘준사회적 상호작용’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작용은 사람들이 미디어에 나온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과 대화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느낌이다. 소속감을 갖거나 사랑을 받고 싶은 3단계 욕구에서 나오는 것이다.

4단계가 되면 소속감을 넘어 존경받고 싶어진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에는 맞춤화된 알고리즘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술이 극도로 개인화되는 것은 인간과 가장 최적화된 교류를 하기 위해서이다. 최종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한 물건을 사용하면서 어떤 의미 있는 경험을 가질 때, 비로소 고객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슬로우가 말한 마지막 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앞선 단계들과 비교하면 5단계에서 인간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자신의 활동이 재미있고 유익한 뭔가로 끝나기를 원한다. 예컨대 자신이 방문하거나 여행한 장소의 사진과 감상을 SNS에 포스팅하거나 댓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텃밭 가꾸기는 코로나 기간에 사람들이 많이 한 대표적인 활동으로 뽑힌다. 식물이나 농작물을 키우고 그 기록을 남기면서 해방감과 성취감을 얻는 것이다.

사람이 가진 다양한 감정과 행동방식을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기술혁신만이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는 길이다. 나아가 포그는 저서 ‘설득 테크놀로지’에서 기술은 인간에게 도구, 미디어, 행위자의 역할을 과거보다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발전 및 진화한다고 주장한다.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들은 매슬로우와 포그의 이론을 새로운 기술의 연구개발 과정에 능동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단순히 도구와 미디어로서만 기능하던 기술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전화기, 에어컨처럼 소멸되지 않고 오랜 시간 생존하는 범용기술이 되려면 인간이 지닌 원천적 욕구를 해결하는 또 다른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

대구시도 시민의 동기와 욕구의 관점에서 기술혁신을 접근하고 산업구조 개편에 예산을 사용하자. 대구시는 최근 몇 년간 산업정책이 새로운 용어들 따라잡기에 치중한 나머지, 언어적 유희와 구호성 말잔치에 그친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방 정부가 산업정책에서 하드웨어의 표면적 변화상만을 보지 말고 도구, 미디어, 행위자가 통합되는 새로운 기술의 본질을 간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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