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이준석 주목도 호남이 대구 서울보다 2배 많아
[박한우의 미래칼럼] 이준석 주목도 호남이 대구 서울보다 2배 많아
  • 승인 2022.08.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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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이준석 대표의 8월 13일 기자회견 후폭풍이 아직 뜨겁다. 그는 당시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뛴 사람임을 강조했다. 자신이 대표로 있었기에, 보수정당 혁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8090년대생인 MZ 세대의 당원 가입도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의 불모지 호남에서도 그는 역대 어느 보수 정치인에 비교가 안될 만큼 큰 역할을 했음을 시사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노력이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대한 2030 세대와 호남 유권자의 인식과 태도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오후 2시~3시 사이에 구글에서 “이준석 기자회견”을 가장 많이 검색한 지역은 전라남도(100), 전라북도(76), 광주(67), 강원도(63) 등으로 나타났다. 호남 지역에서 회견 내용을 가장 많이 찾아본 것이다. 반면에 대구(50), 부산(49), 서울(48) 등은 호남의 절반 수준이었다. 8월 14일 수집 기준으로 최근 7일 이내의 구글 트렌드 결과이다. 구글 검색 빈도는 관심도를 반영한다. 연관 검색어는 ‘국민의힘’ ‘이준석 나이’ ‘윤석열 지지율’ 등이었다. 빅데이터 결과를 고려해 회견의 영향을 해석한다면, 호남에서 이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호의적 참여를 끌어내 지지율까지 견인할 확률도 존재한다.

대선 당시 캠페인 분위기를 돌아보면, 정권교체라는 거대 프레임 이외 국민의힘이 선거 과정에서 내세울 만한 중소 규모의 이슈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권교체로 달려가는 자동차에 이 대표의 남성 연대론과 세대 분리론이 가속 기어의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 예산의 0.24%밖에 차지하지 않는 초미니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둘러싼 논쟁은 유권자의 성(性) 정체성에 맞춤화된 캠페인을 낳았고, 투표 결과에서도 확인되었다.

“대통령도 사람이다”라는 홍준표 시장의 논평에 “대통령만 사람이냐”라는 이 대표의 항변은 선거 이후 변화된 징계 상황에 대한 반발심을 보여준다. 그에게 아직 시간이 많으니, 와신상담하며 도전의 시간을 기다리라는 것은 꼰대의 상투적 문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와 뜻을 함께하는 같은 세대의 청년 집단에게 기다림의 미덕이란 애초 없기 때문이다. MZ 세대에게 역경 극복의 메시지는 성장과정에서 일상적으로 들었지만, 오늘 당장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85년생 이준석은 윤핵관의 중심인물로 권성동(1960년)과 장제원(1967년) 등을 지목했다. 그들은 86세대의 직속 후배인 70년대생을 다뤘던 유사한 방식으로 이 대표가 대변하는 MZ 세대를 접근했던 것이 아닐까. X세대로 불린 70년대생은 선배 세대로부터 시키면 시키는 대로의 방식으로 행동한 경향이 컸다. 이 대표는 86세대의 그늘 아래에서 위축되어 집안 삼촌 격인 X세대가 목소리를 내기조차 힘든 것을 보고서, 이번에 물러나면 국민의힘에서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사라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준석의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행보는 MZ 세대가 보일 수 있는 정상적 반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남성 연대론은 여성 혐오론으로, 세대 분리론은 세대 배제론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 진보 진영은 그를 꼬마 트럼프라고 부르며 국민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황정미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선거 과정에서 2030 여성들이 느낀 불안감은 대선 직후 스프레이, 경보기, 가스총 등 여성 안전과 호신용품 주문량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편, 무엇보다 이번 징계 문제의 시작은 그의 신상 이슈에서 나왔으니 더 이상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여론도 있다. 그리고 최고 권력자는 선거 과정에서 희생한 일꾼일지라도 오늘 새로운 동지가 나오면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인터뷰는 청년 정치인의 윤리 문제, 선거 기간 공신의 토사구팽, 가신 그룹의 권력 독점화, 대통령 초기 지지율의 추락, 차기 총선의 공천 주도권, 해결책이 안 보이는 민생과 코로나 재유행 등이 복합적으로 뭉쳐져 있다.

이 대표가 이번 대선을 손익분기점으로 자기 정치의 로드맵을 작성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대표가 갑자기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그래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보였다는 입장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정치란 하루하루가 모험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거나 만족시킬 수 있는 스토리와 자원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끝으로 이 대표가 혐오주의를 집권을 위한 선거 전략으로 이용한 것은 팬덤 정치보다 민주주의에 더 나쁜 행위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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