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KBS·EBS 공공데이터 제공에 나서야
[박한우의 미래칼럼] KBS·EBS 공공데이터 제공에 나서야
  • 승인 2022.08.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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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이 개최한 최근 오픈데이터포럼은 흥미로웠다. 공공데이터법을 제정한 이후,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데이터 선진국 그룹에 올랐다. 하지만 선거관리 및 사법기관 등 이른바 정치와 권력 분야의 공공데이터 개방과 제공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이번 세미나는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분야인 선거와 사법기관 데이터의 개방현황 및 개선방안을 살펴보았기에 의미가 있다.

데이터 개방을 통해서 투명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누구도 예외가 없다. 공공데이터법의 목적은 공공기관이 보유하거나 관리하는 데이터의 제공 및 그 이용 활성화를 통해서 국민의 데이터 이용권 보장과 데이터의 민간 활용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지식 피라미드에 따르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데이터의 조직된 형태가 정보이다. 정보는 상황별 해석과 미래 통찰을 거치며 지식과 지혜로 단계별로 발전한다.

한편, 언론의 주요 기능은 의제 설정, 사회화, 감시견 등이다. 의제 설정이란 언론이 국민이 알 필요가 있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이다. 의제 설정을 위한 정보전달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야 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의 이용권도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나아가 언론의 취재와 보도 등이 공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생성될 것이다.

다만,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런데, KBS와 EBS 등은 공익적 책무를 지닌 언론으로서 민간 기업의 형태를 지닌 미디어 및 콘텐츠 회사와는 구분된다. 뉴욕타임즈와 가디언은 민간 신문이지만, 보도와 취재 관련한 데이터 저널리즘에 앞장서면서 인포그래픽스에 사용한 원(raw) 데이터의 개방에도 적극적이다.

KBS는 한국방송공사법이라는 특별법에 의해 설립되었지만 1990년대 말, 법 개정을 통해 방송법에서 직제를 규정한다. EBS는 특별법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하지만, KBS와 EBS의 직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이는 정부조직법의 관할영역이다. 따라서 KBS와 EBS와 같은 특수한 법인도 공공데이터법의 대상이라는 적극적 해석도 가능하다.

KBS와 EBS의 독립성을 위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아놓은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와 재난미디어센터 등이 공적 활동과 관련하여 생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는 데이터까지 예외적으로 다루는 것이 합당한지 생각해 볼 이슈이다. 재난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데이터 기반의 앱을 활용함으로써 재난 발생 시 반응속도와 복구대책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재난주관방송사 KB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 서울과 수도권 집중호우에서 나타났듯이, 자연재난이 발생했을 때 일방적 중계방송으로 위기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사한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재난 대응과 복구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KBS가 축적한 재난 데이터를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수집 단계부터 입력하여, 민간기업 등이 해당 데이터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확인하거나 수정, 변환, 추출 등 가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디지털공화국법에서 공익데이터의 개념을 도입했다. 공익데이터는 데이터 생산 주체의 유형이 중요하지 않다. 공공 혹은 민간 여부와 상관없이, 공적 관심이 높으며 공익 목적으로 활용이 정당화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데이터라면 개방해야 한다. 공공도로의 최고 속도와 에너지 공급과 소비 등에 관한 데이터가 대표적 사례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데이터 이타주의를 도입하여, 과학적 연구목적 또는 공공서비스 개선 등의 목적이라면 정보 주체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비(非)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유럽에서 추진한 공익데이터 개념을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아직 신중해야 한다. 프랑스와 같이 정부보조금으로 계약업무를 수행한 모든 용역과제까지 공익데이터 범주에 포함시켜 기업에게 개방을 당장 강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민간 영역의 심각한 위축을 고려하여, 관련 법제를 제정하기에 앞서 정책적으로 추진 가능한 범위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KBS와 EBS가 지닌 언론으로서의 고유한 역할과 기능을 독립성과 공정성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 콘텐츠 성격의 데이터는 저작권자와의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공공기관은 공공데이터의 이용, 제공, 관리 등에 나서야 한다. KBS와 EBS의 대상기관 포함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언론으로서 공적 책무가 우선이라면 방송사가 취재, 보도, 논평을 위해서 수집한 데이터를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데이터 이용권의 보편적 확대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방송국이 입시와 재난 등 국민의 관심이 높은 분야에서 데이터 복지의 시각에서 공공데이터 제공을 이해할 때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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