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희양산마을]오직 후대 위해…생산부터 도정까지 친환경 농법 고수
[문경 희양산마을]오직 후대 위해…생산부터 도정까지 친환경 농법 고수
  • 배수경
  • 승인 2022.09.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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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대신 우렁이 활용 방제
2017년 영농조합법인 설립
생산농가 기록·직거래 유통
귀농인 정착 유도 ‘어울려짓기’
봄에 손모내기·가을엔 벼베기 '논다매'행사
아이들 생물 생태계 관찰 기회
행정구역상으로 문경시 가은읍 원북1리에 자리잡고 있는 희양산마을은 전통적인 의미의 마을은 아니다. 희양산마을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희양산우렁쌀’을 생산·판매하는 영농조합법인이다.
행정구역상으로 문경시 가은읍 원북1리에 자리잡고 있는 희양산마을은 전통적인 의미의 마을은 아니다. 희양산마을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희양산우렁쌀’을 생산·판매하는 영농조합법인이다. 사진 위 원안이 희양산마을이다. 

 

[2022경상북도 마을이야기] 문경 희양산마을

‘누가 짓는지 알고 먹는 밥상, 누가 먹는지 알고 짓는 농사’ 문경 희양산마을은 이 두 문장으로 설명을 할 수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문경시 가은읍 원북1리에 자리잡고 있는 희양산마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마을은 아니다.

 

'누가 짓는지 알고 먹는 밥상, 누가 먹는지 알고 짓는 농사' 희양산마을을 설명하는 두 개의 문장이다.
'누가 짓는지 알고 먹는 밥상, 누가 먹는지 알고 짓는 농사' 희양산마을을 설명하는 두 개의 문장이다.

 

2005년 원북1·2리, 상괴리 등에 터를 잡은 귀농인들과 토박이 주민들이 함께 만든 우렁쌀작목반이 희양산마을의 모태이다. 2003년 무렵 마을에 정착한 귀농인들은 ‘친환경 농사를 한번 지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마을 토박이 주민들은 “그게 되겠나? 병충해때문에 수확량도 얼마 안될텐데”라며 처음에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봤다. 그렇지만 한해두해 그들이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 가운데서도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작목반이 시작됐다.

희양산마을은 문경시 유기농 논농사1호 인증마을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희양산우렁쌀’을 생산·판매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렁이 농법으로 벼를 재배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농가는 봄에 논을 삶을 때부터 제초제를 몇 번 뿌리는 것으로 한해의 농사를 시작한다.(모내기 전 논을 땅속 깊이 갈아엎은 후 논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 ‘써레질’을 삶는다고 표현한다.) 희양산마을에서는 이때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모를 심고 난 뒤 우렁이를 논에 넣어준다. ‘우렁이들이 벼는 놔두고 잡초만 어떻게 알고 먹어치우지?’ 농사에 문외한인 도시사람은 이런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모판에서 모를 어느정도 길러 논에 옮겨심는 이앙법을 사용하는 농법의 특성상 물 속의 우렁이들은 어느 정도 자란 벼는 먹지 않고 논바닥에서 처음 자라나오는 잡초만을 먹어치운다.

논은 우렁이의 도움으로 따로 제초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논둑에는 풀이 많이 자란다. 제초제를 뿌리면 금방 사라지겠지만 직접 풀을 깎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유기농인증은 온 마을이 마음을 합해야 얻을 수 있다. 조금 편하겠다고 누구 한 사람이라도 제초제를 뿌리면 다른 논에도 영향이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희양산마을에서는 소형정미기를 들여와 생산부터 도정까지 완벽한 친환경농사가 가능해졌다.
희양산마을에서는 소형정미기를 들여와 생산부터 도정까지 완벽한 친환경농사가 가능해졌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산한 쌀을 매주 화요일, 읍내에 갖고 가서 도정을 했다. 명색이 유기농쌀인데 일반쌀과 같이 도정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2017년 희양산마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마을기업으로 지정을 받고 소형정미기를 들여왔다. 이렇게 해서 생산부터 도정까지 완벽한 친환경 농사가 가능해졌다. 15도로 유지되는 저온저장고에 보관된 쌀자루에는 이름표를 붙여 누가 생산한 쌀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관리한다. 생산된 쌀은 대부분 직거래로 유통이 된다.

문경희양산마을-02
희양산마을에서는 봄이면 소비자와 지역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손모내기 행사를 연다.

희양산마을에서는 처음 귀농하는 사람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초보농부들이 귀농선배들과 함께 공동논에서 농사를 짓는 ‘어울려짓기’이다. 벌써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농사도 배우고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법도 배운다. 귀농새내기들은 이렇게 농사를 지어 1년에 약 60kg정도의 쌀을 갖고 간다. 남은 쌀은 가은의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필요한 곳에 나눈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2회 정도 소비자와 한살림조합원, 지역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논다매’행사를 연다. 봄에는 손모내기, 가을에는 벼베기를 한다. ‘논다매’는 ‘논을 다 맸다’라는 의미와 ‘좀 논다면서?’라는 의미가 함께 포함된 재미있는 이름이다. 논을 다 매고 난 뒤 신나게 논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손모내기 행사에서는 직접 못줄을 잡고 모를 내며 쌀 한톨의 소중함에 대해서 배운다. 새참시간도 빠질 수 없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다양한 생물들이 논에서 함께 살아간다. 물방개, 소금쟁이, 개구리, 거머리 등 논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생태계를 관찰하는 체험도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된다.

오는 11월에는 벼베기가 끝난 논에 볏단을 깔아놓고 잔치를 열 생각이다. “그동안 우리 농산물을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한 쌀을 생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이 오가는 자리다.
 

문경희양산마을당산나무
희양산마을의 당산나무. 이곳에서 매년 대보름날이면 당산제가 열린다.

희양산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살아가는 자연부락의 전통도 함께 지켜가기 위해 노력한다. 마을 앞 당산나무(느티나무)에서 매년 대보름날이면 당산제를 지낸다. 그동안은 마을 어르신들이 지켜오던 전통이지만 점점 힘에 부치게 되어 이제는 희양산마을에서 맡아 행사를 치른다. 대보름날 당산제를 지낼때는 마을 주민들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집안에 우환이 없기를 함께 빈다.

가은읍내 장터 ‘희양상회’ 설립
친환경농산물·친환경제품 판매
토종종자 파종·수확 자발적 참여

가은읍 아자개장터에 자리한 '희양상회'에서는 친환경농산물과 친환경제품을 판매한다.
가은읍 아자개장터에 자리한 '희양상회'에서는 친환경농산물과 친환경제품을 판매한다.


최근 희양산마을은 가은읍내에 자리한 아자개장터에 ‘희양상회’를 열었다. 카페를 겸한 희양상회에서는 희양산마을에서 생산한 친환경농산물 외에도 친환경제품 등을 함께 판매한다.

문경희양산마을-희양상회
희양상회에는 토종씨앗도서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는 눈길을 끄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토종씨앗도서관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농가가 농사를 지은 후 가을에 씨앗을 받아내지 않고 종자회사에서 손쉽게 구입을 한다. 토종 종자들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농부들이 우리 땅, 우리 기후에 맞는 소중한 유전자원을 지켜내고 후대에 넘겨주기 위해 뜻을 모았다. 농부들은 씨앗도서관에서 필요한 토종 씨앗을 갖고 가고 가을에 채종해서 다시 돌려준다. 희양상회는 수업이 끝나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가은초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사랑방역할도 한다.

조금 손이 더 가고 몸이 힘들더라도 우리의 자식, 손자들이 살아갈 지구를 위해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희양산마을 사람들, 그들을 보며 ‘함께’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전규언·배수경기자

 

우리 마을은

문경희양산마을-장기호대표
 

장기호 희양산마을영농조합법인(이하 ‘희양산마을’) 대표는 2003년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이가 마을 인근에 있던 대안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문경으로 내려왔다. 농사를 지어보진 않았지만 ‘어울려짓기’를 통해 농사를 배웠다. 귀농 선배들의 도움이 있어서 잘 정착을 할 수 있었다. 마을 총무직을 오래 맡아 하다가 지난해부터 대표가 되어 마을을 이끌어간다.

희양산마을은 공동체가 자리잡고 있는 주변 자연부락 주민들과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곳은 주민들이 참새방앗간처럼 오며가며 들르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까운 곳에 가게도 없어서 냉장고에 막걸리를 넣어두고 무인가게 역할도 한다. 마을 어르신들 댁에 전구를 갈거나 간단한 수리가 필요할 때는 두 팔 걷고 나선다. 필요하지만 자주 쓰지는 않는 트럭도 마을 공유트럭으로 해결한다.

“함께 살아가려면 혼자 갈 수는 없습니다. 기다려주고 맞춰주는 과정이 필요하지요. 마을전체가 같은 마음으로 움직이는게 중요합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설득을 하고 기다리고 함께 나아가야 되는거죠.”

희양산마을에서는 조합원이 아닌 마을주민들이 소량생산하는 작물들도 좋은 가격으로 수매를 한다. 마을 어르신들이 그렇게라도 몸을 움직이셔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매한 제품들은 ‘할매텃밭’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대행을 한다.

쌀 판매가 안정적이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누룽지와 같은 2차 가공상품도 고민중에 있다. 이를 통해 젊은 귀농귀촌인들이 정착하기도 쉬울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희양산우렁쌀로 만든 희양산막걸리, 다먹은 막걸리병은 잘 세척하고 소독해서 소포장용기로도 활용한다.

마을기업은 아니지만 마을공동체 주민이 운영하는 ‘두술도가’에서는 희양산우렁쌀을 이용해서 희양산막걸리를 생산한다. 유기농쌀로 만든 유기농막걸리다. 이또한 희양산우렁쌀의 안정적인 판로에 도움이 된다. 탈플라스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 먹은 희양산막걸리병을 잘 세척하고 소독하고 말려서 소포장용기로도 활용한다.

배수경기자

가볼만한곳

문경 에코랄라에 있는 석탄박물관
문경 에코랄라에 있는 석탄박물관

 

△문경 에코랄라

문경에코랄라는 기존의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에 에코타운과 야외체험시설 등의 새로운 시설 및 다양한 콘텐츠를 더해 탄생한 충청이남 최대규모의 테마파크이다. 우리나라 제 2의 탄전이었던 문경에 세워진 문경석탄박물관은 석탄의 역할과 역사적 사실 등에 대해 전시함으로써 잊혀져가는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1, 2, 3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실을 보고 난뒤 거미열차를 타고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에너지의 흐름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도 유익하다. 야외로 나오면 실제 은성광업소가 문을 닫을때까지 사용했던 은성갱도도 직접 들어가 볼 수 있고 그 시대 광부사택을 재현해 놓은 공간도 만나볼 수 있다. 새롭게 조성된 에코타운은 미디어전시, 영상스튜디오, 친환경 미래농법 등을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이외에도 고증을 통해 정교하게 재현해놓은 가은오픈 세트장도 볼만한다. 고구려궁, 신라궁, 안시성, 요동성을 비롯해 성내 마을, 시장으로 구성된 세트장은 ‘연개소문’, ‘대왕 세종’, ‘선덕여왕’, ‘군도’ 등의 촬영지로 활용되었고 지금도 사극촬영지로 인기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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