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이상한 로봇 변호사 우영우라고
[박한우의 미래칼럼] 이상한 로봇 변호사 우영우라고
  • 승인 2022.10.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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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로봇 전문가들이 2025년이 되면 1인 1로봇의 시대가 된다고 전망한다. 불과 몇 년밖에 남지 않아서 정말 이 예측이 현실이 될까라는 의심도 많이 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와 스마트 기기의 현황을 보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구분된다. 1인 1로봇이라면 아무래도 공장에서 자동화된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이 아닌 생활 주변의 서비스용 로봇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물론, 햅틱(Haptic)처럼 산업용과 서비스용이 융합된 하이브리드용 로봇도 나오고 있다. 햅틱은 그리스어로 만지다(touch)라는 뜻을 가진 ‘Haptesthai’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햅틱 기술을 적용한 로봇은 작업 대상을 만지면서 느끼는 촉각을 통한 진동과 움직임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위험하고 무거운 일부터 미세하고 정교한 정보 인지와 장치 조작 등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된다.

한편 애플이 2007년도에 컴퓨터가 내장된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선보였고, 2015년에는 스마트워치를 시장에 내놓았다. 2022년 9월에는 애플이 전문가용 고성능 기능을 탑재한 ‘애플 워치 울트라’를 새롭게 론칭했다. 울트라는 기존 모델에는 찾기 힘들었던 여성용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을 특별히 장착하고 스킨 스쿠버용 전문가 기능 등을 구비하여 내 손 안의 로봇이 되어가고 있다. 기존 애플 워치가 5십만 원대인 것과 비교해 울트라는 2배가 넘는 100만 원대이다.

고성능의 스마트 기기를 서비스용 로봇 혹은 하이브리드용 로봇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 2025년의 1인 1로봇 시대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이다. 코로나 전염병 기간에 병원에 직접 갈 수 없어서 유선으로 의료진의 상담을 받았다. 정부가 의사의 환자 진료와 처방에 스마트 기기 사용을 허가하고 강력히 추진한다면, 1인 1로봇은 더욱더 빨라질 것임이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로봇이 사람들이 수행하기 힘들거나 싫어하는 업무와 표현하고 싶은 정서를 대신해서 처리한다면 휴머니티 이른바 인간다움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인문사회학자의 시선에서 소통을 연구하는 학술단체인 세계언론학회(ICA,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 2023년 컨퍼런스 주제에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암시하고 있다.

2023년 5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개최하는 제73차 토론토대회의 슬로건은 ‘소통에서 진정성을 다시 주장하기’(Reclaiming Authenticity in Communication)이다.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이은주 서울대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보편화되는 시대에 관계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의미의 맥락에서 진정성을 살펴보는 것이 인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고객이 기업에 어떤 서비스를 요청하면 더 이상 사람과 대화하는지 알고리즘 에이전트 즉 로봇과 대화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시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간다움을 획득하거나 증명하기 위해서 리얼리티 TV 쇼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진정성에 대한 환상이 넘쳐나고 있다. 예를 들면, 로봇이라면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한 힘든 표정이나 분노의 언어 나아가, 세심하게 만들어진 평범함과 불완전함이 진정성의 표시로 종종 제시된다. 정치인은 토크쇼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진짜일 수도 있고 의도적일 수도 있는 은밀한 개인 사항을 공개함으로써 유권자의 관심과 애정을 얻기 위해 경쟁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작업 수행과 애정 표현의 완전함이 아닌 부족함이 인간다움의 상징이며 진실성의 평판을 얻고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글로벌 비영어권 드라마 1위로 등극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가능하면 이해가능하다. 언변만 좋은 유능한 변호사의 주장은 에이전트 로봇도 할 수 있겠지만, 원고에 대한 연민과 증오가 결합된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사실성을 넘어서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입사하여 겪게 되는 소송 준비와 재판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1인 1로봇을 넘어서 1인 멀티봇의 시대를 앞두고 있다. 스마트 기기로 촉발된 알고리즘 에이전트와 아바타 채팅 봇은 벌써 곳곳에 존재한다. 인간 고유의 기능과 역할이었던 이성(효율적 업무처리)과 감성(희로애락 드러내기)마저도 디지털 대전환의 이름으로 로봇에게 점차 맡겨지고 있다.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억지로라도 실수를 저지르면서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이상한 로봇 변호사 우영우는 없다. 자폐증 변호사 우영우는 실수한다 고로 인간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디지털과 로봇 대전환의 장밋빛 전망과 순기능만을 열거하기에는 왠지 머쓱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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