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지진 대응과 재난안전 공공데이터 거버넌스
[박한우의 미래칼럼] 지진 대응과 재난안전 공공데이터 거버넌스
  • 승인 2022.11.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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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이 개최한 2022년 9월 29일 오픈데이터포럼 열린 세미나의 주제는 ‘공공데이터로 살펴보는 재난안전’이다.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에 재난이 집중되며, 봄과 가을의 재난발생 비율은 낮은 편이다. 이번 세미나는 여름에 연이어 발생한 태풍, 집중호우 등에서 재난안전 공공데이터의 역할을 살펴보고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하여 개선점을 찾는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전통적으로 풍수해가 자연재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원인별 규모는 태풍에 의한 피해액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편이다. 일본 및 중국 등 세계적으로 대규모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도 최근에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 10월 29일에도 괴산군에서 규모 3.5 지진과 4.1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지진은 바다와 가까운 곳이 아닌 내륙 중앙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님을 시사해,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재난안전과 관련한 공공데이터 제공과 개방, 이용 활성화 방안은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고 나아가, 국가 존립과도 연결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재난안전 소통체계 및 정보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무엇보다, 데이터 거버넌스(governance)를 구축하는 것이다. 거버넌스의 사전적 의미는 통치와 관리이다. 그렇지만 정치와 행정 분야에서 거버넌스는 위에서 아래로의 통치와 관리가 아닌 민의(民意)를 반영한 협치(協治)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편이다. 재난안전 분야에서 협치의 거버넌스는 국민의 재산권과도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어서 매우 민감한 이슈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LA)가 위치해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은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구글(Google.com) 검색엔진에서 ‘Los Angeles earthquake’라고 입력해 보면, 이 지역이 지진의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10월 29일도 구글에서 한글로 ‘지진’이라고 검색했음에도, 처음에 나온 결과는 10월 26일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호세(San Jose) 지진 지도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niversity of California, UC) 연구자들은 LA 지역의 건물 안전성을 조사하였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 건물의 붕괴 가능성을 파악한 것이다. 연구자들이 약 1,500개의 노후된 콘크리트 건물들의 목록 정리에만 7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약 75개의 건물들이 강한 지진에 붕괴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는 이 연구과제를 널리 홍보하였다.

LA시청에서는 지진에 취약한 노후 건물의 명단을 UC연구자들에게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연구자들은 이것은 학술적 연구이고 명단 공개는 건물 소유주들로부터 법적 소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러 논쟁을 걸쳐서 결국에는 UC, NSF, LA시청, 건물주 등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이슈들을 정리하고 우려 사항을 해결한 이후에 이 데이터가 공개되었다. 이 사례를 통해서 LA지역은 캘리포니아에서 지진에 취약한 노후 건물의 목록을 보유한 첫 번째 도시가 되었다.

이 사례는 지진과 같은 재난안전 데이터의 공개와 이용에 관한 책임(liability)과 자산(asset)에 대한 거버넌스 문제가 발생하는 맥락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재난안전 거버넌스를 일방적 행정과 규제만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정책 수립과 집행에 앞서, 재난안전 데이터의 수집과 공개에 연계된 사람들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재난안전 공공데이터 정책의 집행 이전에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이슈에 대한 소통과 컨설팅을 실시하는 것이 긴요하다. 협치의 거버넌스 없이 재난안전 데이터의 사용에 관한 규칙을 만들면, 국민을 규제할 수 있는 권위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반 재난안전 소통체계와 정보통신망의 행정집행 및 기술지원은 부처 간에도 협치의 거버넌스를 필요로 한다.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및 사용에 관한 규정’을 보면,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의 협의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제7조(번호 관리)를 보면, 번호 체계에 대한 기준은 행정안전부장관이 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제9조(주파수 관리) ①행정안전부장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난안전통신망 관련 전파지정기준 등에 따라 주파수를 관리하여야 하며, 제21조(교육 및 훈련) ③무선종사자의 양성을 위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지정한 교육기관에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격검정 교육 지원 등의 사항이 나와 있다.

재난안전 데이터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으므로, 평소에 거버넌스가 투명하게 구축되어 있으면 위급한 순간에 의사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나아가, 좋은 거버넌스는 재난안전 공공데이터에 잠재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한 소통체계와 정보통신망의 구축과 서비스의 원활한 구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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