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새마을 운동에서 프루걸 이노베이션까지
[박한우의 미래칼럼] 새마을 운동에서 프루걸 이노베이션까지
  • 승인 2022.12.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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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영남대 박정희새마을연구원이 발행하는 학술지가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었다. 영문으로 발행되는 “Journal of Saemaulogy”가 그 주인공으로, 2016년 6월에 창간되었다. Saemaulogy는 Saemaul(새마을)과 logy(학파 또는 지식체계)의 합쳐진 단어이다. 신학(theology) 사회학(sociology) 등과 유사한 형태이다. 한국연구재단의 학문연구 분야분류를 보면 ‘새마을학’은 사회과학 아래의 국제/지역개발/국제개발협력 등에 소속된다.

새마을 운동은 박정희 대통령이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이후에 개발도상국의 만연한 빈곤을 근절하기 위한 한국형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영남대는 새마을 운동을 통한 최빈국과 개발도상국의 농촌 사회의 개선사례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Journal of Saemaulogy”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실천적 증거들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연구논문을 발행해 왔다.

한편, 노화준 교수는 우리 행정학계에 정책평가라는 새로운 분야를 소개한 원로학자이다. 노 교수의 저서인 ‘한국의 새마을 운동: 생성적 리더쉽과 사회적 가치의 창발’에 따르면, 새마을 운동을 사회혁신으로 정의한다. 사회혁신에 성공한 이유를 3개로 구성된 제도적 주체들간 상호작용으로부터 나온 내생적 원동력 즉, 트리플헬릭스 모델이 원활히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노화준 교수는 정책 입안자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무원이 새마을 운동의 비전과 목적을 뚜렷하게 설명하면서 소위 ‘왜’라는 질문에 근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헬릭스와 관련해서, 그는 ‘어떻게’를 제시한 기획자와 관리자 등 적극적 행위자 집단의 중개적 역할과 활동이 있었음을 분석했다. 그리고 지역 단위에서 새마을 지도자들이 운동부 코치와 유사하게 농촌 마을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경험적으로 보여주면서 사회혁신의 트리플헬릭스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Journal of Saemaulogy”에 게재된 연구논문들은 1970년대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한 빈곤퇴치와 공동체개발인 새마을 운동이 해외에서 도입되고 확산되면서 나타난 국가별 특성을 탐색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연구자들이 각국 정부와 공공기관, 국제개발 NGO 등에서 추진한 다양한 실천적 경험을 성문화(成文化)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학계 내·외부에서 새마을학의 독립적 분야 전문성을 두고 체계적 연구방법과 이론적 모델을 아직 충분히 제시하지 못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시혜(施惠)적 정책인지 과학적 학문인지 모호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학문으로서 새마을학은 새마을 운동과 분리한 채 독자적으로 존재가능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새마을 운동이 개발도상국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글로벌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프루걸 이노베이션’(frugal innovation)을 둘러싼 논쟁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프루걸 이노베이션의 모토는 “Do more and better with less”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부족한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달성하고 더 잘하는 방법을 찾자는 알뜰한 혁신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나비 라주(Navi Radjou)와 그의 동료들이 저술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시장에 출시되는 신제품의 약 85퍼센트가 실패하는 현실에서, 기업이 엄청난 규모의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기업들이 이제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로 고안해야 하며 그것이 프루걸 이노베이션임을 주장하였다. 50센트짜리 종이 현미경 ‘폴드스코프’(foldscope) 헬스케어 분야의 ‘셀스코프’(cellScope) 농업 분야의 ‘지스라이브’(gThrive) 컴퓨팅 분야의 ‘커놀(Qarnot)’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프루걸 이노베이션의 검소한 사회혁신은 기업을 넘어 여러 나라의 정책입안자와 국제개발전문가 등에게 빠르게 전파되었다. 하지만 글로벌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프루걸 이노베이션의 실질적 결과물과 추진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테스파이에(Tesfaye,L.A)와 푸게르(Fougere, M)의 논문인 ‘납치된 프루걸 이노베이션: 공동 창조의 공동 선택적 권력’(Frugal Innovation Hijacked: The Co-optive Power of Co-creation)을 보자.

이 논문에서 그들은 프루걸 이노베이션이 ‘빈곤층을 위한 혁신’과 ‘빈곤층의 풀뿌리 혁신’의 지배적 담론이 되어가지만, 이것은 오히려 가난한 지역사회가 기업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설계된 패권적 프로젝트의 동적 상호 작용이라고 비판하였다. 검소한 혁신의 담론이 공식적인 경제 행위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동시에 세계적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보다는 통치하고 착취하는 프로젝트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Journal of Saemaulogy” 등재는 한국연구재단이 영남대가 주도한 새마을학계 그간의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검소한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자는 측면에서 새마을 운동과 프루걸 이노베이션은 서로 닮은 점이 있다. 새마을학계는 프루걸 이노베이션이 직면한 비판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새마을학계는 새마을 운동의 사회혁신이 어떻게 오늘날 농촌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고 흥미로운 증거자료를 모으고 이론화해야 한다. 나아가 이런 노력이 중단되지 않도록 교육부 이외의 다른 부처에서도 “Journal of Saemaulogy” 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학술연구 활동을 진작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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