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스마트한 논문 쓰기는 있다? 없다?
[박한우의 미래칼럼] 스마트한 논문 쓰기는 있다? 없다?
  • 승인 2022.12.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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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대학 교수는 매일 강의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교수가 한가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출퇴근 시간이 엄격하게 정해 있지 않으니 자유로운 것이 맞지만 실제론, 강의 준비와 개별 연구와 외부 활동 등으로 분주한 일상을 보낸다. 특히 논문 작성이 다른 어떤 업무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스스로 만족할만한 논문을 완성하기는 늘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논문 작성을 타고난 글솜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동의할 수도 없다.

논문은 한자로 論文이다. 한자에 충실한 사전적 뜻은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체계적으로 적은 글"이다. 따라서 글쓰기는 논문 작성의 필요조건임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사전의 또 다른 정의를 보면, 논문이란 "어떤 문제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결과를 체계적으로 적은 글"이다. 따라서 논문은 탄탄한 글쓰기이자 과학적 연구보고의 복합적 과정을 나타낸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글쓰기를 잘하는 작가의 역량과 학술적 논문을 출판하는 교수의 자질과는 차이가 존재한다.

자연과학과 공학자는 실험실에서 끊임없이 시험과 검증을 반복한다. 무언과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한 도전이다. 인문·사회학자도 기존 문헌에서 연구 목적에 대한 논리적 근거와 맥락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 학술정보 포털 구글 스칼라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문구가 '거인의 어깨 위에 서라'이다. 이 말은 앞서 연구한 선배 학자의 열정이 담긴 결과를 먼저, 면밀히 파악하라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우리는 지식의 풍요 시대에 살고 있다. 프론티어스(Frontiers)의 2019년 10월 15일 공지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800만 명의 연구자들이 매년 3백만 개 이상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숫자는 여전히 전년 대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프론티어스는 글로벌 출판사이자 개방형 과학 플랫폼이다. 우리는 그 결과로 많은 놀라운 혁신들을 보고 있지만, 모든 분야에 걸쳐 연구자들이 위대한 업적을 만들 때 나이가 드는 것이다. 이것은 노벨상 수상자의 연령이 높아지는 결과도 낳고 있다. 노화(aging) 효과를 극복하는 효율적 방법은 무엇인가. 축적된 지식을 간추리고 통찰하는 이론적인 작업에서 스마트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구글 스칼라(2004), 마이크로소프트 아카데믹서치(2006) 등 1세대 학술정보 검색 서비스를 뛰어넘는 2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큰 변화의 바람은 2014년에 출시된 인공지능 기반의 시맨틱 스칼라(Semantic Scholar)로부터 촉발하였다. 시맨틱 스칼라는 인공지능을 위한 알렌연구소(Allen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운영한다. 영어 첫 글자 A.I.가 연구소 이름과 인공지능에 모두 2번 사용되었기에 AI2로 축약해 부르고 있다. AI2는 2021년 연말에 발행한 뉴스레터에서 시매틱 스칼라가 약 2억 개의 논문을 색인했으며, 매달 8백만 명이 이용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레터에서 밝힌 시매틱 스칼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네 개의 스마트한 기능이 돋보인다. 첫째, 리서치 대쉬보드는 AI가 검색어에 맞는 논문을 자동 추천하고 관련된 인용 성과를 추적해 주는 서비스이다. 둘째, 시맨틱 리더는 연구자가 참고문헌이 인용된 맥락을 알고 논문 읽기를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셋째, TLDR(Too Long Didn't Read)는 긴 논문 내용의 요약문을 AI가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것으로 생물학, 의학, 컴퓨터공학 분야의 6천만 개 논문까지 확장했다. 마지막으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개방화는 다양한 연구 커뮤니티와의 협력에 부응하기 위해서 AI가 자동화한 서비스를 공유하는 것이다.

논문 작성에서 과거에 발표된 연구를 검토하는 것은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은 지겨운 과정이다. 그런데 AI 기반의 학술정보 플랫폼을 사용하면, 연구자들이 읽어야 할 영향력 있는 논문을 골라내는데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자신의 연구방향을 가장 잘 포착해 주는 구절도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시맨릭 리더와 TLDR 서비스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의미와 유사한 문장을 자동 발췌하고, 새로운 문장을 생성하는 것도 도와준다. 소위 자연어처리학습(NLP) 시스템이 나날이 발전하므로, 논문작성을 도와주는 스마트한 기능은 훨씬 더 좋은 성능을 보일 것이다.

학술연구를 하는 관행을 스마트하게 변화시키는 AI 서비스의 확산을 둘러싸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있다. 애초 질문한 탄탄한 글쓰기는 스마트한 논문작성 시대에 이제 필요 없는가? 발표된 연구결과가 뒤죽박죽 섞여 있더라도 옥석을 가려내서 정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 글쓰기가 큰 도움이 된다. 그럼 스마트한 논문 쓰기는 진짜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당장 내릴 수 없다. 그렇지만, 강조하고 싶은 바는 스마트한 도구를 통해 자신의 질문과 방법 및 결과가 기존 연구와 겹치거나 차이 나는 특별한 지점을 만나라는 것이다.

연구개발 분야가 세분화되고 확장됨에 따라, 새로운 기여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 축적된 지식을 파악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연구자들이 지식의 범람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노벨상의 노화효과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학술용 플랫폼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의 질을 알고리즘 기반으로 걸러내는 것은 많은 연구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AI2 연구소 비전인 보편적 공공선에 기여하는 인공지능(AI for the Common Good)을 구현해 주는 정책을, 한글 논문에도 실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적극 투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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