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재’로 전락한 개인정보
[기자수첩] ‘공공재’로 전락한 개인정보
  • 승인 2023.02.1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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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사회부


“조사 중인 사안이라 유출 피해자 규모를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허술한 정보망에 개인정보에 대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12월 22일 건축물대장 열람·발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시스템 ‘세움터’에서는 시스템 오류로 16시간 동안 건축물 소유주의 주민등록번호가 그대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기간 주민번호가 ‘누군가’에게 직접 유출된 소유주는 2만 7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누구나 접근을 가능케한 건축물대장 열람 서비스의 편의성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오히려 2차 피해 우려를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주소만 검색하면 얻을 수 있는 건축물 소유주의 이름, 실거주지 정보에 더해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함께 노출된 탓이다. 유출 피해를 입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참에 주민번호 변경을 검토해 봐야겠다는 허탈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는 손안의 개인정보와 데이터만으로 생활, 금융, 의료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오늘날을 맞이하게 됐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주어진 데이터를 통해 개개인을 구분하고 병명부터 취향, 재산 정보까지 안내받을 수 있는 요즘이다.

반면 우리의 개인정보 보안·관리망은 여전히 낙제점에 가깝다. 개인정보 쓰임새의 확대는 정보 유출 시 곧 2차 피해의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음에도, 정보를 유출한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정보가 유출됐을 뿐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을 앞세운다. 국민들이 더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더 중요한 건 책임 기관의 발 빠른 후속 조치이지만 이마저도 시원찮은 경우가 많다. 오히려 피해 상황을 감추기만 급급한 사례도 적지 않다. 세움터를 운영하는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역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문제 상황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유출 피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인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가 시스템 이용자에 한한 상황은 아니었음에도 안내문은 세움터 홈페이지 한 편에 게시된 것이 전부였다. 정보 유출 피해자에 대한 개별 안내는 우편을 통해 최소 사고 발생 일주일여 뒤부터 사과문 한 장으로 이뤄졌다.

개인정보는 ‘공공재(公共財)’라는 우스갯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는 요즘이지만, 반복되는 정보 유출 사례에 무감각해지기보다는 예리한 눈빛으로 사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다음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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