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부고발 없이는 불법 못잡는 폐기물 업계
[기자수첩] 내부고발 없이는 불법 못잡는 폐기물 업계
  • 승인 2023.03.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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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예지기자
세간에 떠도는 정보들은 어떤 분야의 빙산의 일각이라는 소리가 있다. 전문적으로 파고들지 않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단지 1%에 불과할 뿐이고 사실은 그 아래 거대한 99% 불편한 진실이 있다는 말이다.

공사장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업체의 취재를 시작한 건 한 폐기물 업자의 메일 한 통이었다.

메일은 폐기물 수거운반 허가 유무가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불평등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발신인은 대구시에서 지정한 9개의 허가 업체가 시의 특혜를 받고 있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주장했다. 골자는 시에서 더 이상 허가를 내주지 않는 와중에 허가 업체들은 폐기물 장사, 건설 폐기물 매립, 허가권 암거래 등을 통해 재산을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달여간 진행된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점은 폐기물 업계 내 적법하게 운영되는 업장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무허가 업체들도 허가권을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별명을 붙이곤 허가 업체의 편법 운영 방식을 모방하고 있었다.

강판 울타리로 가려져 도심 내에 쌓이고 있는 폐기물들은 비단 허가 업체의 편법만이 아니었다. 취재 중 만난 한 무허가 업자는 허가업체의 만행을 꼬집다 본 기자가 위법 사실을 지적하자 “죄송하다”며 대화를 중단했다.

폐기물 적치를 관리하는 구·군은 이를 적발할 때 대부분 민원에 의지한다고 전했다. 암암리에 운영되는 야적장의 대부분이 인적이 드문 외곽이나 공장 단지 내에서 운영돼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민원의 대부분이 주민이 아닌 경쟁으로 인한 내부고발이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빙산 아래 감춰진 사실은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탓에 최근 3년간 적발된 불법 야적장은 단 12건뿐이다.

또 업자들은 공무원과의 청탁 관계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이마저도 수면 위로 드러난 사실은 없었다. 비리 관계가 얽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당사자 혹은 내부의 고발이 없으면 위법 행위를 포착하기 어렵다.

적발되기 어렵다는 사실 탓에 이러한 위법 행위는 비일비재하다. 법상의 허점이 발견된 것도 아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거나 법을 세세하게 개정한다고 하면 폐기물 수거운반 업계는 마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자는 본 기자에게 “한번 단속이 강화되면 업계 사람들 다 죽으라는 겁니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불법 근절에는 영업자와 단속 기관의 양심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세세한 법으로 억압된 세상에 살기 전 금전욕이 아니라 도덕적 양심에 귀기울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어기라고 만든 법’이 아닌 ‘지키라고 만든 법’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뒷주머니로 들어오는 돈보다는 정직하게 벌어들인 돈을 가치있게 여겨야 한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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